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지 명확히 모르지만 '날' 모욕한 죄로 고소할 수 있을까?
'나'인지 명확히 모르지만 '날' 모욕한 죄로 고소할 수 있을까?
얼굴 공개하지 않은 뉴스 인터뷰 후⋯기사에 달린 악플에 상처
변호사가 본 모욕죄 성립 가능 여부

방송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공격을 받게 됐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모욕죄로 고소 할 수 있을까? 변호사에게 물어봤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방송기자가 건넨 마이크를 앞에 두고 자기가 처한 어려움을 말하는 시민. 그 발언은 사회 문제점을 드러내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용기를 내 참여한 방송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공격을 받게 됐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아래 두 가지 사례로 알아본다.
사례1.
성범죄 피해자인 A씨. 한 공중파 방송사와 피해 사건에 대해 인터뷰했다. 방송된 뉴스에서 A씨의 모습은 모자이크 처리됐고 목소리는 변조된 상태였다. 이름은 성(姓)만 표시됐다. 그런데도 주변 지인들은 A씨임을 알아보고 연락을 해왔다.
문제는 이 뉴스가 인터넷 기사로 2차 가공되면서 발생했다. 그 기사엔 “XX한다, 김치X, 골빈X” 등의 댓글이 달렸다. A씨가 확인한 것만 20여개. A씨는 이 댓글 작성자들을 모욕죄로 고소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음에 걸리는 건 방송에 모자이크로 나섰다는 점이다.
사례 2.
B씨는 서울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는 집회에 참여했다가 방송사 인터뷰에 응했다. 당시 B씨는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지만 방송을 본다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B씨는 자신의 행동에 소신이 있었기에 실명과 거주지를 밝혔다.
뉴스가 보도되자 B씨를 겨냥해 "정신 나간 X, 돼지X" 등의 욕설 댓글이 쏟아졌다. 방송에 나온 B씨 얼굴이 캡처돼 일부 사이트에 유포되기도 했다. B씨는 악플을 단 네티즌들을 고소할 생각이다.
모욕죄가 되려면 ‘특정성’이 충족돼야 한다. 어떤 모욕적 발언이 현실의 ‘나’를 겨냥한 것으로 특정돼야 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A씨의 인터뷰를 본 사람들이 “이 뉴스는 A씨 이야기”라고 인식해야 한다.
A씨 사건을 변호사들은 모욕죄가 성립한다고 답했다. 뉴스를 본 지인이 A씨임을 알아채고 연락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명재의 김연수 변호사는 “실명 보도가 되지 않았고 모자이크로 얼굴을 가렸다 하더라도 피해 내용과 간접적인 정황으로 말미암아 주변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정도였다면 충분히 특정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평화의 박현우 변호사도 “모자이크 처리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이 A씨임을 인식할 수 있었다면 모욕죄로 형사고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에 대한) 위자료청구소송 진행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형법 제311조(모욕)은 모욕죄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으로 처벌한다.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려면 증거 확보가 중요하다고 변호사들은 조언한다. ‘김기윤 법률사무소’의 김기윤 변호사는 “인터넷을 통해 위와 같은 피해를 본 경우에는 반드시 화면 캡처 등을 통해 증거자료를 확보하라”며 “증거자료를 지참한 뒤 경찰서 민원실을 경유해 사이버 범죄수사팀에 사건을 신고하면 된다”고 했다.
B씨의 경우도 어떨까. 특정성 충족에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봤다.
법무법인 화평의 정영석변호사는 "(B씨로) 특정이 됐기 때문에 모욕죄로 고소할 수 있다고 보인다"며 "통상 고소하는 과정에서 합의해 합의금으로 정신적 손해를 보상받거나, 처벌 후 불법행위를 이유로 민사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보상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해자현의 조은결 변호사는 "고소를 한다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형법상 모욕죄로 고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유죄 판결까지 확정된다면 당연히 이를 근거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