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크루 저격 안내판 등장… 민폐 러너, 법으로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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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크루 저격 안내판 등장… 민폐 러너, 법으로 막을 수 있을까?

2025. 09. 16 17:36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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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크루 4대 금기사항' 안내판 등장에 시민 갑론을박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에 설치된 러닝크루를 향한 안내문. /온라인 커뮤니티

서울 여의도공원에 등장한 '러닝크루 4대 금기사항' 안내판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최근 일부 달리기 동호회, 이른바 '러닝크루'의 과격한 행동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등장한 이 안내문은 시민들의 갑론을박을 불렀다. 그렇다면 이 금기사항들은 과연 법적 근거가 있는 것일까.


상의 탈의는 불법? 헌재가 정리한 해묵은 논쟁

공공장소에서 단순히 상의를 벗고 달리는 행위 자체는 현행법상 불법이 아니다.


과거 경범죄처벌법에는 과다노출 조항이 있었고, 이를 근거로 상의를 탈의한 남성에게 범칙금이 부과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5년, 헌법재판소가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지나치게 내놓는 것', '가려야 할 곳' 등의 표현이 너무 모호하고 자의적이어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개정된 경범죄처벌법은 처벌 대상을 "성기·엉덩이 등 신체의 주요한 부위를 노출하여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준 사람"으로 명확히 한정했다. 따라서 상의를 탈의하는 것은 이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


단체 달리기 제한, 법적 근거 있나

안내판에 적힌 '무리 지어 달리기 금지'는 어떨까. 실제로 서울 서초구는 반포종합운동장에서 5인 이상 단체 달리기를 제한했고, 송파구 역시 석촌호수에서 3인 이상 단체 달리기를 자제해달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지방자치단체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등에 근거해 공원 이용 규칙을 조례로 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는 공공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


더 중요한 것은 규제 형식이다. 서초구와 송파구가 내건 현수막이나 여의도공원의 안내판은 법적 강제성이 없는 행정지도에 해당한다. 행정지도는 "이렇게 해달라"는 권고나 요청일 뿐, 법률이나 조례처럼 위반 시 과태료나 벌칙이 따르는 강제적인 규범이 아니다.


러닝크루의 달리기는 공동의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위력을 보이는 행위가 아니므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적용 대상도 아니다.


법 아닌 에티켓 영역

서울시가 시민들의 건강한 달리기 문화를 위해 시작한 ‘런티켓’ 캠페인. /서울시


이러한 논란 속에서 서울시는 '런티켓'(러닝+에티켓) 캠페인을 통해 단정한 복장 착용, 좁은 길에서 한 줄로 달리기 등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법적 강제력은 없다.


캠페인은 상대방의 임의적인 협력을 전제로 하는 비권력적 사실행위일 뿐이다. 이를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법적인 불이익을 줄 수는 없다.


러닝크루를 둘러싼 갈등은 대부분 법의 영역이 아닌 사회적 에티켓과 배려 문제인 셈이다. 지자체의 안내판이나 캠페인은 법적 효력은 없지만, 함께 이용하는 공공장소에서 서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약속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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