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J에 1억 쏜 초등생 안 나오게 법 만들겠다"는 방통위, 진짜 막을 수 있을까
"BJ에 1억 쏜 초등생 안 나오게 법 만들겠다"는 방통위, 진짜 막을 수 있을까
방통위 "부모 동의 없이 BJ에게 후원금 못 보낸다⋯결제 한도도 제한할 것"
인터넷 개인방송 관리 위한 법 개정 취지 좋지만, 결국 미봉책인 이유는?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7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미성년자의 과도한 결제를 막을 수 있도록 법정대리인 동의 확인 조치 등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하쿠나라이브⋅아프리카 TV 홈페이지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통장에서 전세금 1억 3000만원이 빠져나갔다. 단 10일 만이었다. 돈을 쓴 사람은 다름 아닌 11살짜리 내 딸이었다.
이 내용은 소설이 아니다. 살 떨리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부모다. 지난해 8월 초등학생 A양은 '하쿠나라이브'라는 플랫폼에서 BJ 35명에게 후원금 1억 3699만원을 보냈다. 사후에 알아차린 부모가 환불을 요청했지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양 부모가 전액을 환불받기까지는 꼬박 3개월이 걸렸다. 그마저도 언론의 도움을 빌린 다음에야 가능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사건을 계기로 지난 17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미성년자의 과도한 결제를 막을 수 있도록 법정대리인 동의 확인 조치 등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정말 이 개정안만 시행되면 제2의 하쿠나라이브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걸까? 로톡뉴스가 검토해봤다.
이번 개정안에서 하쿠나라이브 사태와 가장 밀접한 부분은 미성년자 보호조치 의무화다.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 내에서 ①미성년자의 과금에 앞서 법정대리인의 동의 여부를 확인할 조치를 마련하고 ②그렇게 동의를 받았더라도 일정액 이하만 결제되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굳이 개정안이 아니더라도 미성년자가 결제행위를 할 때는 법정대리인 동의를 받는 것이 원칙이다(①). 우리 민법은 미성년자가 금전거래 등 법률행위를 하려면 부모처럼 '대신해서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에게서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제5조 제1항). 이러한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이뤄진 법률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제5조 제2항).

그런데 문제는 미성년자가 마음만 먹으면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손쉽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하쿠나라이브 사태 역시 피해자 A양이 부모님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과금을 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사건 당시 BJ들도 "미성년자인지 몰랐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법률사무소 오페스의 송혜미 변호사는 하쿠나라이브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이런 점에 대해서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비대면으로 결제 인증 등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미성년자가 성인 명의로 된 스마트폰으로 결제를 하거나, 신용카드를 사용했다면 업체로서는 미성년자 행위라고 인식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즉, 효과적인 대책으로는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더욱이 미성년자가 성인의 명의를 도용해서 결제를 했다면, 이를 취소하려는 측에서 "상대방이 미성년자임을 알고도 넘어갔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개정안을 마련한 방통위에서조차 한계가 있는 점을 인정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보호과 관계자는 18일 로톡뉴스와의 통화에서 "부모 휴대전화로 몰래 (인증)하는 것이 여러 분야에서 문제가 되는 게 사실"이라며 "플랫폼 사업자가 인증을 확인하는 데 기술적인 한계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개정안을 통해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의 미성년자 보호장치 의무화까지는 도달했지만 정작 과금에 앞서 제한 장치 역할을 해줘야 하는 인증 단계는 여전히 구멍이 있는 셈이다.
그나마 이번 개정안에서 나아진 점은 '억대 과금(결제)'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그동안은 방통위가 각 플랫폼에 자율적으로 결제 한도를 일 100만원 이하로 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이번엔 일정액을 넘는다면 결제가 안 되도록 법으로 막는 게 골자다.
방통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금액 기준이 논의된 바는 없다"면서도 "과거 사례나 타 분야 입법사례를 참조해 기준을 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만일 현재 방통위 권고 기준이 미성년자 과금 제한 한도에 해당 기준에 반영된다면, 월 최대 결제 가능 금액은 3000만원까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