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가던 길 기름 넣었다 날벼락…물 섞인 경유 판 주유소 "몰랐다"는 말로 끝날까요?
고향 가던 길 기름 넣었다 날벼락…물 섞인 경유 판 주유소 "몰랐다"는 말로 끝날까요?
같은 주유소에서 기름 넣은 차량 10여대 고장⋯불량 경유 파문
'수분 혼합'도 석유사업법 제재 대상⋯차 고장났다면? 민사배상까지

추석을 맞아 고향에 가던 차들이 줄줄이 멈춰 섰다. 한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었는데, 물 섞인 경유가 주유되면서다. 주유소 측은 "난생처음 있는 일"이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는데, 법적으로 보면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게티이미지코리아·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추석이었던 지난 10일, 전북 남원에서 차량 십수대가 줄줄이 멈춰서는 사건이 발생했다. 차가 덜덜거리며 흔들리더니 급기야 시동마저 꺼졌다.
모두 같은 주유소를 들러 경유를 넣은 직후에 발생한 일이었다. 알고 보니 해당 주유소에서 판매한 경유에 '물'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사건 직후 한국석유관리원이 현장에서 실시한 간이 시약 검사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신고 건수만 20여 건에 육박하는 상황. 해당 주유소 측은 "왜 물이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에쓰오일 측에서 공급받은 경유를 판매했을 뿐"이라고 해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설레는 귀향길 발목을 잡은 '불량 경유' 파문. 법으로 보면 단순히 "물이 섞인 줄 몰랐다"는 말로는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은 불량 석유제품을 시중에 판매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특히 '가짜 석유'처럼 저질 석유를 혼합해 양을 늘린 경우뿐 아니라, 이번 경우처럼 수분이 섞인 품질 부적합 석유도 제재 대상이다(제27조). 차량 연료 필터에 일정량 이상 물이 들어가면, 시동이 꺼지는 등 심각한 고장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만약, 이 사건 경유가 한국석유관리원 정밀 검사 결과에서도 품질 부적합 판정을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품질 부적합 석유를 직접 판매한 주유소에는 6개월 이내 영업정지 같은 행정처분을 할 수 있다(제13조 제1항 제11호). 더 나아가 형사 처벌이 이뤄질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이다(석유사업법 제45조).
과징금도 부과되는데 이때는 해당 석유를 공급한 에쓰오일 측도 책임을 질 수 있다. 주유소에는 과징금 3000만원, 석유정제업자에겐 최대 10억원이 부과된다(석유사업법 시행규칙 제17조 제1항).
피해 차주들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도 물어야 한다. 물 섞인 경유를 고의가 아닌 과실로 판매한 경우라도 마찬가지다.
서초동의 A변호사는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본다"며 "과실 정도에 따라 일부 책임이 경감될 순 있어도, 차량 고장 등에 따른 손해를 물어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또 다른 B변호사는 "이미 동일한 피해를 입은 차량이 19대나 있다는 점도 주유소 측에 불리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결로나 빗물 유입 등이 원인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주유소 관리자가 충분한 주의를 다하지 않아 생긴 귀책사유로 판단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석유에 물이나 이물질 등이 섞이면 곧장 차량 고장으로 이어지는 만큼, 석유 판매자라면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 B변호사의 지적이다.
판례 입장도 이와 동일했다. 지난 7월, 서울중앙지법은 비슷한 사고를 낸 경기 평택의 C주유소에 대해 "주유소를 운영하는 자로서는 주기적으로 주유탱크 내 수분체크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 역시 경유와 물이 혼합돼 주유되면서 총 22대 차량이 피해를 입은 상황이었는데, 당시 C주유소 측은 각 차주들에게 총 6500만원 상당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했다. 이후 자신들은 임차인에 불과하다며, 주유소 실소유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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