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환자 지키다가 숨진 현은경 간호사…"의사자 지정 추진"
마지막까지 환자 지키다가 숨진 현은경 간호사…"의사자 지정 추진"
이천시·대한간호사협회⋯의사자 지정 추진 의사 밝혀
보건복지부, 의사상자심사위원회 통해 지정 여부 결정
지난 2018년, 간호사·간호조무사 지정 사례 있어

지난 5일 경기 이천 화재 사고 당시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지키기 위해 남아있다가 숨진 간호사 현은경씨)를 의사자로 지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연합뉴스
병원 건물 화재 현장에서 환자 곁을 지키다 숨진 故 현은경(50) 간호사를 의사자로 지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천시와 대한간호사협회 등은 "현씨의 의사자 지정 서류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지난 7일 밝혔다.
앞서 지난 5일 경기도 이천시에 있는 한 빌딩의 3층 스크린골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1시간 10여분 만에 진화됐다. 당시 검은 연기가 4층에 있는 병원으로 유입되면서 대피하지 못한 환자들과 간호사 등 5명이 숨지고 42명이 연기흡입 등의 부상을 입었다. 당시 현은경씨는 투석 환자들의 대피를 돕다 숨졌다.
소방대원들이 병원에 진입했을 당시, 의료진들은 고령의 환자들을 계단을 이용해 아래층으로 내려보내거나, 옥상으로 대피시키는 등 급박한 상황이었다. 간호사들은 환자 팔목에 연결된 투석기의 관을 가위로 자르고, 이들을 대피시키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은경 간호사를 의사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사자란 자신의 직무가 아닌데도 다른 사람을 구하려다 사망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이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사상자법)에 따라 의사자로 인정한 사람을 말한다(제2조).
의사상자법에 따르면 의사자는 △강도·절도·폭행·납치 등의 범죄행위를 제지하다가 사망하거나 △자동차·열차 등 운송수단의 사고 또는 천재지변·화재 등으로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을 구하다가 사망하는 등의 경우 지정 신청을 할 수 있다(제3조). 기초단체나 유족들이 보건복지부에 의사자 지정을 신청하며, 보건복지부가 의사상자심사위원회를 통해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의사자 지정을 위해서는 자신과 전혀 관계없는 제3자에 대한 직접·적극적 구조 행위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화재 당시의 상황을 담은 CC(폐쇄회로)TV 영상 분석, 구조된 환자들의 진술 청취 등을 통해 현씨 등 의료진의 구호 활동을 확인한 뒤 지정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간호사가 의사자로 지정된 사례는 있었다. 지난 2018년 1월 밀양세종병원 화재 당시 환자들을 대피시키다 숨진 김점자씨와 간호조무사였던 김라희씨다. 당시 이들은 1층 응급실 내부의 탕비실 천장 전기배선 발화로 화재가 발생한 사실을 알아차린 뒤, 병실을 돌아다니면서 환자들을 대피시켰다. 이 과정에서 엘리베이터로 이동했다가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연기에 질식해 사망했다.
이천시는 현씨에 대한 의사자 지정을 검토해 보건복지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이천시 관계자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지킨 현씨의 행동이 병원 CC(폐쇄회로)TV 등에 담긴 만큼 의사자 인정을 받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도 "환자의 생명을 끝까지 지켰던 현 간호사의 희생정신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의사자로 인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12일까지 전국 16개 시도 지부별로 추모 기간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SNS를 통해 "고인은 이천병원 화재 당시 투석환자들의 대피를 위해 각별한 헌신을 보여주셨고, 그 과정에서 안타까운 희생을 하셨다"며 "의사자 지정을 통한 국가적 예우는 남은 우리들의 몫이다.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하여 고인의 의사자 지정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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