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선임 '진짜 배후'는 따로 있다? 법정·감사로 드러난 축구협회 미스터리
홍명보 선임 '진짜 배후'는 따로 있다? 법정·감사로 드러난 축구협회 미스터리
권한 없는 자들의 밀실 면접과 김정배 부회장의 등장
손수호 변호사 "청문회, 핵심 놓쳤다" 지적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30일 열린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홍명보 국가대표 감독 선임 논란의 실질적 배후가 정몽규 회장이 아닌 다른 인물일 수 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주 열린 국회 대한축구협회 청문회가 '맹탕'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감독 선임 과정의 절차적 하자와 숨겨진 핵심 인물에 대한 법률적 분석이 제기됐다.
손수호 변호사는 3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감독 선임 미스터리의 핵심으로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와 김정배 부회장을 지목했다.
출발점은 규정 위반⋯클린스만부터 이어진 회장의 월권
사태의 출발점은 국가대표 감독 선임 규정 위반이다. 축구협회 규정상 국가대표 감독 추천 권한은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에 있고, 선임 권한은 이사회에 있다. 협회장에게는 감독을 독단적으로 결정할 권한이 없다.
그러나 전임 클린스만 감독 선임 때부터 이 규정은 철저히 무시됐다.
손 변호사는 “클린스만 감독 선임 당시 권한이 없는 정몽규 회장이 최종 면접을 진행했고, 이사회 보고·의결 절차에서도 아예 빠졌다”고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된 점을 지적했다.
홍명보 선임 미스터리, 이임생은 왜 갑자기 등장했나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은 더욱 기이한 형태로 진행됐다.
당초 정해성 전 위원장은 외국인 감독 후보들을 만나 참관인 동석하에 질문지와 평가서, 영상 자료까지 남기며 면접을 치렀다. 반면 홍명보 감독은 면담조차 없는 상태에서 1순위 후보로 추천됐다.
이후 정몽규 회장이 홍 감독 추천을 거절하고 정해성 위원장이 사임하자, 감독 추천 권한이 전혀 없는 이임생 당시 기술총괄이사가 전면에 나섰다.
손 변호사는 "홍명보 감독 면접할 때는 참관인이 없었고, 이임생 이사 혼자 단독으로 진행했다. 또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며 선임 과정의 불투명성을 꼬집었다.
협회 측은 정해성 위원장이나 전력강화위원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법원과 문체부(문화체육관광부) 감사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정해성 위원장 본인조차 감사 과정에서 "협회에 감독 추천 권한을 준 적이 없다"고 명확히 진술했다.
국회가 놓친 진짜 '막후'⋯김정배 부회장?
그렇다면 권한도 없고, 평소 앞에 나서는 성격도 아니라고 알려진 이임생 이사가 왜 빵집 밀실 면접까지 감행하며 총대를 멨을까. 손 변호사는 문체부 감사 보고서에 담긴 진술을 토대로 김정배 상임부회장을 핵심 인물로 지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임생 전 이사는 “김정배 상임부회장이 저에게 ‘이임생 이사, 당신이 이 일을 진행해 나가야 한다’고 지시했고, 저는 그 지시를 충실히 수행했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문체부 제2차관 출신으로 축구계 인사가 아닌 김정배 부회장 역시 감사에서 “이임생이 이 일을 계속 맡아갈 최적임자라고 판단해 역할을 맡아달라고 했고, 홍명보 감독도 꼭 만나 평가한 뒤 충분히 검토해 협회에 우선순위를 보고해 달라고 했다”고 인정했다.
손 변호사는 최근 협회 노조가 “정몽규 회장이 당시 전강위를 다시 구성하라고 지시했지만, 이를 무시한 채 선임 절차를 밀어붙인 인물은 김정배 부회장이었다”는 성명을 낸 점을 언급하며, 청문회가 정 회장과 홍 감독에게만 집중한 나머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놓쳤다고 비판했다.
"우승했어도 잘못은 남는다"⋯원칙 없는 협회의 결말
피파(FIFA·국제축구연맹)의 정치적 독립 규정 때문에 문체부가 직접적인 징계 조치를 내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문체부는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력강화위원회가 후보자를 다시 추천하고, 이를 이사회가 선임하는 방안을 포함해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의 절차적 하자를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손 변호사는 이번 감독 선임 절차의 하자는 성적과 무관한 법과 원칙 문제임을 강조했다. 그는 "설령 32강 갔더라도, 16강 갔더라도 그리고 결승 가서 우승을 했더라도 이 감독 선임 과정의 잘못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