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출입 금한다" 교육청의 황당한 재택근무 서약서, 사실 효력도 없다
"가족 출입 금한다" 교육청의 황당한 재택근무 서약서, 사실 효력도 없다
경기도교육청, 지난 6일 현실성 없는 재택근무 방침 보내
"재택근무 장소에 가족을 포함한 외부인 출입 금지" 서약서 제출 요구 '거센 비난'
제출 취소됐지만⋯교사들, 서약서 꼭 동의해야 할 의무 있었나

경기도교육청이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선 학교에 스마트폰 없이 재택근무를 하라던가, 가족들과 단절된 채 근무하라는 내용을 담은 재택근무 방침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 트위터 캡처
경기도교육청이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선 학교에 재택근무 방침을 내리면서 황당한 내용의 '보안서약서' 작성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스마트폰 없이 재택근무를 하라던가, 가족들과 단절된 채 근무하라는 내용 등이었다.
교사들의 삶을 이해 못 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경기도교육청은 부랴부랴 서약서 정책을 철회했다.

교사들이 가장 분노한 지점은 '가족 출입 금지' 지침이었다. 특히 집에서 육아와 함께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교사들의 비판이 거셌다.
서약서에는 "재택근무 수행 중 근무 장소에 가족을 포함한 외부인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 말대로라면 근무시간 동안은 아이와 단절돼야 했다. 극단적으로 원룸에 사는 경우엔 가족들이 집 밖으로 나가 있어야 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여파로 어린이집 등 돌봄교육 기관 운영이 멈추어 서 있다는 점에 있었다. '엄마 교사'들은 아이들과 한집에서 근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 있었다. 이 때문에 경기도교육청이 평균적인 교사들의 삶을 고려하지 않고 지침을 하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근무 장소에 카메라 등 촬영 장치를 반입하지 말라"는 항목도 문제가 됐다. 보통의 휴대전화라면 카메라가 달려있기 마련인데, 규정에 적힌 그대로를 준수할 경우 근무 공간엔 휴대전화를 들일 수 없게 된다.
온종일 재택근무를 하면서 휴대전화로 오는 연락을 받지 말라는 지침과 같았다. 이런 비판이 거세게 일자 교육청은 서약서 제출 요구를 취소하거나 다른 서약서로 대체했다. 이 과정에서 몇 차례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다.

교육청이 원래의 입장을 계속 고수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그리고 교사들은 이런 모순적인 '서약서'에 꼭 동의해야 했을까. 변호사는 "그럴 필요 없다"고 분석했다. 교육청이 서약서 동의를 강요할 권한은 없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갑을의 옥민석 변호사는 "교육청이 교사들에게 서약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할 권한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교육청이 서명을 요구할 법적인 권한이 없다면, 교사들이 반드시 서명할 의무도 없다.
만일 어떤 이유에서든 서약서에 서명했다면 어떻게 될까. 옥민석 변호사는 "법적인 효력이 없다"고 했다. "법에 규정돼 있지 않은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서약서는 법적 효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택근무 장소에 가족 등 외부인 출입 금지'와 같은 내용을 서약서에 담으려면, 근거 조항이 법률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뒷받침할 법률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해경 소속 경찰관 A씨는 국비 지원으로 항공기 조종사 교육을 받으면서 "10년 이상 의무 복무하겠다"는 서약서를 썼다.
이후 A씨가 4년간 근무하다가 퇴직하려 하자, 정부는 서약서를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교육비 등 소요 경비를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A씨가 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봤다. "경찰공무원 교육 훈련 규정에 '복무 의무나 소요 경비 상환'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근거 법률이 없는 서약서는 효력이 없다고 본 것이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이날 오후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 9일 학교에 "'원격업무지원서비스(EVPN) 서약서'도 인정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서약서의 내용은 재택근무를 할 때 정보 유출에 조심하고, 해당 프로그램은 업무 목적에만 활용한다는 것 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