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이용수 할머니 2차 가해⋯국가의 '보호 의무' 정해져 있지만, 담당자는 '갸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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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은 이용수 할머니 2차 가해⋯국가의 '보호 의무' 정해져 있지만, 담당자는 '갸웃'

2020. 06. 01 19:13 작성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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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매춘부"⋯기자회견 후 이용수 할머니를 향한 '2차 가해' 쏟아져

김재련 변호사 "여성폭력방지법상 '2차 가해' 막아야"

여성가족부와 대구시에 문의해 봤지만⋯"적용 대상인지 잘 모르겠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지난 25일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짜 위안부", "매춘부가 맞는 거지", "일본 군인과 영혼결혼식까지 했으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를 향한 '2차 가해'가 난무하고 있다. 이 할머니가 털어놓은 건 정의기억연대(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연) 및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회계 부정 의혹이었지만, 온라인에서는 해당 발언과 상관없는 노골적인 공격이 쏟아졌다.


특히 전시 성폭력 생존자인 이 할머니를 겨눈 인신공격과 비난이 줄을 이었다. 이 할머니를 두고 "가짜 위안부", "토착 왜구의 후예"라며 피해 사실을 조롱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특정 SNS 그룹에서는 "과거 이 할머니가 일본군 장교와 영혼결혼식을 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퍼져나가기도 했다.


급기야 여야 국회의원들까지 나서서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공격은 명백한 2차 가해"라며 "즉각 중단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지만, 사태는 잠재워지지 않았다. 이에 법무법인 온세상의 김재련 변호사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문제"라며 "여성폭력방지법이 2차 피해를 방지하는 '의무'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로톡뉴스 취재 결과 담당 부서인 여성가족부와 대구시 등은 이러한 조치에 회의적이었다.


김재련 변호사 "국가와 지자체는 '2차 피해'에 대한 조치 취해야"

법무법인 온세상의 김재련 변호사. /로톡 DB
법무법인 온세상의 김재련 변호사. /로톡 DB

김재련 변호사가 근거로 든 조항은 여성폭력방지법 제18조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2차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이다. "취할 수 있다"는 게 아니라 여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국가의 '의무'로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이 법에서 말하는 '2차 피해'는 여성폭력 피해자가 회복의 전 과정에서 입는 정신적 피해"라며 "이용수 할머니는 20세기 최대 규모의 전시 성폭력 피해자가 분명하고, 현재 인터넷상의 공격도 회복 과정의 정신적 피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법에 근거한 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여성가족부 등 담당 부서가 2차 가해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보도 자료를 배포하고, 2차 가해 글의 작성자들을 형사 고발하는 등 정부가 의지를 알려야 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으로 2년간 일했다.


특히 "법은 있지만, 구체적인 세부 규정이 없는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 관련 부서의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법 적용하기는 무리⋯'정의연 의혹' 폭로에 대한 2차 피해이기 때문"

반면 이번 사건에 여성폭력방지법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본 변호사도 있었다.


이 변호사는 "최근의 인신공격을 여성폭력에 대한 2차 피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이보다는 정의연 의혹을 폭로한 것에 대한 2차 피해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미 명예훼손적 보도에 대해서는 구제를 신청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고 밝혔다. 여성폭력방지법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형법상 또는 언론중재법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하기 때문에 구제 절차를 밟아나갈 수 있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해당 규정은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성범죄 피해자가 받는 2차 가해 요소를 개선하라는 취지로 이해된다"며 대표적으로 "성범죄 피해자의 옷차림이나 평소 행실 등을 문제 삼는 2차 가해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담당 부서 문의해봤으나⋯여성가족부 "이번 사안이 '이 법'에 해당하는지 잘 모르겠다"

로톡뉴스는 담당 부서인 여성가족부와 이용수 할머니가 살고 있는 대구시 등에 문의해 봤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적극적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였다. 1일 문의 결과 답변은 회의적이었다.


'여성폭력방지법을 이번 사건에 적용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여성가족부 권익정책과 관계자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법이 있다"며 "위안부피해자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법에는 이번 사건과 같은 '2차 피해'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다시 질문했으나, 같은 관계자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법령을 총괄하는 담당자에게 문의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여가부에서 해당 업무를 맡고 있는 5명의 담당자는 모두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구시 여성가족정책과 역시 회의적이었다. "이번 사건을 여성폭력방지법상 '2차 피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며 "연관성이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대신 "대구시는 성범죄 2차 피해와 관련된 다양한 기본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며 "2차 피해 관련 매뉴얼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해당 매뉴얼은 이번 사건과 상관없는 '직장내 성희롱 등 사건 처리 매뉴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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