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의 있습니다" 매의 눈으로 찾아낸 단서, 놓치지 않았던 변호사
[단독] "이의 있습니다" 매의 눈으로 찾아낸 단서, 놓치지 않았던 변호사
상해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그에게 불리했던 증거 '시꺼멓게 변한 피해자 손톱 사진'
사건 담당 변호사가 불리한 정황 한 번에 뒤집어
변호사의 이의 받아들인 재판부 "손톱 사진, 증거가 될 수 없다"
![[단독] "이의 있습니다" 매의 눈으로 찾아낸 단서, 놓치지 않았던 변호사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2019-11-26T18.21.41.249_628.jpg?q=80&s=832x832)
상해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시꺼멓게 죽은 손톱 사진과 전치 4주의 손가락 골절 진단서가 너무도 강력했던 증거였다. 그러나, 그는 경찰과 변호사 덕분에 혐의를 벗고 무죄 판결을 받았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재판장님, 이의 있습니다." 법정 영화나 게임에서 단골로 나오는 대사다. 위기에 몰리다가 상대 주장의 모순점을 지적해 결국 승소한다. 얼마 전에 이런 일이 실제로 있었다.
상해 혐의로 재판에 선 피고인. 상황이 아주 불리했다. "당신 때문에 손가락을 다쳤다"며 피해자가 제출한 증거는 매우 탄탄해 보였다. 시꺼멓게 죽은 손톱 사진과 전치 4주의 손가락 골절 진단서. 피고인에게 이를 뒤집을 만한 증거는 없었다.
그때 한 가지 생각이 변호사 머릿속을 스쳤다. '손톱은 다치자마자 검게 변할 수가 없는데?' 사건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의 초동 보고서를 다시 열어봤다. 거기에는 "피해자 손톱을 보니 검게 변해 있었다"는 대목이 나왔다. '이거다!' 변호사는 무릎을 치면서 미소를 지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지난해 8월 27일 저녁 7시쯤. 원주의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피고인 양씨와 피해자는 몸싸움을 벌였다. 현장 바닥을 누가 치우느냐로 붙은 시비였다. 피해자는 "왜 반말을 하느냐"며 양씨 목을 졸랐다. 주먹을 휘둘러 얼굴도 때렸다.
양씨도 가만있지 않았다. 머리로 피해자의 얼굴을 들이받았고, 들고 있던 수건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후려쳤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둘을 떼어놓을 때까지 주먹다짐은 이어졌다.
피해자가 경찰관에게 시꺼멓게 된 손톱을 보여주면서 사건이 커졌다. 이를 확인한 경찰관이 양씨를 단순폭행죄가 아닌 상해죄로 입건했다. 피해자가 제출한 전치 4주의 골절 진단서의 힘은 강했다. 검찰 역시 같은 판단으로 양씨를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시월 류인규 변호사는 "피해자가 주장한 골절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검게 변한 손톱은 건설 노동 과정에서 이미 발생했던 것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었다.
그 근거로 "(피해자가) 다치자마자 손톱이 검게 변할 수는 없다"는 점을 제시했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확신이었다. 류 변호사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의학 전문가에게 진료기록 감정을 의뢰했다.
실제 감정 결과 역시 변호사 주장을 뒷받침했다. "손톱이 검게 변하는 것은 손상 이후 3일에서 7주 정도 시간이 지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말이 맞다면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경찰이 확인한 '검은 손톱'은 상해의 증거가 될 수 없었다.
재판부는 류 변호사가 제출한 해당 감정서를 결정적인 증거로 채택했다. "피해자의 주장에 결정적인 오류가 있다"는 변론이 받아들여졌다.
이 사건을 심리한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단독(김태준 판사)은 지난 19일 "피해자의 골절이 양씨의 폭행 때문이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제출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해당 골절은 상해 발생일부터 3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며 "그런데 최초 출동했던 경찰관은 '피해자의 손톱이 사건 당시에 시꺼멓게 죽어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어 "또 감정 결과에 따르면 해당 골절은 손을 비틀었을 때는 주로 발생하지 않고, 피해자도 5일이 지난 뒤에서야 처음으로 병원을 방문하며 진단서를 발급받았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다른 이유로 골절을 입었을 수도 있다는 취지였다.
최종적으로 재판부는 손가락을 골절시킨 혐의(상해)에 대해서는 무죄, 수건으로 후려진 혐의(폭행)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유로 공소기각을 선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