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4175번의 불법촬영을 저지른 기간, 단 10일
그가 4175번의 불법촬영을 저지른 기간, 단 10일
[오늘 당신도 찍혔습니다 (1)] 판결문 전수분석
지난해 불법촬영으로 처벌 된 사람 1259명, 이들의 처벌 수위는

무려 4175번의 불법촬영 범행을 저지른 A씨. 그의 범행 기간은 단 '10일'에 불과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로톡뉴스는 지난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일명 카찰죄)으로 처벌이 된 사건들을 분석해 총 3편의 기사를 발행했다.
<오늘 당신도 찍혔습니다, PART 1>에서는 불법촬영이 지난해 확정판결 기준 몇 건이나 발생했는지, 어디서 가장 많이 발생 했는 지 등에 대한 분석을 담았다.
<오늘 당신도 찍혔습니다, PART 2>에서는 신상공개 비율 및 양형사유 등을 분석하여, 불법촬영을 저지른 범죄자들을 단죄하는 법원의 전반적인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오늘 당신도 찍혔습니다, PART 3>에서는 미국 법조계에 몸 담았던 교수들을 만나 한국의 불법촬영 판결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이후 기사에서는, 위 3편에서 담지 못했던 데이터와 판결문들을 공개하고자 한다.
무려 4175번의 불법촬영 범행을 저지른 A씨. 범행 횟수도 놀랍지만, 더욱 심각한 건 따로 있었다. 장기간에 걸쳐 이뤄진 범행이 아니었다. A씨의 범행 기간은 단 '10일'에 불과했다. 하루에 약 400번씩, 병적으로 불법촬영을 저지른 것이었다.
A씨는 주로 대형마트 등에서 무음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 4000번이 넘는 범행을 저질렀지만, 이 중에서 피해자가 특정된 건 마지막 범행 당시 1명뿐이다. 피해자에게 범행이 발각된 이때를 제외하면, 나머지 피해자들은 자신이 피해를 당했는지 조차 알지 못한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또한, A씨는 초범도 아니었다. 이미 불법촬영으로 재판을 받던 중 '추가'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또다시 재판에 넘겨지자, A씨는 "딸이 결혼을 앞두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A씨의 신상정보 공개명령은 면제해줬다.
우선, 로톡뉴스가 판결문을 분석 방식은 아래와 같다. 로톡뉴스는 대법원 판결서 인터넷 열람을 통해 지난 한 해 동안 불법촬영을 저질러 처벌된 이들의 판결문을 모두 조사했다. 검색 키워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으로, 2022년 6월 30일 기준 검색된 판결문 총 2209건이었다. 이중 성폭행 등 기타 강력범죄와 불법촬영이 함께 발생한 765건을 제외했다.
그렇게 추려낸 1444건의 불법촬영 판결문에서 심급별(1⋅2⋅3심) 중복 사건은 1건으로 계산했다. 또한, 이 중 판결문은 1개인데 피고인이 여러 명일 땐 정확한 처벌 통계 등을 알아보기 위해 별 건으로 계산했다. 그 결과, 지난해 불법촬영으로 재판을 받고 처벌이 확정된 사람은 1259명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1259명이 찍은 불법촬영 횟수는 총 4만 8503회였다. 피고인 수의 약 40배다. 약식명령(서면 자료만을 토대로 진행되는 간이 재판 절차), 기소유예(검찰 단계의 집행유예로 혐의는 인정되지만, 재판에 넘기지 않음) 등을 받은 이들까지 포함하면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로톡뉴스는 선고가 확정된 판결문만을 기준으로 해, 해당 수치는 '최소'로 볼 수 있다.

1259명 중 한 두 번이 아니라 A씨처럼 많은 불법촬영 범행을 저지른 가해자들은 얼마나 있을까. 분석 중 우리는 피고인 1명이 1만 1577번의 불법촬영을 저지른 경우도 확인할 수 있었다.
1000번 이상~1만번 미만으로 불법촬영을 저지른 이들은 A씨를 포함해 5명이었다. 500번 이상 1000번 미만 불법촬영을 한 경우도 8명이나 됐고, 100번 이상 500번 미만 불법촬영을 한 건 53명이었다.
100번 이상 불법촬영을 한 총 67명의 불법촬영 횟수를 더 했더니, 무려 3만 6830회였다. 4만 8503회라는 어마어마한 불법촬영 결과물 중 3만 6830회를 67명의 피고인들이 만들어냈다. 이는 1인당 평균 약 550번의 불법촬영을 저질렀다는 의미이며, 전체 4만 8503회의 약 76%에 해당하는 수치다.
불법촬영의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상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될 수 있다.

1259명의 피고인 중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피고인은 696명, 벌금형은 312명, 선고유예는 20명으로 이를 비율로 환산하면 약 81.7%다.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전체 18.3%로, 전체 피고인 1259명 가운데 231명에 해당한다. 10명 중 8명은 불법촬영을 저지르고도 우리 곁에 남아있다는 결론이 된다.
그렇다면 대량의 불법촬영물을 생산한 67명의 피고인들의 처벌 수위는 어땠을까. 죄질이 나쁠수록, 범죄를 많이 저질렀을수록 처벌이 무거워질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로톡뉴스가 확인한 정의는 다소 달랐다. 우선, 67명 중 35명의 피고인은 실형이 선고됐다. 1인당 평균 789번 불법촬영을 했고, 동종전과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나머지는 벌금형 혹은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비율로 보면 약 47.8%로, 불법촬영을 많이 했다고 해서 높은 수위의 처벌을 받는 건 아니었다. 대량으로 찍어도, 이들 중 반절 가량은 우리와 사회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
본 기획기사는 정보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