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산후우울증에 남편 폭언까지…벼랑 끝 몰린 엄마가 선택한 비극
극심한 산후우울증에 남편 폭언까지…벼랑 끝 몰린 엄마가 선택한 비극
쌍둥이 살해한 친모, 항소심에서 남편이 선처 호소

쌍둥이 딸을 살해한 산모에게 1심은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선 남편이 증인으로 나서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셔터스톡
“제가 아내를 벼랑 끝으로 몰았습니다.”
생후 7개월 쌍둥이 딸을 살해한 아내의 재판에 증인으로 선 남편은 오열하며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라 말했다. 극심한 산후우울증과 남편의 외면 속에 비극을 맞은 A씨(44)의 항소심 재판이었다.
A씨는 여러 차례 유산의 아픔을 겪은 뒤 시험관 시술로 어렵게 쌍둥이를 품에 안았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아이들은 임신 26주 만에 600g도 채 되지 않는 초미숙아로 세상에 나왔다. 장기간의 집중 치료가 필요했고, 부부는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사투를 벌였다.
기적처럼 아이들은 퇴원해 집으로 돌아왔지만, 진짜 고통은 그때부터였다. 통원 치료 과정에서 의료진은 아이들에게 영구적 장애가 남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했다. A씨는 아이들이 장애 때문에 겪을지 모를 차가운 시선과 고통을 상상하며 극심한 불안에 잠식당하기 시작했다.
차가운 시선이 두려웠다…고립된 엄마
“아이들이 장애로 인해 차가운 시선을 받을까 두려웠습니다.” 법정에서 A씨는 절규했다. 그녀를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은 것은 남편의 무관심과 폭언이었다.
A씨는 “남편은 육아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고 오히려 비난만 했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폭행까지 당하며 그녀는 완전히 고립됐다.
극심한 산후우울증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A씨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 아이들을 숨지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경찰에 자수했다.
법원은 엄마의 고통을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하며 ‘참작 동기 살인’을 인정했다. 참작 동기 살인이란 법률상 정식 용어는 아니지만, 재판부가 범행 동기에 정상 참작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음을 의미한다.
피고인이 극심한 우울증이나 절망감 등 심신미약 상태에서 비극적 선택을 한 점을 양형에 결정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검찰은 “부모라 해도 아이들의 생사를 결정할 권리는 없다”며 “1심 형량이 지나치게 가볍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중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증인으로 나선 남편 B씨의 증언은 법정 분위기를 바꿨다. 그는 “아내에게 상처 주는 말을 너무 많이 했다. 아내의 우울증을 가볍게 여겼고, 단 한 번도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며 눈물을 쏟았다.
이어 “결국 제가 아내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며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고 아내의 선처를 간절히 호소했다.
남편 눈물, 감형 열쇠 될까…9월 선고
재판부가 “교도소에서 아이들이 생각나지 않았느냐”고 묻자 A씨는 고개를 떨궜다.
그녀는 최후 진술에서 “눈을 뜨고 감을 때마다 아이들이 떠오릅니다. 모든 것이 제 잘못입니다”라며 오열했다.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오는 9월 16일 내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