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인데 "장염입니다"⋯3살 아기 오진한 병원, 모든 책임 묻기는 어렵다
폐렴인데 "장염입니다"⋯3살 아기 오진한 병원, 모든 책임 묻기는 어렵다
처음 방문한 병원에서는 장염 진단⋯이틀 후 다른 병원에서는 폐렴 진단
상황 악화로 폐 절제 수술까지⋯첫 의사의 오진, 법적 책임 물을 수 있을까

아픈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방문한 A씨. 기침 때문에 갔지만 '장염'을 진단 받았다. 약을 먹였지만 계속 아기의 상태는 점점 더 나빠져 결국 다른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그런데 그곳에선 전혀 다른 진단을 받았다. 폐렴이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콜록콜록."
29개월 아기의 기침 소리가 심상치가 않다. A씨는 결국 아기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숨 소리가 안 좋았는지 엑스레이(X-ray)까지 찍었다. 예상외로 진단명은 장염이었다. 이후 병원에서 장염약을 처방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약을 먹였지만 아기의 상태는 점점 더 나빠졌다. 결국 이틀 후 A씨는 아기와 다른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장염이 더 심해졌을까 봐 걱정했는데 전혀 다른 진단을 받았다. 폐렴이었다.
A씨는 이틀 전 병원에서 찍었던 엑스레이를 의사에게 보여주었다. "(이틀 전 찍은 엑스레이에서도) 폐렴이 확인 되고 폐에 물도 차 있다"는 의사의 말에 A씨는 억장이 무너졌다. 첫번째로 갔던 병원 의사가 오진한 것이다.
폐렴 진단을 받은 아기는 폐농양까지 진행되어 결국 폐의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까지 받았다. 더 일찍 병을 알았더라면 아기가 덜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에 눈물 밖에 나오질 않았다.
A씨는 오진한 의사에게 법적 책임을 묻고 싶다. A씨의 아기를 처음 진단한 의사는 법적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
'안심법률사무소'의 권희영 변호사는 "이전 병원의 엑스레이상 폐에 물이 차 있었는데 이것을 발견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의사의 과실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다움'의 이성준 변호사도 "영상 기록 감정을 잘못했다는 판독 오류에 대한 것은 진료상 과실로 비교적 인정 되기 쉽다"고 의견을 함께했다.
비슷한 사례로 대장암을 치질로 잘못 진단한 의료 사건에 대해 2009년 청주지법은 "병원 의사들의 과실로 인하여 대장암 조기 진단 및 치료의 기회를 상실하고 악화된 상태에서 치료를 받는 고통과 더불어 정신적 피해를 보았으므로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오진이라 하더라도 곧바로 배상 책임이 인정되는 건 아니다. 인과관계까지 명백히 입증 되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인과관계란 "1차 진료의 오진 때문에 폐농양이 발생했다"는 것을 말한다.
1차 진료에서 제대로 진단이 이뤄졌어도 폐농양이 발생했을 거라면, "오진 때문에 폐농양이 생겼다"는 주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권 변호사는 "(1차 진료 당시) 당시 폐에 물이 차 있는것을 발견했어도 (폐절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똑같았다면 이에 대한 의사의 과실 책임은 묻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으니 책임을 물릴 수 없다는 취지다.
오진으로 인해 치료가 늦어져 폐를 절제하는 수술은 했다면 병원 측에 배상 책임이 성립한다. 하지만 '늦춰져서' 수술을 한게 아니라 '원래' 수술을 해야하는 상황이였다면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이성준 변호사도 "이틀 진단 지연으로 인하여 질환이 어느 정도 악화되었는지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이틀 전 내원 당시 즉시 진단하여 바로 치료에 들어갔다면 지금과 얼마나 예후가 달라졌을지에 대한 감정 결과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보통 일반적인 진단지연 의료사고의 경우 예후차이가 인정되지 않아 치료비 등은 인정되지 않고 조기 치료 기회 상실에 대한 위자료만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