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현 변호사 칼럼 (1)] 정부의 방치가 빚은 무법지대 (feat. 암호화폐)
[박주현 변호사 칼럼 (1)] 정부의 방치가 빚은 무법지대 (feat. 암호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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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 셔터스톡
현재 대한민국에서 암호화폐에 대해 합의된 정의는 없다. IMF(국제통화기금), ECB(유럽중앙은행) 등 국제기구는 암호화폐를 중앙은행·금융기관이 아닌 민간에서 창출한 가치의 전자적 표시로 정의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암호화폐는 2009년 1월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필명을 쓰는 자가 만든 비트코인이고, 세계 최초의 암호화폐거래소는 2010년 7월 Jed McCaleb이 설립한 마운트곡스(Mt. gox)이며, 대한민국 최초의 암호화폐거래소는 김진화 등이 2013년 7월 설립한 코빗(Korbit)이다.
국내 최대 거래소인 빗썸의 경우 2013년 12월에 엑스코인(xcoin)으로 설립된 후, 2015년 6월 빗썸(Bithumb)으로 사명을 변경하였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광풍이 대한민국을 덮친 2017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에 설립된 암호화폐거래소의 수는 37개 정도였다. 암호화폐의 수도 세계적으로 1,440여개 남짓이었고, 국내 유통되는 암호화폐도 120여개 수준이었다.
그러나 2019년 오늘날 암호화폐거래소와 암호화폐 수는 헤아리기 어렵다. 전 세계적으로 파악했을 때는 물론이거니와, 대한민국으로만 살펴도 암호화폐거래소는 300여개가 넘고, 암호화폐 수도 셀 수 없이 많아졌다.
그와 관련된 사건 사고도 단순한 암호화폐 투자자와 거래소와의 관계에서부터 거래소와 외주제작업체, 거래소와 어드바이저, 거래소와 근로자, 모집책과 투자자, 거래소와 프로젝트팀, 프로젝트팀과 투자자, 자금세탁, 탈세, 유사수신, 해킹, 개인정보유출, 테러·마약자금지원 등 그 스펙트럼이 매우 넓어졌다. 종래에 존재하던 수많은 범죄들이 암호화폐를 통해 변형되고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피해금액이 수천억원대, 피해자들도 수백명 이상에 이르는 암호화폐 범죄도 등장했다. 다양한 암호화폐 사건들을 맡으면서 암호화폐와 관련된 이슈 천태만상을 보며, 대한민국이 심각한 위기상황에 있음을 더욱 실감하고 있다.
ICO 전면금지, 암호화폐거래소 전면폐지 등 규제논의가 있었던 사실을 고려하면,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 이면을 살펴보면, 실제로 All or Nothing 논의 외에는 제대로 이루어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암호화폐 관련 전면금지, 전면폐지 논의 외에는 어떤 구체적인 형태의 규제안도 만들지 못했다. 그 결과 암호화폐와 관련하여 악법도 아닌 무법상태가 된 것이다.
차라리 악법이라도 있었으면 이런 위기는 초래하지 않았을텐데, 관련 ‘법이 없다’라는 사실은 암호화폐거래소를 이용한 사기, 횡령, 배임, 재산은닉·도피, 탈세, 자금세탁, 테러·마약자금지원 등을 기획할 수 있게 하였다.
증권성을 가지는 수많은 자체발행코인도 시장에 출몰하였고, 이를 통한 2차 3차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다. 물론 암호화폐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법이 없다고 해서 이들에게 면죄부가 주어지지는 않는다. 형법, 특경법, 자본시장법, 유사수신행위법, 방문판매법, 외환거래법, 조세범처벌법 등으로 얼마든지 처벌이 가능하다.
다만, 검찰, 경찰 등 수사당국은 이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 2부를 제외하면, 암호화폐 관련 사건에 노하우를 가진 수사인력들이 드물다. 때문에 관련사건에 대한 고소고발이 이루어져도 적극적으로 수사의지를 갖기보다는, 머리 아픈 사건이 담당자에게 떨어졌다고 푸념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의 원칙 등이 적용되는 형사법을 다루는 수사당국이다 보니, 딱 떨어지는 법률이나 유권해석이 없어 수사의 난항을 겪는 것도 일견 이해는 간다. 사실 암호화폐가 관련되어 1차 방정식이 고차방정식이 된 것일 뿐, 조금 더 적극성을 가지면 못 풀 문제가 아님에도 공무원 조직 특유의 성격 때문에 더욱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2010년대 후반기에 대한민국을 덮친 암호화폐는 법조계에 큰 화두를 던지고 있다. 결국 이 해법을 푸는 것은 정부와 국회일 것이다.
정의조차 내려지지 않은 암호화폐에 대해 빨리 정의를 내리고, 무분별하게 난립하는 거래소에 대한 자본금, 보안, 투자자보호수단 등 인허가를 위한 기준을 정립하고,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거래소는 조속히 퇴출시켜야 한다. 각종 형사법과 특별법에 암호화폐 관련 내용 또한 추가해야 한다.
암호화폐 무법지옥을 하루빨리 탈출한 후, 새로운 미래의 먹거리를 찾고, 나아가 암호화폐 등 디지털 경제 시장에서 국제경쟁력을 살리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