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숨진 병원서 날아온 '리뷰 이벤트' 문자... 수면내시경 사망 사고, 누구 책임일까
남편 숨진 병원서 날아온 '리뷰 이벤트' 문자... 수면내시경 사망 사고, 누구 책임일까
광명 내과의원서 40대 남성 수면내시경 중 뇌손상 사망
유족 '업무상 과실치사' 고소
변호사 "사전 평가·사후 대응 타이밍이 핵심"

경기도 광명의 한 내과에서 수면 위내시경을 받던 40대 남성이 저산소성 뇌 손상 끝에 숨져 의료사고 수사가 진행 중이다. /셔터스톡
가족이 내시경 검사를 받다 응급상황에 빠져 결국 숨을 거뒀는데, 정작 해당 병원에서는 "리뷰를 남겨달라"며 건강검진 상품을 홍보하는 자동 발송 문자가 날아왔다.
황망한 유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이 비극적인 사건은 단순한 기계적 실수를 넘어, 수면내시경 의료사고의 치열한 법적 책임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프로포폴 80mg 맞고 깨어나자…미다졸람 2mg 추가, 그리고 청색증
지난해 12월, 경기도 광명의 한 내과의원에서 수면 위내시경 검사를 받던 46세 남성 안모 씨가 저산소성 뇌 손상에 빠진 뒤 해를 넘겨 1월 중순 결국 사망했다.
기저질환 없는 중등도 비만이었던 안 씨는 프로포폴 80mg을 투여받고 검사를 받던 중 깨어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의료진이 진정제인 미다졸람 2mg을 추가 투여했고, 직후부터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지며 얼굴이 파랗게 질리는 청색증이 나타났다.
상급병원으로 이송돼 심장 박동은 겨우 돌아왔지만 끝내 숨을 거뒀고, 유족은 의료진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유족 "기도 좁은 위험군 무리하게 강행" vs 병원 "지침 따른 적절한 조치"
양측의 입장은 팽팽히 맞선다.
유족 측은 "사전 기록상 안 씨는 기도가 좁아 산소 확보가 어려운 '말람파티 4등급' 위험군이었음에도 무리하게 약을 추가해 검사를 강행했다"며 "산소포화도가 떨어진 지 10분이나 지난 뒤에야 기관삽관이 이뤄지는 등 대처가 지체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반면 병원 측은 "수면내시경 중 약물 추가는 아주 일반적인 진료 과정이며, 산소포화도 저하 즉시 검사를 멈추고 지침에 따라 적절한 타이밍에 응급조치를 다 했다"고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형사처벌 핵심은 인과관계 입증⋯"1~2분 빨랐다면 무조건 살았을까"
법원은 이러한 수면내시경 사고를 어떻게 판단할까.
김정기 변호사(로엘 법무법인)는 21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해 형사상 업무상 과실치사죄 성립의 핵심은 '예견 가능성'과 '회피 가능성'이라고 짚었다.
김 변호사는 "법원은 사전 평가, 검사 진행 판단, 사후 대응, 인과관계 등 4가지를 엄격하게 따진다"며 "특히 '의사가 조치를 1~2분 더 빨리했다면 환자가 무조건 살았을까'를 증명해야 하는 인과관계 입증이 실무상 가장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판례를 보면, 대처가 명백히 늦었거나 환자 관찰을 소홀히 한 경우에만 유죄나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
2021년 산소포화도 저하 상황에서 회복실 관찰을 소홀히 해 청색증이 올 때까지 방치한 사건이나, 대장내시경 후 천공을 호소하는 환자를 방치해 복막염에 이르게 한 사건 등에서는 의료진 과실이 뚜렷하게 인정됐다.
반면, 예측과 대처가 사실상 불가능한 '공기색전증(내시경용 공기가 혈관에 들어가 막히는 치명적 증상)' 같은 부작용에 대해서는 의사가 즉각적인 조치를 다 했다면 병원 책임을 묻지 않은 사례도 존재한다.
이번 사건 역시 환자에게 미다졸람을 추가한 판단의 합리성과, 이상 증상 발생 후 10분이 지나 기관삽관을 한 대처의 적절성이 객관적 기록을 통해 입증되어야 할 핵심 쟁점이다.
민사 소송 배상 가능성도 존재⋯"의무기록·CCTV·119 기록부터 확보해야"
만약 가족이 유사한 의료사고를 겪는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김 변호사는 "당황하지 말고 3가지 증거부터 확보하라"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는 "투약 시간과 산소포화도가 분 단위로 적힌 의무기록 일체와 조작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컴퓨터 로그 기록, 응급카트 도착 등 지연 시간을 초 단위로 입증할 내시경실 CCTV 영상, 그리고 동네 병원 기록과 대조해 볼 119 구급대 및 상급병원 이송 기록"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형사 소송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가 나오더라도, 민사 소송에서는 병원의 관리 소홀 책임이 일정 부분 인정돼 배상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실무상 흔하다.
결국 감정을 배제하고 얼마나 신속하게 객관적인 단서를 확보하느냐가 유족의 기나긴 싸움을 좌우할 관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