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 빠졌다" 제주항공 참사 특별법 시행에도, 유족은 거리로 나선다
"진상규명 빠졌다" 제주항공 참사 특별법 시행에도, 유족은 거리로 나선다
오늘부터 제주항공 참사 특별법 시행
유족들 "자영업자·프리랜서 치유 휴직은 대상 제외, 반쪽짜리 법"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30일 방송 장면. /김종배의 시선집중 유튜브 캡처
전남 무안공항에서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반년 만에 피해 지원 특별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가장 중요한 진상규명 조항이 빠지고, 피해자 지원책마저 구멍이 숭숭 뚫린 반쪽짜리 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협의회 김유진 대표는 3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특별법과 시행령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김 대표는 "병원비 지원 등은 감사하지만, 유가족들이 1순위로 원하는 것은 179명이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 아는 것"이라며 "세월호나 이태원 특별법과 달리 저희 법에는 진상규명이 아예 빠져 있다"고 밝혔다.
"깜깜이 조사에 서약서까지" 진상규명 절차 부재
유족들이 가장 큰 문제로 꼽는 것은 진실을 규명할 절차와 권한이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조사는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고조사위)가 유일하게 진행 중이지만, 유가족의 참여는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4월 초 사고조사위에서 관제 내용 텍스트본을 보여줬지만, 언론에 노출하지 않겠다는 서약서까지 쓰고 현장에서만 열람한 뒤 바로 수거해 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틀 뒤 언론에는 더 상세한 내용이 보도됐다"며 "서울에서 무안까지 찾아간 유족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유족들을 위해 배정된 전문가 자문위원조차 "조사 결과에 대해 자신의 의사를 개진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위촉돼, 사실상 조사 내용을 읽어주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저희도 한글 안다. 전문가라면 무엇이 잘못됐고, 추가 조사가 필요한지 등을 짚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자영업자·프리랜서는 빠진 '치유 휴직'
당장 생계를 꾸려야 하는 유족들을 위한 지원책 역시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별법에 명시된 '치유 휴직' 제도가 대표적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해당 제도는 고용보험에 가입된 '근로자'에게만 한정 적용된다. 이 때문에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심지어 공무원마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 대표는 "자영업이나 프리랜서는 본인이 아니면 대체가 불가능해 폐업하거나, 고통 속에서 억지로 일을 이어가야 하는 선택지밖에 없다"며 최소한의 생계비 보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신적 고통을 덜기 위한 심리 상담 지원 역시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 대표는 "상담에 본인부담금이 있을 뿐 아니라, 지정된 병원 중에는 검증되지 않은 곳도 많다"며 "용기 내 찾아갔다가 감기약 처방하듯 약만 받고 돌아와 더 큰 상처를 입은 유족들이 많다"고 전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오는 7월 3일부터 참사 희생자 179명을 기리며 179일간 대통령실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김 대표는 "대통령과의 타운홀 미팅 이후 국토부에서 연락이 오는 등 작은 변화는 있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특별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