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학업 중단자 1만명 시대… '내신 리셋' 위해 자퇴표 던지는 아이들
고1 학업 중단자 1만명 시대… '내신 리셋' 위해 자퇴표 던지는 아이들
5등급제·고교학점제가 낳은 기형적 입시 꼼수
모니터 숨기며 무한 경쟁하는 교실

고1 첫 내신 성적을 지우기 위해 자퇴 후 재입학을 선택하는 이른바 ‘내신 리셋’ 현상이 입시가에서 확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입 내신 성적을 지우고 새로 시작하려 자퇴 후 재입학을 선택하는 이른바 '내신 리셋' 현상이 입시가를 덮치고 있다.
새롭게 도입된 교육 평가 제도의 맹점이 10대 청소년들을 공교육 밖 '자발적 유급'으로 내몰고 있는 형국이다. 2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유승민 작가는 이 같은 교육 현장의 충격적인 실태를 전했다.
'내신 리셋' 혹은 '점수 덮어쓰기'로 불리는 이 방식은, 고등학교 1학년 첫 시험에서 기대 이하의 내신 성적을 받은 학생이 학교를 자퇴한 뒤 이듬해 고등학교에 다시 신입학해 기존 성적을 초기화하는 입시 전략이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과거의 자퇴 방식과는 확연히 다르다.
유승민 작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일반계 고등학교 1000여 곳의 학업 중단자는 약 1만 8000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과반인 56%가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었다.
"올 1등급 아니면 인서울 불가"… 바뀐 입시 제도가 부른 역설
이 기형적인 꼼수의 배경에는 입시 제도 개편이라는 구조적 원인이 자리 잡고 있다.
오는 2028학년도부터 고교 내신 평가는 기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뀐다. 1등급 비율이 기존 상위 4%에서 10%로 크게 늘어나 외형적으로는 1등급 진입이 수월해졌다.
하지만 상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경쟁 밀도가 치열해지는 역설이 발생했다.
한 현직 교사는 "학원가 등에 '올 1등급을 받지 않으면 인서울이 힘들다'는 분위기가 공공연하다"며 "성적이라는 것 자체가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돌이킬 수 없는, 평생 지워지지 않는 낙인으로 아이들이 체감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선행학습 여부도 큰 변수다. 성실했던 학생이라도 첫 시험에서 선행학습이 되어 있는 동급생과의 격차를 확인한 뒤, "3년 내내 쫓아가다가 끝나겠다"는 좌절감에 결국 1년을 포기하고 내신 따기 쉬운 학교로 재입학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진로 변경 불가능한 '고교학점제'… 교실은 각자도생의 장으로
섣부른 '고교학점제' 도입도 학생들의 목을 죄고 있다.
해당 제도는 진로를 미리 탐색하자는 취지지만, 1학년 1학기 입학 직후 3년 치 수강 계획을 모두 확정해야 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성적이 나오지 않아 수업을 바꾸려 해도, 학교 측이 과목을 학년 단위로 개설하기 때문에 중간 변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행 상대평가 체제와 결합한 이 제도는 교실 풍경마저 삭막하게 바꿨다.
한 교사는 "실습 위주의 수업에서 짝꿍에게 내 화면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일부러 모니터를 돌려놓고 수업을 듣는 경향이 생겼다"고 증언했다.
선택 과목 특성상 수강 인원이 적어 경쟁자가 한눈에 파악되기 때문에, 내 옆의 친구를 이겨야만 내가 1등급을 받는 극한의 경쟁에 내몰렸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