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뺏은 사장, 1심 무죄→2심 유죄 '대반전' 민사서 1.4억 배상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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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뺏은 사장, 1심 무죄→2심 유죄 '대반전' 민사서 1.4억 배상 판결

2025. 09. 19 11:38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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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1심 '무죄'에 웃던 운수회사 대표,

항소심 '유죄' 이어 민사소송서 '완패'

법원 "지입차주 권리 침해 명백"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자신이 몰던 버스를 빼앗긴 것도 모자라 범인으로 몰렸던 지입차주가 법정 다툼 끝에 1억 4천만 원을 배상받는 반전의 주인공이 됐다. 지입차주란, 개인 소유 차량을 회사에 등록해 일하는 기사를 말한다.


형사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운수회사 대표는 항소심에서 유죄가 확정된 데 이어, 민사소송에서도 거액의 배상 책임을 지게 됐다.


"내 차인가, 회사 차인가" 1심 법원의 '무죄' 선고

2021년 1월, 관광버스 기사 F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리스료 미납을 이유로 운수회사 대표 A씨가 자신이 몰던 버스를 일방적으로 회사 차고지로 끌어간 것이다.


F씨는 버스의 실질적 소유주가 자신이라며 A씨를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사건의 핵심 쟁점은 버스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즉 불법이지만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지입차량'인지 여부였다.


1심 형사재판부는 A씨와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F씨가 차량 구입 대금이나 유지비를 부담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오히려 운수회사가 유류비, 수리비 등을 부담했고 차량 배차에도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F씨가 실질적 차주라는 점을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A씨를 포함한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뒤집힌 2심, "지입계약 명백" 유죄 확정된 사장

검찰의 항소로 사건은 2심으로 넘어갔고, 결과는 180도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을 파기하고 A씨의 권리행사방해 및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A씨에게는 벌금 200만 원, 범행을 도운 동료 D씨에게는 벌금 50만 원, 운수회사 법인에는 벌금 100만 원이 선고됐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법원은 F씨가 차량 매매대금 일부를 직접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대출금과 각종 세금, 보험료 등을 자신의 운행 수익에서 충당해 온 사실을 인정했다.


서류상 명의만 회사 앞으로 돼 있을 뿐, 실질적인 권리자는 F씨라는 '지입계약'의 실체를 인정한 것이다.


"빼앗긴 시간과 돈, 모두 돌려줘라" 민사 법원의 철퇴

형사 재판의 유죄 확정은 민사 소송에서 결정적 증거가 됐다.


F씨는 A씨와 회사를 상대로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와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민사 재판부는 확정된 형사판결을 근거로 A씨 등의 불법행위 책임을 명확히 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의 불법행위로 원고(F씨)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다"며 위자료 500만 원과 버스를 운행하지 못해 발생한 일실수입 약 4,9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또한, 지입계약 해제에 따라 F씨가 차량 구입을 위해 냈던 돈과 각종 부품 교체비, 세금, 리스료 등 총 8,500여만 원을 '부당이득'으로 보고 모두 돌려주라고 명령했다. 총 배상액은 약 1억 4,000만 원에 달했다.


'지입차'의 비극, 법원이 인정한 차주의 권리

이번 판결은 서류상 명의 뒤에 가려진 '지입차주'의 실질적 권리를 법원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입제는 운송기사가 자기 자본으로 차량을 구입해 운수회사 명의로 등록하고, 매달 관리비를 내며 사실상 개인사업자처럼 일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차주들은 재산권을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회사와의 분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 경우가 많았다.


한순간에 생계 수단을 빼앗기고 범인으로까지 몰렸던 F씨는 3년이 넘는 법정 다툼 끝에 비로소 자신의 권리를 되찾았다.


법원은 1심의 오판을 바로잡고, 계약의 형식보다 실질적 권리 관계를 우선하여 판단함으로써 '지입차'를 둘러싼 오랜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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