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왔습니다" 불쑥 찾아온 뒤, 보일러 수리비로 200만원…법으로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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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왔습니다" 불쑥 찾아온 뒤, 보일러 수리비로 200만원…법으로 보면

2022. 05. 16 19:20 작성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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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요금 청구했으니, 사기죄?⋯구체적 '기망' 행위 있어야

과다 청구 사실 입증 할 수 있다면? 민사상 돈 돌려받을 수 있다

보일러를 점검해야 한다며 불쑥 찾아온 업체가 수리비로 200만원이 넘는 돈을 청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고객이 동의한 대로 수리했을 뿐"이라는 업체의 말, 정말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걸까? /보배드림·셔터스톡·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보이스피싱 대신 '보일러피싱' 주의보가 내렸다. 최근 한 업체가 보일러 점검을 해야 한다며 노인이 사는 집에 불쑥 찾아가서는 수리비로 200만원을 넘게 청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보일러를 새것으로 전면 교체하는 것보다 2~3배가량 비싼 금액이었다.


이에 피해 가족은 "고령인 모친이 시세에 어두운 점 등을 악용해 과잉 수리를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반면 업체 측은 "보일러를 수리하기 전에 고객에게 동의를 구하고 작업을 하지 않았느냐"며 환불을 거부하는 상태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찾아가 시세보다 비싼 수리비를 요구한 업체의 이 행동, 법적으론 정말 문제가 없는 걸까? 피해자가 올린 글이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분석해봤다.


바가지요금 씌우고, 마음대로 찾아가고⋯그 자체로 사기 아닌가요?

소비자를 속여서 금전적 이득을 취했으니 최소한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의외로 변호사들은 업체 측이 과도한 요금을 청구했다고 해서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했다. 또한, 무작위로 고객을 찾아간 행위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해당 업체가 올린 글에 따르면,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방문판매법)에 따라 집마다 찾아가는 영업이 가능하도록 신고를 마친 상태였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태연법률사무소의 김태연 변호사는 "통상 평균 시장가보다 높은 가액으로 서비스 요금을 청구했다는 사실 만으로 사기죄 구성요건 중 '기망'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에스제이 파트너스의 장현경 변호사도 "소비자에게 사전에 설명한 부분에 대해서 점검과 수리가 이뤄진 것이라면, 사기 혐의로 보기는 힘들다"고 한계를 짚었다.


일명 '바가지요금'을 청구한 사실만으로 소비자를 기망(欺罔⋅남을 속여 넘김)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것.


법률 자문


'태연법률사무소'의 김태연 변호사, '에스제이 파트너스'의 장현경 변호사. /로톡DB
'태연법률사무소'의 김태연 변호사, '에스제이 파트너스'의 장현경 변호사. /로톡DB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사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까. 구체적으로는 △사전 설명 없이 보일러를 수리한 후 과다한 요금을 청구했거나 △수리하지 않은 부분까지 비용을 청구하고 △도시가스 공사에서 정기 점검을 나온 것처럼 소비자를 속이는 등 추가 행위가 있었다면 그땐 사기죄에서 말하는 '기망'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장현경 변호사는 "위와 같은 경우라면 형법상 사기죄와 더불어 방문판매법 제11조 위반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해당 조항은 방문판매자 등이 거짓이나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고 거래를 맺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방문판매를 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된다(제61조 제1항).


이어 변호사들은 "과도한 금액이 책정됐다는 걸 입증할 수 있다면 돈을 돌려받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김태연 변호사는 "소비자가 공급받은 부품 가액 등에 대해 객관적인 거래 금액이 있고, 업체 측이 그 금액을 허위로 부풀렸음을 입증할 수 있다면 민사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업체에서 소비자에게 보일러 수리 비용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속임수'가 있었다면, 이에 따른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장현경 변호사 역시 "과잉 수리가 이뤄진 부분이 보일러의 정상적인 작동과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다면, 소비자가 업체 측에 부당이득을 반환하도록 청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논란이 된 업체 측 "억울하다"

지난 15일, 논란이 된 보일러 정비 업체 측에선 대표가 나서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이 사건 대표 A씨는 "12년간 상호도 바꾸지 않고 성실히 일해왔다"며 "저희 업체에 대한 억측과 오해가 많아 정확한 설명을 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사 당시 집안에 노모 외에 아들이 있었고, 결제도 직접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리비 200만원에 대해선 "직수, 온수, 공급, 환수, 분배기, 배관연장, 부식방지 처리의 작업을 청구한 내용"이라며 "약품이 난방 배관으로 들어가면 되돌릴 수 없어 환불이 불가하다고 작업 전과 작업 후에 모두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누수 부분과 수리가 필요한 부분을 설명하고 원하는 수리를 정확히 했다"며 "영업방해를 멈춰달라"며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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