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의 '국방부 장관' 고발 두고 주목받은 판결문 하나
철도노조의 '국방부 장관' 고발 두고 주목받은 판결문 하나
"파업 효과 떨어뜨린다"며 국방부⋅국토교통부 장관 검찰 고발한 철도노조
'2016년 철도파업' 판결문 하나 두고⋯"우리가 맞는다" 노조 vs. 정부 기싸움

[멈춘 기관차] 철도노조 파업 사흘째인 22일 경북 영주시 한국철도공사 경북본부 영주 기관차승무사업소에 화물열차 등의 기관차 10여대가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파업 중인 철도노조가 국방부 장관과 국토교통부 장관을 검찰에 고발했다. 두 장관이 의도적으로 파업을 방해했으니 처벌해달라는 것이다.
파업으로 열차 운송에 공백이 생기자 정부는 현역 군인들을 대체 인력으로 투입했다. 철도노조는 이 결정이 '노동 쟁의(파업)권'을 침해하는 직권남용죄라고 주장했다.
철도노조가 장관들까지 고발한 건 대체 인력 투입이 파업의 효과를 크게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는 슬로건이 보여주듯 철도노조 파업은 '시민들의 불편함'을 협상 카드로 삼는데, 대체 인력은 그 전제를 무너뜨린다.
철도노조는 국방부⋅국토교통부 장관을 고발하면서 지난 3월에 나온 판결문을 하나 인용했다. 당시 재판의 대상 역시 철도노조 파업이었는데, 지금과 상황이 무척 비슷했다.
지난 2016년 철도파업이 시작되자 정부는 특전사를 동원했다. 파업으로 인한 시민 불편을 해소한다는 목적에서였다.

이에 철도노조는 "국방부 장관은 아무 법적 근거 없이 군 인력 지원 결정을 했다"며 3000만100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정부는 재난안전기본법을 내세워 정당한 결정이었다고 맞섰다. 철도 노조의 파업을 '사회재난으로 일어난 비상사태'로 볼 경우 공무원의 파견이 가능하다.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김동국 판사는 철도노조의 손을 들어주는 듯한 판단을 내렸다. "쟁의행위로 발생한 철도 수송 기능의 일부 정지 또는 제한 상태가 국가기반체계의 마비 등 사회재난이나 철도안전법상 비상사태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 말은 정부가 주장한 '비상사태'가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이에 따를 경우 정부는 법적 근거도 없이 군 인력을 투입한 것이 된다. 그래서 정의당과 노동계는 이 판결이 나온 직후 "법원이 정부의 불법성을 확인했다"며 대대적인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정부 측은 22일 같은 판결문을 근거로 반대 주장을 펼쳤다.
한국철도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016년 철도파업 때 군 인력을 투입한 사건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원고는 철도노조였다"고 밝혔다.
이어 "철도노조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며 "대체 인력 투입은 노조법 금지 행위가 아니라는 취지"라고 밝혔다.
군 인력 지원을 결정한 정부에 대해 철도노조가 배상을 요구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같은 판결문을 놓고 양측이 정반대로 주장한 이유는 판결문 자체가 그렇게 구성돼있기 때문이었다. 문제의 판결문은 중반부까지 철도노조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노동조합법(제42조의2)에 따른 필수 유지 업무를 지킨 상태에서 파업이 진행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파업 행위로 발생한 철도 수송기능의 제한 상태가 재난안전법에서 말하는 '사회재난'이나 '비상사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정부가 주장하는 '재난안전법에 근거한 군 대체 인력'은 성립할 수 없다는 말이다.
![[노조 파업으로 붐비는 지하철] 철도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20일 인천시 부평구 부평역이 출근 시민들로 가득 차 있다. /연합뉴스](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2019-11-22T15.50.05.424_522.jpg)
하지만 후반부에서 정부 측 손을 들어줬다.
"(철도와 같은) '필수공익사업'의 경우 사업과 관계없는 인력을 채용하거나 대체할 수 있다. 대체 인력이 파업참가자 100분의 50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그렇다."
철도는 모든 국민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파업 참가자의 절반 정도는 대체 인력을 쓸 수 있다는 취지다.
실제 노동조합법은 파업 기간에는 대체 인력을 동원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동시에 예외 사항을 두고 있다. 파업이 벌어진 곳이 '필수공익사업'이라면 예외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도 이 예외에 해당한다고 봤다.
판결문을 결론적으로 정부의 군 인력 지원 결정은 불법이 아니라고 판단내렸다. 이에 따라 국가가 철도노조에 배상할 책임은 없다고 결론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