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분쟁조정이 뭐길래? LG전자, '건조기 사태'로 1450억 물어줘야 하나
집단분쟁조정이 뭐길래? LG전자, '건조기 사태'로 1450억 물어줘야 하나
집단분쟁조정 신청한 소비자들 "LG건조기 환불해달라"
한국소비자원, 조정 결과 발표 "LG전자, 10만원씩 보상하라"
소비자들이 신청한 '집단분쟁조정'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LG전자 의류건조기의 악취와 먼지 낌 현상 등을 이유로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한 소비자들에게 LG전자가 위자료로 10만원씩을 지급하라는 결정이 내려졌다./연합뉴스
'LG전자 건조기 사태'로 불거진 집단분쟁조정에 대해 한국소비자원은 "1인당 10만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문제가 된 LG전자의 제품은 현재까지 약 145만대가 넘게 팔렸다. 따라서 LG전자가 최대 1450억원을 지급해야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기사를 본 많은 사람들이 "드디어 보상이 이루어지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기사에는 '위자료 10만원 지급'이 확정된 사실처럼 보도가 됐다. 하지만 동시에 "LG전자가 이 금액을 정말 다 부담하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집단분쟁조정' 제도 자체도 생소하고, 어떤 절차를 통해 이런 결정이 나온 것인지 파악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우선 이 사건의 시작은 LG전자가 2016년 4월부터 판매한 '트롬 듀얼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의 '자동세척 콘덴서 기능'을 강조하면서 생겼다. 이 제품의 광고에는 '건조 시마다 자동 세척'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설명서에도 역시 아무 조건 없이 이 기능을 항상 쓸 수 있는 것처럼 표현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정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자동세척이 이루어졌다. 함수율(의류가 물을 머금은 정도)이 10~15% 이하이거나 응축수가 1.6~2.0ℓ 모여야 했다. 이에 LG전자의 설명과 달리, 자동세척이 되지 않는다는 피해사례가 속출했다. 더욱이 설계⋅구조상의 이유로 먼지 쌓임과 악취, 녹 발생 등이 나타난다는 논란도 일었다.
소비자들은 환불은 원했다. 상품의 주요 부분에 착오가 있었다는 점이 근거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안 샀다'는 주장이었다.
항의를 받던 LG전자는 지난 8월 145만대 전량 무상 수리를 결정했지만, 불만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20일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한 소비자 247명에게 위자료 10만원씩을 지급하라"는 결정이 나왔다.
소비자원은 위자료 지급을 결정하며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되었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LG전자가 광고한 내용에 대한 '품질보증' 약속을 어겼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자동세척 기능이 광고내용과 차이가 있으므로 LG 전자는 이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결정을 내린 집단분쟁조정 제도는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고 있다. 해당 제도는 여러 소비자가 특정 물품 때문에 비슷한 피해를 본 경우 신속한 구제를 위해 신청할 수 있다. 이번 사건처럼 소비자들이 '건조기'로 입은 불편함이 피해가 공통된 경우 신청 가능하다. 과거에는 방사능 수치로 문제가 됐던 '라돈 침대' 사태가 여기에 해당했다.
신청을 위해서는 일단 피해자 50명 이상이 모여야 한다. 그런 다음 대표가 소비자원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신청서에는 상대 사업자, 청구원인과 요구사항, 합의가 되지 않은 이유, 근거자료 등이 필요하다.
접수되면 추가 참가 신청이 가능하다. 소비자원 홈페이지와 일간신문에 공고된다. 기간은 14일 이상 여유를 두도록 정해져 있다. 이번 신청인들도 같은 방법으로 247명을 모았다.
신청인이 확정되면 조정 절차가 시작된다. 위원회는 개시 공고가 끝난 날부터 30일 이내에 조정을 마쳐야 한다. 위원회는 양측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조정안을 결정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지난달 15일에 개시되어, 조정안 발표까지 약 한 달이 걸렸다.
양측이 모두 조정안을 수락할 경우 조정이 성립한다. 당사자들은 조정 결정서를 받은 다음 15일 이내에 수락 여부를 정해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수락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때 한쪽이라도 수락하지 않으면 조정은 무산된다.
만약 조정이 성립되면 재판의 확정판결과 효력이 같다. 별도의 재판을 거칠 필요 없이 바로 집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조정 성립 가능성은 작다. LG 전자가 "정식 재판을 받겠다"고 할 경우 장기전으로 돌입하게 된다. 소비자 측에서도 여전히 '완전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사례를 비추어 보아도 성립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집단분쟁 조정 제도가 시행된 이후 조정이 성립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지난 10월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조정은 한 차례도 성립하지 않았다. 피해를 준 기업 등이 수락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라돈 사례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별도의 민사소송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