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속옷 빨래까지" 7급 비서 울린 5급 상사의 갑질⋯법원 "지자체도 배상"
"도지사 속옷 빨래까지" 7급 비서 울린 5급 상사의 갑질⋯법원 "지자체도 배상"
도지사 부부 사적 심부름 강요하며 상습 폭언
방관한 지자체에도 '사용자 책임' 물어
피고들에 2000만 원 공동 배상 판결

수원지방법원은 상급 공무원이 하급 공무원에게 도지사 속옷 빨래, 사적 심부름 등을 강요한 사건에서 가해자와 지자체에 2000만 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셔터스톡
도지사의 속옷 빨래를 챙기고, 도지사 배우자의 사적 모임 밥값을 법인카드로 결제한다. 조선시대 이야기가 아니다. 2021년, 대한민국 지방자치단체 비서실에서 벌어진 7급 별정직 공무원의 현실이었다.
수원지방법원 민사52단독 전보경 판사는 전직 7급 공무원 A씨가 상급자였던 5급 공무원 B씨와 C지자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20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지난 1월 14일 밝혔다.
"위아래도 없어?"⋯'공관 관리' 명목으로 포장된 사적 노무 강요
A씨는 2021년 3월부터 10월까지 C지자체 비서실 소속 7급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직제상 업무는 유관기관 협력 관리였지만, 실제로는 5급 공무원인 B씨의 지시에 따라 도지사 공관을 관리하며 도지사 부부의 사적 심부름을 도맡았다.
B씨의 지시는 공무원의 업무 범위를 한참 벗어나 있었다. B씨는 A씨에게 도지사의 속옷 빨래 등 세탁물 관리를 지시했고, 도지사 배우자를 위해 대리 처방받은 호르몬 약을 자택에 배달하게 했다.
또한, 배우자의 사적 모임에 A씨를 보내 지자체 법인카드로 식사 대금을 결제하게 하는 등 위법한 지시를 내렸다.
A씨가 조금이라도 지시와 다르게 행동하거나 다른 비서관과 소통하면 B씨의 무자비한 폭언이 쏟아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B씨는 A씨에게 "이제 꺼지라니까 꺼지는 거야?", "본인이 꺼질 때 꺼져줘야 된다고요, 비서실은", "어디다 대들어? 위아래도 없어?!", "왜 사람 혈압 오르게 해?"라며 인신공격과 모욕적인 질책을 반복했다.
법원 "수치심 유발하는 명백한 갑질⋯지자체도 책임 피할 수 없어"
약 7개월간 이어진 상급자의 횡포에 A씨는 무너졌다. 퇴직 후 우울증과 공황장애, 양극성 정동장애 증상으로 1년 넘게 정신과 약물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결국 A씨는 B씨와 C지자체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B씨의 행위가 직장에서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은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이자 불법행위라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속옷 빨래에 관한 업무는 그 업무 내용 자체로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서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을 준 것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주목할 점은 법원이 C지자체의 책임도 무겁게 인정했다는 것이다. 지자체 측은 "갑질 근절 조례를 만들고 신고 창구도 운영하며 방지를 위해 노력했다"며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
하지만 법원의 시각은 달랐다. B씨가 별다른 제재 없이 지자체 법인카드를 사적 지원 업무에 사용한 점을 꼬집었다.
재판부는 "지자체의 조직적인 지원이나 묵인 없이는 위와 같은 업무 수행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지자체가 B씨에 대한 근태 관리와 사무 감독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결국 법원은 "피고 B씨와 C지자체는 공동하여 원고 A씨에게 위자료 2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선고하며, 공무원 조직 내 만연한 부당한 사적 노무 강요와 이를 방관한 지자체 시스템에 철퇴를 내렸다.
한편, B씨는 해당 지자체 법인카드 유용 및 허위사실 공표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별도의 형사재판을 받았으며, 지난 2024년 2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이 확정된 바 있다.
[참고] 수원지방법원 2023가단523990 판결문 (2026. 1. 14.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