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거짓말로 가득 찬 전과 11범 딸의 인생 속 유일한 진실 '부정(父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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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거짓말로 가득 찬 전과 11범 딸의 인생 속 유일한 진실 '부정(父情)'

2019. 11. 19 16:38 작성
안세연 인턴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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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4만원 훔치다 잡힌 여성⋯"아들이 아프다"며 빌어

경찰 조사에서 밝혀진 거짓말들⋯아들도 없고, 언니 이름과 주민번호 대

'정신 장애' 인한 거짓말과 절도 행각,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의 판단은?

출소 3개월 만에 재판을 받게 된 전과 11범의 딸. 그래도 아버지는 끝까지 딸을 포기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해당 이미지는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코리아

2017년 7월의 어느 날 새벽. 일흔살 아버지는 해가 뜨기 전에 집을 나섰다. 교도소에서 나오는 딸을 마중 나가기 위해서였다. 통영에서 충주교도소까지 자동차로만 4시간이 걸렸다. 내비게이션에 '충주교도소'를 넣으면 아무 결과도 나오지 않는다. 버스가 하루에 2번밖에 다니지 않는 외진 곳이다.


"도둑질 같은 건 이제 하지 않을래요." 면회를 할 때마다 딸은 반성한다고 했다. 출소만 하면 고향에 내려와 아버지랑 같이 살기로 약속했다. 아버지는 이 말을 믿었다. 그런데 교도소 철문 앞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딸은 나오지 않았다. "왜 제 딸이 나오지 않죠? 무슨 일 있나요?" 교도관에게 물었다. "이틀 전에 이미 출소했다"는 당황스러운 답이 돌아왔다. 딸은 아버지에게 출소 날짜를 숨기고, 이틀 전 어디론가 떠났다.


범행 횟수 46회⋅전과 11범⋯출소 3개월 만에 또 재판

그로부터 2년 3개월. 딸은 전과 11범이 되어 있었다. 법원이 인정한 범행 횟수만 46회였다. 출소하면 잡히고 또 출소하면 다시 잡혔다. 이번에도 출소 3개월 만에 재판을 받게 됐다. 매번 절도였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국민참여재판이 열리기까지 있었던 일이다. 아버지 유모(70)씨는 딸 유모(42)씨에 대해 "마음이 아픈 아이"라고 했다. "정신병원에도 입원시켜봤지만, 퇴원하면 다시 죄를 저질렀습니다." 딸 유씨는 '과대망상 및 충동 조절 어려움'이 있었다. 아버지 유씨는 "차라리 치료감호소에 수감시키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피고인 유씨는 이날 재판에서 실형이 불가피했다. 전과가 많았고 실형을 살고 나온 뒤 40일 만에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집행유예나 벌금형은 불가능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소 징역 3년이었다.


이 때문에 이날 재판의 쟁점은 '정신장애가 있는 상습 절도범의 범죄를 어디까지 봐줄 수 있느냐'가 돼야 했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유씨가 한 거짓말이 잇따라 확인되며 관심이 그쪽으로 쏠렸다. 유씨는 붙잡힐 당시, 경찰 조사에서, 또 검찰 조사에서 끊임없이 거짓말을 했다.


첫 번째 거짓말 : "아이가 아파요, 병원비가 없어요"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유씨의 거짓말이 드러났다.


유씨가 경찰에 붙잡힌 건 지난 8월 11일 새벽 2시쯤이었다. 편의점에서 현금 4만원을 집어들고 달아나던 중 편의점 주인 부부에게 붙잡혔다. 유씨는 "신고하지 말아달라"고 빌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가 아프다. 그런데 병원비가 없다. 그래서 그랬다"고 말했다. 무릎 꿇고 빌었다.


진심으로 뉘우치는 것처럼 보였지만 틈이 보이자 도주를 시도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편의점 주인에게 붙잡혔고, 4분 만에 출동한 경찰에게 현행범 체포됐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편의점 주인은 "힘들고 엄한 사람을 괜히 처벌받게 한 것 같아서 잠을 못 자겠다"며 "당시 유씨가 남편이 있고, 아들도 아픈데 병원비가 없다고 말한 점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씨는 결혼하지 않았고, 아들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두 번째 거짓말 : "나는 유〇〇, 주민번호는⋯"

유씨는 경찰서에 도착하자마자 두 번째 거짓말을 했다.


신원을 묻는 경찰에 친언니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말한 것이다. 진술서에도 친언니 정보를 입력했고 서명까지 위조했다. 이 때문에 재판에서 절도와 폭행치상 외에도 사문서위조⋅행사, 사서명 위조⋅행사,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가 올랐다.


주민등록법 위반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혐의에서 빠질 수 있었다. 하지만 친언니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유씨는 경찰 조사에서 "가족과 거의 의절한 상태"라고 진술했다.


법원이 인정한 범행 횟수만 46회, 전과 11범의 그녀는 출소 3개월 만에 또 재판을 받게 됐다. /박남규 디자이너


유씨가 훔친 건 편의점에 있던 현금뿐이 아니었다. 편의점에 앞서 의류 가게에서 도난방지 택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각각 10만원 상당의 옷⋅가방을 훔쳤다. 범행 사이 간격은 2분이었다. 또 음식 프랜차이즈 업체 2곳에서 현금 37만원을 훔친 혐의도 있었다. 빵집에서는 8000원 상당의 계란빵과 요구르트를 훔쳤다.


세 번째 거짓말 : "아버지가 폐암 말기로 많이 아파요"

세 번째 거짓말도 경찰 조사에서 나왔다.


유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가 80세인데 현재 폐암 말기인 상태"라고 말했다. 선처를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80세도 아니었고 폐암 말기도 아니었다.


유씨의 아버지는 70세였다. 폐암 말기에 대해서도 이날 재판정에 나온 검사가 "사실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검사는 "이 부분이 신경 쓰여서 특별히 확인했다"며 "아버지에게 전화 통화해 확인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씨는 "아버지는 폐암 말기가 맞다. 고모부에게 직접 확인했다"고 반박했지만, 앞서 여러 거짓말을 확인한 배심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녀의 인생에서 유일했던 진실, 아버지의 '부정(父情)'

유씨 아버지는 이날 재판정에 나오지 못했다. 아버지 직업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일을 쉬면 생계가 곤란한 상황이라고 했다. 유씨 변호인은 "아버지가 통영에서 거주하는데 피해자에게 지극 정성이다"며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출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재판에서 공개된 진술들을 종합하면 유씨의 아버지는 생활고에 시달렸지만, 최선을 다해 딸의 뒤치다꺼리를 했다. 마음이 아픈 딸을 위해 없는 살림에도 정신병원에 입원시켰고, 교도소에 수감될 때마다 수시로 면회를 하러 갔다.


면회 시간은 길어야 30분 정도다. 아버지는 30분간 딸을 만나려고 기꺼이 몇 시간에 걸쳐 교도소를 찾았다.


모든 재판 절차가 끝나고 딸 유씨의 최후진술이 시작됐다. 유씨의 말투는 어눌했고, 했던 말을 반복했다. 대부분 주어와 서술어가 엉켜 문장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명료했다. "아버지 건강이 매우 안 좋다. 아버지께 너무 죄송하다. 생활고가 상당하시다. 내가 햇살 속에서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하겠다." 유씨는 10분 동안 이어진 최후진술에서 이 말을 3번 넘게 반복했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 절도 11범에 대한 배심원과 재판부의 판단은?

검사는 유씨에게 징역 3년과 함께 치료감호를 내려달라고 청구했다. 치료감호란 징역형을 내리는 동시에 일반적인 교도소가 아닌 치료감호시설에 수용하는 사법절차를 말한다.


검사는 "유씨가 6회의 정신병원 입원전력이 있고, 2016년 9월 정신장애 3등급을 판정받았다"며 사회에 풀어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유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 검사의 청구대로 치료감호 처분을 명했다.


배심원 7명 전원도 재판부와 판단을 같이했다. 양형에 대해서도 과반수인 5명이 "1년 6개월이 적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치료감호 1년 6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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