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는다'더니 코인에 6000만원 탕진…잠수 탄 채무자, 돈 받을 수 있을까?
'빚 갚는다'더니 코인에 6000만원 탕진…잠수 탄 채무자, 돈 받을 수 있을까?
채무 정리 명목으로 빌려가선 투자
약속한 날엔 '돈 없다' 카톡 통보 후 연락 회피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는 대출 상담으로 알게 된 B씨의 기존 빚을 정리해주기 위해 약 6000만원을 빌려줬다.
B씨는 새로 대출을 받고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아 돈을 갚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B씨는 빌린 돈의 절반가량을 빚 갚는 데 쓰지 않고 개인적인 코인 투자에 탕진했다.
상환 약속일이 지났지만 돈은 들어오지 않았다. 오히려 B씨 측 사무장이라는 사람이 연락해 "다음 달까지 갚을 테니 B씨에게 직접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약속한 일정이 되자, B씨는 카카오톡으로 상환이 불가능하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뒤, A씨의 연락을 골라서 받기 시작했다.
통화 녹음, 차용증, 코인 투자 정황 등 증거는 모두 확보한 상황. A씨는 B씨를 사기죄로 처벌하고 빌려준 돈을 전부 돌려받을 수 있을까?
'채무 정리' 약속 어기고 코인 투자…'용도 사기' 해당
변호사들은 B씨의 행동이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돈을 빌릴 때 말한 용도(채무 정리)를 속이고 다른 곳(코인 투자)에 사용한 '용도기망 사기'의 전형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법무법인 에이케이 하동균 변호사는 "채무 정리라는 목적을 기망하여 자금을 편취한 뒤 가상화폐 투자에 탕진한 것은 전형적인 용도사기로 형사 처벌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사정이 어려워졌다는 변명만으로는 법리적인 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KB 김태안 변호사 역시 "대출금 용도를 채무 정리로 속이고 실제로는 코인 투자에 탕진한 사실은 전형적인 용도 사기에 해당한다"며 "단순한 채무 불이행이 아닌 기망행위가 명확하다"고 짚었다.
법원은 돈을 빌릴 당시 약속한 용도를 속였고, 만약 진짜 용도를 알렸다면 돈을 빌려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사기죄를 인정한다. 따라서 B씨가 처음부터 돈을 코인에 투자할 생각이었음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형사 고소는 '압박 수단'…돈 받으려면 '이것'부터 해야
변호사들은 B씨를 사기죄로 고소하는 것이 B씨를 압박해 돈을 갚도록 만드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봤다. B씨처럼 연락을 피하는 채무자라도 경찰 조사가 시작되면 심리적 압박을 느껴 합의에 나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정식으로 형사 고소가 접수되어 수사기관의 소환 조사가 시작되면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는 실질적인 변제 독촉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형사 고소만으로는 돈을 돌려받는 것을 보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형사 처벌과 피해 회복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돈 회수를 위해선 다른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평정 김단 변호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즉시 가압류를 신청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동균 변호사도 "상대가 재산을 빼돌리기 전 계좌와 퇴직금 등에 신속히 가압류를 단행해 집행 자산을 묶어두는 것이 피해 회복의 승패를 가른다"고 조언했다.
계좌·퇴직금 묶는 '가압류'…민·형사 동시 진행이 최선
결론적으로 변호사들은 형사 고소와 민사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약 6000만원을 되찾을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짚었다.
형사 고소로 B씨를 압박해 합의를 유도하는 동시에, 민사상 가압류와 소송으로 실제 돈을 받을 법적 권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전략이다.
가압류는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법원의 결정으로 묶어두는 절차다. A씨의 경우 B씨의 인적사항을 알고 있으므로 B씨 명의의 은행 계좌, 부동산, 재직 중인 회사의 퇴직금 등을 상대로 가압류를 신청할 수 있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퇴직금 채권·예금·부동산에 대한 가압류는 지금 즉시 신청 가능하다"며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하기 전에 먼저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유) 에스제이파트너스 윤승진 변호사도 "형사 고소와 민사상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 및 재산 가압류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피해 금액을 회수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다각도 대응 전략"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