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민간 확대 논란… 법으로 본 ‘재산권 침해’
분양가 상한제 민간 확대 논란… 법으로 본 ‘재산권 침해’
재건축 조합 “재산권 침해, 정부와 소송까지 불사”
국토부 “조합의 기대이익보다 공익 더 커”
헌법재판소, 앞서 2008년 비슷한 사건에 대해 “재산권 침해 아니다” 결론

9일 오후 광화문에서 열린 '분양가상한제 소급적용 저지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총궐기대회'에서 참가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진연수 기자) / 저작권자 (C) 연합뉴스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 재건축 아파트까지 확대 적용하려는 정부 정책을 정부가 발표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 커지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적용 대상 아파트 주민들 간의 충돌도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 9일 광화문에서는 분양가 상한제에 반대하는 시민 1만2000명이 모여 ‘저지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부동산 관련 단일 집회로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렇게까지 폭발력을 보이는 이유는 규제 적용 범위에 따라 몇 조원이 왔다갔다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는 이번 규제로 분양 수익이 1조원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구당 예상 손실은 1억원 정도다.
국토교통부는 여전히 “10월까지 시행령을 수정하겠다”며 밀어붙이고 있다. 조합 측도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맞서고 있는 중이어서 앞으로도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분양가 상한제의 ‘위헌 여부’에 대해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체로 “위헌이 아니다”란 입장에 무게가 실린다.

분양가상한제 민간택지 확대를 둘러싼 법적 쟁점 / 이미지 제작 : 안세연 기자
논란의 핵심은 재산권 침해 여부다. 조합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인 재산권이 침해받았다는 입장이다. 우리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제한할 경우에는 엄격한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과잉금지의 원칙이 그것이다. 우선 목적이 정당해야 하고 이를 달성할 수단도 적합해야 하고 이로 인해 국민이 받게 될 침해도 최소화해야 한다. 조합 측은 정부가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소급(遡及)입법에 의한 재산권 침해라는 주장이 있다. 나중에 만들어진 법으로 과거에 있었던 일을 규제해서는 안 되는데, 정부의 이번 정책은 그런 방식으로 재산권 침해가 이뤄졌다는 말이다. 헌법 13조 2항은 모든 국민이 소급입법에 의해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민의 사유재산을 보호하고 법적인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안전장치 규정이다. 조합 측 주장에 따르면 이번 규제의 적용 대상은 사실상 분양이 확정된 단지인데 정부가 뒤늦게 만든 법안으로 조합원의 재산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합 측은 수단의 적절성을 지적한다. 재산권 제한은 법률로써 하게 되어 있는데 정부가 시행령 개정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다. 법은 국회에서 제정하지만 하위법인 시행령은 대통령 등이 위임받아 구체적으로 결정한다. 조합은 “정 규제를 하려거든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 규제하라”고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조합 측의 주장에 대해 “재산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우선 분양가 상한제가 ‘집값 안정’이라는 공익 목표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헌법 35조는 국가가 국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고, 37조 2항 역시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분양가 상승)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소급’ 논란에 대해서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분양 승인을 받기 전이라면 분양에 대한 사실관계가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예상 분양가격과 사업가치는 기대이익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법률로 보호되는 확정 재산권이 아니라는 취지다. 이어 이 실장은 “공익이 조합의 기대이익보다 크다”고 덧붙였다.
시행령 개정이 조합 측에도 충분한 득이 된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시각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지난 29일 열린 토론회에서 이를 뒷밤침했다. 최 소장은 “상한제가 실시되면 공공에서 토지비와 건축비를 들여다볼 수 있다”며 “합리적 가격 검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상한제의 위헌 여부에 대해서는 “아니다”는 쪽으로 법조계 의견이 기운다. 앞사 헌법재판소가 비슷한 쟁점이 있었던 사안에 대해 “위헌이 아니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헌법재판소에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관련 사건이 올라왔다. 이 사건은 재건축 사업 시 증가하는 용적률의 25% 범위 내에서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짓도록 하는 정부의 개정안에 대해 조합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시작된 헌법소원심판이었다.
당시 조합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소급과 재산권 평등권 등 기본권 침해를 문제 삼았다. ‘상한제’로 정책 명만 바뀌었을 뿐 소급 적용으로 인해 재건축 조합원들의 이익 감소가 위헌 논란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구조가 비슷하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재건축 임대주택 공급 의무제도를 재산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해당 제도는 투기를 방지하고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도모하고자 도입한 제도”라며 공익에 무게를 실어줬다. 또한 “제도의 적용 범위가 한정되어 있고, 비율에 차등을 두어 피해를 최소화하는 장치를 마련했다”며 제도 자체보다도 내용에 주목했다.
헌재의 이런 판시 내용은 분양가 상한제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 가지 쟁점 중 ‘재산권’에 대해 헌재가 “주택 부족 문제를 완화한다는 점에서 공익이 이해 관계자의 이익에 비해 매우 크다”고 판단한 점이 들어맞는다. 또한 헌재는 ‘소급’에 대해서도 “일반분양을 완료하고 청산 절차를 종료하기 전까지는 수익 규모가 확정됐다고 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더군다나 헌법재판소 판결까진 최소 2~3년이 걸리기 때문에 조합 입장에서 소송의 실익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