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겐 장난, 국가에는 손해⋯"난 코로나 환자" 거짓말쟁이에게 적용될 법 3가지
당신에겐 장난, 국가에는 손해⋯"난 코로나 환자" 거짓말쟁이에게 적용될 법 3가지
멀쩡한 사람들의 '코로나19 감염자' 행세
시민들 불안 증폭⋯119 출동 등 국가 행정력 낭비까지
경범죄·업무방해죄 그리고 공무집행방해죄까지 적용 가능

[긴급이송 위해 출동하는 앰뷸런스] 23일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중앙119구조본부에서 119 구급대 앰뷸런스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이송을 위해 확진자가 있는 대구 시내 각 지역으로 출동하고 있다. 중앙119구조본부는 대구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늘어남에 따라 전날부터 전국 시·도에서 18대의 앰뷸런스를 차출해 환자이송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광주의 한 서점.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조심스럽게 책을 고르던 분위기가 삽시간에 깨졌다. 방문객 A씨가 갑자기 쓰러지면서다. 신고를 받은 119대원이 출동했을 때 A씨는 머리를 뒤로 떨군 채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그때 A씨는 모두가 깜짝 놀랄만한 말을 했다.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에 다녀왔다! 중국 사람도 접촉했다!"
이 말 한마디에 서점 안은 비상이 걸렸다. 방역복으로 중무장한 구급대원들이 A씨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급히 이송했다. 곧이어 긴급 방역이 이뤄졌고, 서점은 폐쇄됐다. A씨와 접촉한 119대원도 다급하게 격리 조치가 이뤄졌다.
그런데 A씨는 병원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도망쳤다. 알고 보니 그는 코로나19 감염자도, 신천지 신도도 아니었다. 모두 거짓말이었다.
사건 당일은 코로나19 확진자가 433명으로 껑충 늘어난 날이었다. 전날엔 2명의 사망자 발생하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던 때였다. 그래서 A씨의 거짓말은 파급력이 대단했다.
A씨처럼 감염자 행세를 하거나 가짜 '확진자 동선'을 올리는 등의 사건이 벌써 10건 이상 발생했다. 처음엔 심한 장난으로 볼 정도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거짓말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방역복을 입은 구급대원 여러 명을 출동시키게 하거나 특정 상점을 폐쇄하도록 하는 악질적인 거짓말이 급증했다.
이들 때문에 진짜 환자들에게 투입돼야 할 공권력이 낭비되고, 정부의 방역 활동에 혼선이 빚어졌다. 이런 거짓말은 어떻게 처벌될까.
변호사들은 "당연히 처벌된다"며 "어떤 죄로 처벌될지의 문제"라고 했다.
법률 자문

①"나 환자야" 대중에게 거짓말 : 경범죄 처벌법
가장 먼저 검토된 법률 조항은 '경범죄 처벌법'이다. 법무법인 갑을의 옥민석 변호사는 "(A씨와 같은 행위는) 경범죄 처벌법 제3조 제1항 제19조의 불안감 조성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해당 조항은 정당한 이유 없이 타인에게 불쾌감과 혐오감을 주어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를 처벌하며, 위반 시 10만 원 이하의 벌금 등에 처한다.
법률사무소 오페스의 송혜미 변호사도 경범죄로 처벌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송 변호사는 "코로나19 감염자 행세를 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면 허위사실을 유포해 불안감을 조성한 점을 근거로 경범죄 처벌법상 불안감 조성을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훈의 권오훈 변호사도 "허위신고 행위가 경범죄처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②가게 및 병원 등 영업활동에 지장을 줬다면 : 업무방해죄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다녀간 가게는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긴다. A씨 사례처럼 방역당국은 서점 하나 정도는 어렵지 않게 일시 폐쇄시킨다.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 입장에서는 사활이 달린 문제다.
이렇게 막대한 영향을 주는 거짓말은 별도로 처벌될 수 있다.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업무방해죄다. 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속초의 한 병원에 코로나 19 의심환자 2명이 입원 중"이라는 루머가 유포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수사기관은 24일 이 루머를 퍼뜨린 사람을 불구속기소 했다.
송혜미 변호사는 "어떤 병원에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입원 중이라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면 해당 허위 사실의 유포로 병원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율인의 윤승환 변호사도 "업무방해죄로 처벌 할 수 있다"고 했다. 옥민석 변호사도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성립해 5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③119 구조대원 등 공권력 낭비하게 했다면 : 공무집행방해죄
광주의 서점에서 '거짓 난동'을 피운 A씨는 서점 주인에게만 피해를 입힌 게 아니다. A씨를 진짜 환자라고 간주하고 긴급 출동한 119 구급 대원에게 준 피해도 막대하다. A씨 때문에 애꿎은 사람들이 격리됐다가 해제되는 등의 혼선을 빚은 점도 정부가 받은 피해다.
체계적으로 연결된 정부의 코로나19 관리 시스템을 흔들 수 있기 때문에 엄하게 처벌하는 것이 필요하다.
변호사들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장애) 사태 때도 허위 소문을 내서 경찰이나 보건소 공무원의 일을 방해했던 사람에게 경찰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했었다.
권오훈 변호사는 "허위 신고에 속아서 허위 신고라는 것을 알았으면 하지 않았을 대응조치를 하게 된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며 "실제로 최근 하급심에서는 악의적인 허위신고자에게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한 것을 인정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의심 증상 발생 시에는 '국번 없이 1339' 또는 지역 보건소로 전화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