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한테 물렸다"더니 상처 부위 딴판…치료비 70만원 요구한 배달기사
"개한테 물렸다"더니 상처 부위 딴판…치료비 70만원 요구한 배달기사
현장 확인 땐 상처 없었는데
진료확인서 근거로 합의금 요구하며 '경찰 신고' 압박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현관문을 열자 밖으로 뛰어나간 반려견이 때마침 도착한 배달기사와 마주쳤다.
당시 반려견은 배달기사를 물지 않았으나, 그는 갑자기 허벅지를 잡으며 피가 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확인한 허벅지에는 아무런 상처가 없었고, 배달기사 역시 "물린 줄 알았다"며 스스로 발길을 돌렸다.
문제는 20여 분 뒤였다.
다시 찾아온 배달기사는 병원에 가겠다며 언쟁을 벌였고, 결국 응급실 진료를 받은 뒤 A씨 측에 70만 원을 요구했다.
돈을 주지 않으면 경찰에 정식으로 신고하겠다는 협박성 문자메시지까지 보냈다.
억울함에 분통을 터뜨리던 A씨는 배달기사가 제출한 사진을 확인한 뒤 더 황당한 사실을 발견했다.
배달기사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며 제시한 부위가 현장에서 아프다고 가리켰던 부위와 전혀 다른 곳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이 황당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물렸다"더니…현장엔 없던 상처, 병원 사진엔 엉뚱한 부위
A씨 어머니는 당시 배달기사가 반려견을 보고 쓰다듬었을 뿐, 개가 무는 행동은 전혀 없었다고 분명히 기억한다. A씨 아버지 역시 휴대전화 불빛으로 배달기사의 허벅지를 직접 확인했으나 상처는 찾아볼 수 없었다.
머쓱해하며 돌아갔던 배달기사는 21분 후 다시 찾아와 "간지럽다"며 병원에 가겠다고 주장했다. 실랑이 끝에 경찰까지 출동했고, 결국 A씨 측이 우선 진료비를 지급하는 선에서 상황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치료를 받고 나온 배달기사는 의사가 꼼짝도 하지 말라고 했다며 70만 원의 합의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A씨가 확보한 응급실 처치 사진 속 거즈는 배달기사가 최초에 물렸다고 가리킨 곳이 아닌 전혀 다른 부위에 붙어 있었다.
병원 진료확인서에는 '엉덩이 및 대퇴의 상세불명 표재성 손상'과 '개에 물림' 관련 질병 코드가 적혀 있었다.
진단서만으로 '유죄' 성립 안 돼…'상처 부위 불일치'가 결정적
법률 전문가들은 배달기사가 진단서를 제출해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A씨가 처벌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반려견 소유주에게 과실치상 혐의가 인정되려면, 반려견의 가해 행위와 피해자의 상해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가 증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규희 변호사는 "수사기관에서 혐의없음(불송치) 결정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진료확인서에 기재된 표재성 손상 코드는 환자의 주관적 진술에 의존해 발급되는 경우가 많다"며 "최초 지목 부위와 병원 처치 부위의 불일치, 현장 상처 부재 정황 등이 입증되면 배달기사 진술의 신빙성은 완전히 탄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 역시 "진료확인서에 개 물림 관련 코드가 적혔다고 해서 실제 교상과 반려견의 가해 행위가 자동으로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최초 지목 부위와 병원 처치 부위가 다르다는 점은 견주 측의 강력한 반박 자료가 된다"고 짚었다.
70만원 안 주면 신고?…'공갈미수' 맞고소 가능성도
오히려 변호사들은 허위 사실을 빌미로 금전을 요구한 배달기사의 행동이 '공갈미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물리지 않았음에도 경찰 신고를 언급하며 합의금을 강요한 것은 형법상 협박 및 공갈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케이앤디법률사무소 한수연 변호사는 "물린 부위가 다르고 목격자나 CCTV가 없는 점, 드레싱 위치가 상이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상대방이 공갈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았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도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아 경찰 신고를 압박하며 70만 원을 요구하는 행위는 형법상 공갈죄의 미수에 해당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즉시 맞고소를 진행하기보다, 증거를 철저히 확보한 뒤 상대방의 태도를 관망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이규희 변호사는 "상대방 역시 자신이 가진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알고 있어 실제 정식 신고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유야무야 끝날 가능성이 크다"며 "추후 경찰에서 출석 요구가 올 경우, 미리 준비한 증거를 제출하며 단호하게 조사에 임하면 된다"고 전했다.
법무법인 쉴드 조재황 변호사 또한 "확보한 영상과 문자메시지, CCTV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두었다가, 상대방이 먼저 신고하기 전에 사실관계를 선제적으로 진술하거나 무고 및 공갈 가능성을 함께 검토해 대응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