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25년이 선고될 확률…단 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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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25년이 선고될 확률…단 0.06%

2021. 12. 17 18:01 작성2021. 12. 24 12:00 수정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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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간 1심 실형 선고 총 12만 8017건

그 중 징역 25년 이상 확정된 건 74건

사람을 죽이거나, 죽인 거나 다름없을때 징역 25년이 선고됐다

판결문에 담긴 '징역 25년'의 무게는 어느 정도일까. 대체 판사들은 어떤 범죄를 저지른 경우여야 그만큼의 형량을 내리는 건지 알아봤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9살 의붓딸을 12년간 성폭행한 남자. 판결문을 통해 드러난 범행 횟수만 343회였다. 거의 열흘에 한 번꼴이었다. 아이는 강제 임신과 중절을 반복해야 했다. 이 끔찍한 범죄는 아이가 어른이 된 다음에서야 비로소 멈출 수 있었다. 그런 가해 남성에게 지난 10월 법원이 선고한 형량은 징역 25년이었다. 재판부는 "범행이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참혹하다"고 말했고, "중형이 불가피하다"고도 했다.


그런데 이 같은 재판부의 엄중한 꾸짖음에도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중형'이라고 말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파괴하고 받은 처벌 치고 턱없이 작은 처벌이기 때문.


그래서 판결문에 담긴 '징역 25년'의 무게는 어느 정도일까 궁금해졌다. 대체 판사들은 어떤 범죄를 저지른 경우여야 그만큼의 형량을 내리는 걸까? 로톡뉴스가 확인한 결과, 징역 25년은 현행법체계에서는 굉장히 무거운 처벌에 속했다.


대법원이 공개한 최근 2년 치 형사 판결문 중 징역 25년 이상이 선고돼 확정된 사례는 단 74건에 불과했다.


총 12만 8017건 중 단 74건

매년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펴내는 '사법연감'. 한 해간 우리 법원이 내놓은 판결 동향을 볼 수 있는 자료다.


올해 발행된 '2021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1심 형사 재판에서 징역형의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6만 4886건이었다. '2020년 사법연감' 기준으로는 6만 3131건이었다. 항소심을 거치며 집행유예 등으로 감형되는 경우를 배제하고, 단순 계산만 해보면 2년간 총 12만 8017건의 실형 선고가 나온 셈.


현행법상 유기징역은 징역 30년까지 선고할 수 있고, 가중처벌을 받은 경우에 한해 최대 50년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이에 ① 징역 25년부터 징역 50년까지의 유기징역, ② 무기징역, ③ 사형이 선고·확정된 사건을 검토했다. 그 결과 74건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는 전체 실형 사건 대비 약 0.06% 수준이었다.


우리 법원의 태도를 보면, 징역형의 집행유예 대신 실형을 선고한다는 자체가 범죄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척도와 같다. 이처럼 하나같이 손에 꼽을 만큼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1만명 모아도, 그중 단 6명에게만 징역 25년 이상이 선고된 것이다.


사람을 죽이거나, 죽인 거나 다름없거나

최근 2년, 징역 25년 이상이 선고·확정된 사건 74건 중 73건이 살인죄를 저지른 경우였다.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했거나 시체를 훼손하고, 강도나 방화 등 추가 범죄를 저지른 사례가 대다수였다.


지난해 5월, 인천지법에서 징역 20년 이상이 선고된 사건이 있었다. 가해자는 계부 A씨였다. 그는 목검 등으로 아이를 수백 차례 내려치는가 하면, 아이의 몸을 들어 방바닥이나 화장실로 집어 던지기까지 했다. 아이가 숨지던 날에도, A씨는 아이를 폭행했고 팔과 다리를 뒤로 꺾어 묶은 채로 방치했다. 상습 아동학대와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는 1심에서 징역 22년이 선고됐다가, 2심에서 징역 25년이 선고·확정됐다.


사람을 죽이지 않고도 징역 25년 이상이 선고된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지난달 대법원에서 징역 42년이 확정된 '박사방'의 조주빈이 그중 하나다. 바꿔 말하면, 사람을 잔인하게 죽인 거나 다름없는 범죄여야만 했다.


비록 항소심에서 감형이 이뤄지긴 했지만, 살인 혐의가 아닌데도 1심에서 징역 25년이 선고된 경우가 존재했다.


앞서 의붓딸을 12년간 성폭행한 사례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친딸을 성폭행한 남자였다. 이 사건 B씨는 12살이었던 딸이 27살이 될 때까지 15년간 성폭행을 거듭했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4차례나 임신 중절을 했다. 글로 쓰기엔 어려운, 상식적으론 이해할 수 없는 만행들도 함께였다.


지난해 5월, 1심을 맡았던 울산지법은 B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는 "일반인으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장기간에 걸쳐 참혹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적혀 있었다. 다만, 해당 사건은 2심에서 징역 20년으로 감형돼 확정됐다.


역대 최대 유기징역 '45년' 선고된 사건

최근 2년 내 확정된 사건 중에선 징역 25년을 넘는 경우도 드물지만 있었다. 지난 2019년 11월, 서울남부지법은 국내 형법이 제정된 이후 무기징역을 제외하고는 가장 긴 유기징역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 30대 중국인 C씨는 자신이 살던 건물 인근에서 무작위로 2명을 골라 살해했다. 단 5시간 만에 벌어진 연쇄 살인이었다. C씨는 경찰에 붙잡힌 뒤에 "아무나 죽이려고 칼을 구입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서울고등법원은 C씨에게 내려진 징역 45년을 그대로 확정했다.


친척 어른을 흉기로 90차례나 찌른 사람도 있었다. 이 사건 피해자는 먼 친척임에도 불구하고 부모처럼 가해자 D씨를 보살폈지만 돌아온 건 잔인한 범죄였다. 지난 2019년 10월, 대구지법 안동지원은 D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D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하던 날, 대구지법 안동지원 재판부는 판결문 끝에 피해자와 그 유족을 향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영면하신 피해자와 그 유족분들에게 우리 재판부는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유족들 입장에서는 오늘 판결 내용이 오히려 부족하다고 느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재판부로서는 피해자와 유족들이 당한 고통과 상처를 비롯하여 이 사건의 실체를 적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터잡아 피고인에게 우리 실정법 체계가 예정하고 있는 엄정하고도 적정한 형벌을 부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여 이 사건을 정성껏 심리하고 판단하려 노력하였음을 밝힙니다."


이후 D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는데, 오히려 징역 5년이 더 늘게 됐다. 지난해 대구고법과 대법원은 D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이를 그대로 확정했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2일 네이버 로톡뉴스 프리미엄에 먼저 발행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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