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 먼저” vs “보증금 먼저” 이사철 보증금 분쟁, 법적 승자는?
“비밀번호 먼저” vs “보증금 먼저” 이사철 보증금 분쟁, 법적 승자는?
“비번 줘야 보증금 준다” 집주인 갑질?
이사 당일 날벼락, “비밀번호부터 내놓으세요”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계약 만료 후 이사를 결심한 A씨는 다음 세입자까지 직접 구하며 순조로운 마무리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사 당일, 집주인은 돌연 “현관문 비밀번호를 먼저 알려줘야 집 상태를 확인하고 보증금을 주겠다”며 말을 바꿨다.
과거 잦은 수리 요청을 외면했던 집주인이었기에, A씨는 거액의 보증금을 떼일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였다.
끝나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 “내가 왜 먼저?”
A씨의 가장 큰 걱정은 ‘비밀번호를 주지 않아 새 세입자가 입주하지 못하면 그 책임까지 져야 하는가’였다.
집주인은 마치 A씨가 협조하지 않으면 모든 게 끝장날 것처럼 압박했다.
이는 비단 A씨만의 고민이 아니다. 세입자에게 집의 점유권은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한 사실상 유일한 협상 카드이기에, 누구도 선뜻 먼저 내주려 하지 않는다.
법의 저울은 세입자에게 ‘동시이행’이 정답이었다
법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세입자가 비밀번호를 먼저 알려줄 의무는 없다”고 단언한다. 임대차 계약 종료 시 세입자의 ‘주택 인도 의무’와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 의무’는 동시에 이행돼야 하는 ‘동시이행관계(민법 제536조)’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세입자가 약속한 날 직접 문을 열어 집 상태를 확인시켜 주고, 그 자리에서 보증금을 받은 뒤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방식이 법적으로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A씨의 주장이 법적으로 정석인 셈이다.
새 세입자 입주 지연되면 내 책임? “걱정 마세요, 집주인 몫”
만약 A씨가 끝까지 비밀번호 동시 교환을 주장해 새 세입자의 입주가 늦어져도 책임은 집주인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세입자가 합리적인 동시이행을 제안했음에도 집주인이 이를 거부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진훈 변호사는 “세입자가 합리적인 방식으로 주택 인도를 제안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은 집주인에게 있다”고 못 박았다. 법률사무소 유(唯) 박성현 변호사 역시 “새로운 세입자와의 계약 파기 문제는 집주인이 해결할 문제이지, 기존 세입자가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갈등 막는 현명한 대처법, ‘제3자 입회’와 ‘증거 확보’
전문가들은 갈등을 막기 위해 이사 당일 집주인과 세입자가 직접 만나거나, 공인중개사 등 제3자를 입회시키라고 조언한다.
집 상태를 함께 확인하고, 그 자리에서 보증금 이체를 확인한 뒤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것이 가장 깔끔하다.
더신사 법무법인 남희수 변호사는 “특히 집에 하자가 있었고 집주인이 이를 고쳐주지 않았다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집주인과의 대화 녹음이나 문자 메시지 등 증거를 반드시 남겨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