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일타강사’ 현우진·조정식 등 46명 기소…현직교사와 ‘수능 문항 거래’ 혐의
검찰, ‘일타강사’ 현우진·조정식 등 46명 기소…현직교사와 ‘수능 문항 거래’ 혐의
수억 원대 금품 오가
EBS 교재 발간 전 문항 선제공 등 청탁금지법 및 배임교사 적용

검찰이 현직 교사와 수억 원대 수능 문항을 거래한 혐의로 일타강사 현우진·조정식 등 46명을 기소하며 사교육 카르텔 수사를 본격적인 재판 국면으로 전환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검찰이 이른바 ‘일타강사’로 불리는 유명 학원 강사들과 현직 교사들이 연루된 수능 문항 불법 거래 사건에 대해 대규모 기소를 결정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검사 최태은)는 현우진(38), 조정식(43) 씨를 포함한 사교육 업체 관계자 11명과 전현직 교사 35명 등 총 46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및 배임교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2023년 7월 교육부가 수사를 의뢰하며 시작되었으며, 경찰 수사를 거쳐 검찰의 보안 수사 끝에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강사 현 씨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현직 교사 3명에게 문항 제작 대가로 총 4억여 원을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사 조 씨 또한 같은 기간 현직 교사 등에게 8,000만 원을 지급하고 문항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러한 검찰의 기소에 대해 현우진 씨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현 씨는 자사 홈페이지에 게시한 입장문을 통해 “수능 문제를 ‘거래’한 것처럼 보도되고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해당 과정은 “문항 공모와 외부 업체를 포함한 여러 문항 수급 채널 중 하나였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교사라는 이유로 프리미엄을 지급한 사실은 없으며, 오롯이 문항의 완성도를 기준으로 평가해 구매했다”고 강조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특히 조 씨의 경우 EBS 교재가 공식 발간되기 전 문항을 미리 제공해달라고 요청한 정황이 포착되어 배임교사 혐의가 추가로 적용되었다. 이들에게 문항을 판매한 교사들은 EBS 교재 집필진이거나 수능 모의고사 출제위원을 지낸 인물들로 확인되었다. 일부 교사는 사교육 업체와 전속 계약을 맺고 조직적으로 문항을 판매했으며, 수능 출제에 관여하는 도중에도 문항을 거래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직무 관련성’ 불문하는 청탁금지법의 엄격한 잣대
본 사건의 핵심 법적 쟁점 중 하나는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다. 이 법 제8조에 따르면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 여부와 상관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 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을 수 없다.
현직 교사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공직자 등에 해당하므로 위 규정을 엄격히 적용받는다. 현 씨와 조 씨가 교사들에게 전달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의 금품은 법적 허용치를 명백히 초과한다. 대법원 판례(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2. 3. 선고 2020고합2 판결)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은 뇌물죄와 달리 대가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더라도 금품 수수 사실 자체로 처벌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현 씨 측은 “문항을 제공한 교사들은 이미 시중 교재 집필 이력이 활발한 인물들이었다”며, “EBS 및 시중 출판·교과서 집필에 참여하던 교사들에게 적법한 절차에 따라 보수를 지급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또한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 논란에 대해서도 “카르텔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인원이 적으며, 학연·지연과 무관한 단순 문항 공급 채널이었다”고 덧붙였다.
경찰 수사 결과 문항 1개당 시가는 10만~50만 원으로 책정되었으며, 20~30개 단위의 세트 거래가 이뤄졌다. 이러한 거래 방식은 교사의 직무상 전문성을 사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며, 헌법재판소는 공직자의 금품 수수가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18. 2. 22. 선고 2017헌마691 결정).
미발간 EBS 문항 유출과 ‘배임교사’ 혐의의 성립 가능성
강사 조 씨에게 적용된 배임교사 혐의는 타인(교사)으로 하여금 본인의 임무를 위배하게 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 성립한다. EBS 교재 집필에 참여한 교사는 해당 기관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미발간 문항을 외부에 유출하지 않아야 할 보안 의무가 있다.
이러한 문항을 미리 유출하는 행위는 EBS에 손해를 가하고 사교육 업체에 부당한 이익을 주는 임무 위배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대법원은 “교사행위는 정범에게 범죄의 결의를 가지게 하는 것이며, 그 수단에는 제한이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도1252 판결).
검찰은 조 씨가 교사에게 문항 선제공을 요청한 행위 자체가 배임의 교사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실제 재판에서는 조 씨의 요청이 교사의 범행 결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실제 배임 행위로 인해 EBS에 구체적인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는지가 치열한 공방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재판의 향방과 피고인 측의 대응
현재 강사 측은 검찰의 법리 적용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조 씨 측 변호인은 “검찰의 판단과 달리 사실관계와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많다”며 향후 재판에서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무죄를 다툴 것임을 시사했다. 현 씨 또한 “메가스터디는 회원 가입만 하면 누구나 교재를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특정 집단에만 이익이 돌아간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며 교육의 기회 균등 측면을 강조했다.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은 정당한 권원에 의한 금품 수수를 예외로 인정하고 있으나, 수능 출제위원 등 공적 직무를 수행하는 교사가 사교육 시장에 문항을 판매한 행위를 ‘정당한 권원’으로 인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사건은 수사 대상자 100명 중 46명이 기소되며 사교육계의 고질적인 ‘문항 거래’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 재판부는 향후 증거 조사를 통해 금품의 성격과 거래의 불법성 여부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