"의사가 말하니까 맞겠지?" 유튜브 건강 정보 80%는 근거 부족... 법적 처벌 가능성은
"의사가 말하니까 맞겠지?" 유튜브 건강 정보 80%는 근거 부족... 법적 처벌 가능성은
암·당뇨 영상 309개 분석 결과
신뢰 가능 정보는 19% 불과

유튜브 의료 정보의 80%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며, 이는 의료법상 허위·과장 광고 및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어 법적 규제가 시급하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유튜브에서 '암'이나 '당뇨'를 검색하면 쏟아지는 수많은 건강 정보 영상들. 특히 흰 가운을 입은 의사들이 직접 출연하는 영상은 시청자들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얻곤 한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믿음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유튜브 의료 정보의 상당수가 과학적 근거가 미약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근거가 없는 영상일수록 조회수가 더 높은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조회수의 배신... 의사가 만든 영상도 '등급 미달'
국립암센터 강은교 교수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미국의학회지(JAMA) 네트워크 오픈'에 충격적인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난해 6월 게재된 암과 당뇨병 관련 유튜브 영상 309개를 전수 조사했다. 이들 영상의 4분의 3은 실제 의사가 제작한 것이었으며, 평균 조회수는 16만 4천 회에 달했다.
연구팀이 의학적 근거에 따라 신뢰도를 A~D 등급으로 평가한 결과, 양질의 과학적 근거를 갖춘 'A등급' 영상은 전체의 19.7%에 불과했다. 반면, 증거가 매우 낮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D등급' 영상이 62.5%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더욱 심각한 점은 '역전 현상'이다. 분석 결과, 과학적 증거가 미약한 영상이 근거가 확실한 영상보다 조회수가 평균 35% 더 높게 나타났다. 자극적인 제목이나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제시하는 영상이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더 널리 퍼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의료인이 자신의 권위를 이용해 실증적 근거가 부족한 주장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이것만 먹으면 암 완치?"... 의료법 위반의 경계선
이처럼 근거 없는 의료 정보가 유튜브를 통해 유포되는 행위는 단순한 '정보 오류'를 넘어 심각한 법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의사가 제작한 유튜브 영상이 의료법상 '의료광고'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의료법 제56조에 따르면 의료인 등이 영상이나 인터넷을 통해 의료행위나 의료기관에 관한 정보를 알리는 행위는 의료광고에 해당한다. 만약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환자를 유인한다면 이는 동법 제2항 제3호(거짓된 내용의 광고) 및 제8호(객관적 사실 과장 광고) 위반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판례는 의료광고의 진실성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진실이 아니거나 실제보다 지나치게 부풀려진 내용을 담아 일반인이 오인·혼동하게 할 염려가 있는 광고는 거짓·과장 광고"라고 판단한 바 있다(2013. 11. 28. 선고 2011헌마652 결정). 또한 광주지방법원은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근거 없는 내용을 포함한 광고를 한 의사에게 의료법 위반 유죄를 선고하기도 했다(2023. 12. 7. 선고 2023고정305 판결).
조회수 뒤에 숨은 법적 책임... 의사의 '주의의무' 어디까지
의료법 위반뿐만 아니라 의사 개인의 민사상 책임도 쟁점이다. 의사는 의료행위를 할 때 당시 임상의학 분야의 수준에 맞는 '주의의무'를 다해야 한다. 대법원은 의사의 주의의무 기준을 "통상의 의사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시인되고 있는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2020. 4. 9. 선고 2018다246767 판결).
유튜브를 통한 정보 제공 역시 넓은 의미의 의료행위로 볼 수 있다면, 근거 없는 정보를 유포하여 시청자가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부작용을 겪을 경우 의사는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특히 광고주로부터 보수를 받는 PPL(간접광고)이나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에서 정보를 제공할 때는 그 책임이 더욱 무거워진다.
현행법상 유튜브 영상 내에 '유료 광고 포함' 배너를 게시하지 않거나 경제적 대가 관계를 숨기는 행위 역시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의료인이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추천하는 것은 의료윤리를 저버리는 행위일 뿐 아니라 행정처분 및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알고리즘이 문제?"... 플랫폼 책임론과 입법 과제
현재 유튜브 알고리즘은 과학적 엄밀성보다는 시청 시간과 참여도(좋아요, 댓글 등)를 우선시한다. 이 때문에 자극적인 가짜 의료 정보가 양질의 정보보다 더 많이 노출되는 구조적 결함이 존재한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는 플랫폼 사업자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가 유통되지 않도록 노력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 정보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보다 구체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법적·제도적 개선안을 제시하고 있다.
- 의료법 개정: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을 의료광고 사전심의 대상 매체로 명시하고, 과학적 근거 제시 의무를 법제화해야 한다.
- 알고리즘 개혁: 의료 정보에 한해서는 '조회수'가 아닌 '과학적 신뢰도'를 가중치로 두는 알고리즘 운영 원칙을 의무화해야 한다.
- 제재 강화: 거짓·과장 의료 정보를 반복 유포하는 유튜버와 의료인에 대해 업무정지, 과징금뿐만 아니라 형사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
결국, 유튜브 의료 정보의 민낯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의료인의 윤리 의식뿐만 아니라 플랫폼의 책임 강화, 그리고 시청자의 비판적 수용 능력을 기르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삼박자를 이뤄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