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재판 연기…헌법 84조 vs 68조, 어떤 조항이 왜 이겼나
이재명 대통령 재판 연기…헌법 84조 vs 68조, 어떤 조항이 왜 이겼나
헌법 84조 '불소추 특권'과 68조 '판결로 자격 상실'
법원의 판단 근거와 법리 쟁점 심층 분석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재판이 연기되면서 대한민국 헌법 두 조항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서울고법이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제84조를 근거로 재판 연기를 결정하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9일 '대통령도 판결로 자격을 상실할 수 있다'는 헌법 제68조를 들어 반박하면서다. 현직 재판부와 검사 출신 법무부 장관의 헌법 해석이 맞붙은 것이다.
대통령 취임 전 시작된 재판을 재직 중에도 계속할 수 있는지는 역대 어느 대통령도 겪지 못한 초유의 사안이다. 이 때문에 이번 논쟁은 단순한 정치 공방을 넘어, 국가원수의 특권과 법치주의 원칙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중대한 헌법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헌법 제84조와 헌법 제68조의 법적 쟁점을 살펴보고,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는 게 타당할지 정리했다.
헌법 제84조와 헌법 제68조
헌법 제84조(대통령의 불소추 특권)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국가원수로서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보장하려는 취지다. 서울고법은 이 조항을 근거로 이 대통령의 재판을 연기했다.
반면, 헌법 제68조(대통령의 궐위 시 선거) 2항은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정한다. 한동훈 전 대표는 대통령도 '판결'로 자격을 잃을 수 있다는 이 조항을 들어 재판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 '소추'의 범위: 헌법 제84조의 '소추'가 검찰의 '기소'만을 의미하는가, 아니면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가?
- '판결로 자격 상실'의 의미: 헌법 제68조가 재직 중인 대통령에게도 재판이 가능함을 전제하는 조항인가?
- 두 조항의 우선순위: 두 조항이 충돌할 때 어떤 조항이 우선인가?
서울고법 "재판 중단이 맞다"(헌법 제84조 우위론)
서울고법과 같이 헌법 제84조를 우선해야 한다는 견해는 '국정 안정'을 최고 가치로 둔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이 재직 중 계속 법정에 불려 나온다면 국정은 마비되고 국가의 권위와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 헌법 제84조는 이를 막기 위한 필수적인 장치라는 주장이다.
또한, 서울고법은 헌법 제84조 '소추'를 넓은 의미로 봤다. '소추'의 의미를 단순히 공소제기(기소)로 한정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대통령이 국정에 전념하게 하려는 헌법적 결단인 만큼, 기소는 물론 재판 진행까지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다.
과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재직 중에는 공소시효가 정지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20도3972, 헌재 95헌마100). 이는 헌법 제84조를 단순히 '기소 금지' 조항이 아니라, 퇴임 전까지 형사 절차 전체를 멈추는 규정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법원이 이번에 재판을 연기한 가장 강력한 근거다.
특히 파기환송심은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이 파기된 후 다시 심리하는 절차로, 새로운 재판으로 볼 수 있는 특수성이 있다. 사건을 환송받거나 이송받은 법원이 다시 변론을 거쳐 재판하기에 새로운 심리절차로서 헌법 제84조의 적용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있다.
한동훈 "재판 계속해야 한다"(헌법 제68조 우위론)
한동훈 전 대표와 같이 헌법 제68조를 강조하는 견해는 '법치주의 원칙'을 앞세운다.
헌법 제68조 2항은 대통령도 '판결'로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음을 명시했다. 대통령이라도 법의 심판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법치주의 원칙을 담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는 "민주당과 서울고법 주장대로라면 헌법 68조의 '판결로 대통령 자격을 상실한 때'라는 문구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헌법 제84조의 '소추'를 검사의 공소제기로만 해석하면, 대통령 취임 전 이미 시작된 재판은 계속 진행될 수 있다. 대통령 취임 전 이미 시작된 재판은 '새로운 소추'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헌법재판소 소수의견은 "헌법 제84조는 공소시효 정지에 관한 명문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선거 관련 범죄 재판을 중단하는 것은 유권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재판을 통해 밝혀지는 사실은 국민의 정치적 판단에 중요한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두 조항은 각각 '국정 안정'과 '법치주의'라는 헌법적 가치를 담고 있다. 핵심은 대통령 취임 '전'에 시작된 재판과 취임 '후' 새로운 소추를 구분하는 것이다. 단, 파기환송심은 새로운 변론을 거치는 특수성이 있어 해석의 여지가 남는다.
헌법 제84조 우위가 좀 더 타당
현재까지의 판례와 법 논리를 종합하면, 서울고법의 결정처럼 헌법 제84조에 무게를 두는 해석이 더 타당해 보인다.
국정 공백과 혼란을 막기 위한 헌법 제84조의 명시적 규정이 더 직접적이고, 대법원과 헌재 다수의견이 '소추'를 넓게 해석해 '형사절차의 정지'로 보고 있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또한, 헌법 제68조는 대통령이 판결로 자격을 잃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규정한 것이지, 반드시 재직 중 재판을 강제하는 조항으로 보긴 어렵다.
따라서 서울고법의 재판 연기 결정은 헌법적 근거가 충분하다고 평가된다. 다만 이는 범죄 혐의에 대한 면죄부가 아닌, '재직 중 일시 정지'를 의미한다. 대통령 퇴임 후에는 멈췄던 사법의 시계가 다시 정상적으로 흘러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