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인 줄 몰랐다"며 환불 거부하는 판매자… 법원 "모르고 팔았어도 돈 돌려줘야"
"가짜인 줄 몰랐다"며 환불 거부하는 판매자… 법원 "모르고 팔았어도 돈 돌려줘야"
'선의의 판매자' 주장해도 민사상 책임은 면할 수 없어
비정상적 저가 매입 등 의심 정황 있다면 사기죄 성립 가능성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명품 가방을 구매했으나 감정 결과 위조품(가품)으로 판명되는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빈번한 갈등 양상은 판매자가 "나도 지인에게 선물 받아 정품인 줄 알았다"거나 "가짜인 줄 전혀 모르고 팔았다"며 환불을 거부하는 경우다.
판매자가 정말로 위조품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면 구매자는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것일까. 법적으로 분석해 보면 판매자의 '고의성' 유무와 관계없이 구매자가 대금을 돌려받을 길은 열려 있다. 오히려 법원은 '몰랐다'는 판매자의 주장에 대해 객관적 정황을 근거로 엄격한 법적 책임을 묻는 추세다.
"몰랐다"고 하면 끝?… 법원, '미필적 고의' 여부로 사기죄 판단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속이려는 기망행위와 편취의 고의가 입증되어야 한다. 따라서 판매자가 진심으로 위조품인 줄 몰랐다면 고의가 없어 사기죄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판매자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경우 사기죄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미필적 고의란 확정적으로 가짜임을 알지는 못했더라도, 여러 정황상 '가짜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고 판매 행위를 한 경우를 말한다. 법원은 행위자의 진술뿐 아니라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상황 등 구체적 사정을 종합하여 이를 판단한다.
대법원은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재력, 환경, 거래 이행 과정 등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10도15454 판결). 즉, 판매자가 "몰랐다"고 주장하더라도 객관적인 거래 정황이 의심스럽다면 처벌받을 수 있다.
터무니없이 싼 가격·출처 불명… '의심 정황' 있으면 처벌 대상
법원이 판매자의 '미필적 고의'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물건의 취득 가격과 경위 ▲진품 확인 노력 여부 ▲과거 판매 이력 등이다.
실제로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위조 의류 판매 사건에서 "피고인이 정품 시장 가격에 비해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물품을 매입했다면 가품 가능성을 의심했어야 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2021. 1. 28. 선고 2020고단3155 판결). 해당 사건에서 재판부는 판매자가 출처와 가격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진술을 하거나, 이전에 유사한 위조품 문제로 환불해 준 전력이 있다는 점을 들어 "가품임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진품으로 속여 팔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정식 매장이 아닌 개인 간 거래나 불명확한 경로로 물건을 입수했음에도, 정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영수증 확인, 감정 의뢰 등)조차 하지 않았다면 법원은 이를 사기죄의 고의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볼 가능성이 높다.
형사 처벌 피했어도 민사 책임은 별개… "선·악 불문 환불 의무"
판매자가 정말로 속아서 산 피해자임이 입증되어 형사상 사기죄가 무혐의 처분되더라도, 구매자에게 받은 돈을 돌려줘야 할 민사상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민법 제580조에 따른 '하자담보책임'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매매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매도인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데, 위조품을 진품으로 판매한 것은 명백한 하자에 해당한다. 다만 매수인이 하자 있는 것을 알았거나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민법 제580조 제1항 단서). 따라서 구매자가 정품으로 믿고 구매한 이상, 판매자가 "나도 몰랐다"고 항변하더라도 계약 해제 및 대금 반환 의무를 면할 수 없다.
또한 구매자는 판매자의 기망행위로 인해 착오에 빠져 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 (민법 제110조)를 주장할 수 있다. 판매자가 위조품임을 알면서 진품으로 속인 경우는 물론, 위조품일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고지하지 않고 진품인 것처럼 판매한 경우에도 기망행위가 인정될 수 있다 (대법원 1985. 4. 9. 선고 85도167 판결). 이 경우 계약을 취소하고 판매자에게 지급한 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받을 수 있다.
내용증명으로 의사 명확히 하고 민사 절차 밟아야
위조품 피해를 본 경우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판매 게시글, 대화 내용, 이체 내역 등을 저장하고 전문 감정기관의 소견서를 확보해야 한다.
이후 내용증명을 통해 계약 취소 및 환불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좋다. 만약 판매자가 끝까지 환불을 거부한다면, 소액사건심판제도 등을 활용해 민사소송을 제기함과 동시에 사기죄 고소를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법적으로 판매자의 '선의(몰랐음)'는 환불 거부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