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믿었던 중개보조원이 사기꾼…법원 “속은 세입자도 30% 책임”
[단독] 믿었던 중개보조원이 사기꾼…법원 “속은 세입자도 30% 책임”
임대인 아닌 개인 계좌로 보증금 보낸 ‘부주의’ 지적
법원, 공인중개사와 협회 책임 70%로 제한하는 ‘과실상계’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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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이미지.
공인중개사무소 직원이란 말만 믿고 수천만 원을 보냈다가 보증금을 떼일 뻔한 세입자에게 법원이 ‘당신에게도 30%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공인중개사무소 직원이란 말만 믿고 수천만 원을 보냈다가 보증금을 떼일 뻔한 세입자에게 법원이 ‘당신에게도 30%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전세 사기 공포가 만연한 가운데, 공인중개사를 통한 거래마저 100% 안전하지 않다는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사장님 계좌가 아닌데요?’…의심 없이 보낸 돈이 부른 비극
사건은 충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서 터졌다. 중개보조원 D씨는 세입자들의 절박한 마음을 교묘하게 파고들었다. 더 빨리 입주하고 싶어 하던 세입자 A씨에게는 “추가 보증금 500만 원을 먼저 보내주면 가능하다”고 속였다. 계약 갱신을 앞둔 기존 세입자 B씨에게도 같은 수법으로 500만 원을 뜯어냈다. 피해가 가장 컸던 C씨는 부동산 앱에서 D씨를 만난 뒤 보증금과 월세 명목으로 무려 2,050만 원을 D씨 개인 계좌로 송금했다.
세입자들은 ‘공인중개사무소 직원’이라는 그의 직함을 철석같이 믿었다. 하지만 D씨는 집주인에게 어떤 권한도 위임받지 않은 사기꾼이었다. 세입자들이 보낸 피 같은 돈은 고스란히 그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법원 “직원 잘못은 사장 책임, 그러나 ‘묻지마 송금’은 세입자 과실”
청주지법 충주지원 민사1단독 우인선 판사는 먼저 사기꾼 D씨에게 피해액 전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동시에 그를 고용한 공인중개사 E씨에게도 사용자 책임을 물었다. 공인중개사법은 “중개보조원의 업무상 행위는 그를 고용한 개업공인중개사의 행위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은 E씨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나머지 30%는 피해자인 세입자들의 ‘과실’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임대차 계약서에는 보증금을 임대인 명의 계좌로 입금하도록 명시돼 있었다”며 “그럼에도 세입자들은 중개보조원 개인이나 제3자 계좌로 거액을 보내면서 공인중개사나 임대인에게 직접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최소한의 확인조차 하지 않은 부주의가 손해를 키운 원인이 됐다는 의미다.
최후의 보루 ‘공제조합’마저…책임 한도는 70%
세입자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안전장치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의 책임 역시 70%의 벽을 넘지 못했다. 협회는 공인중개사의 업무상 사고에 대비해 공제계약(일종의 보험)을 운영하지만, 법원이 인정한 공인중개사의 책임 범위를 넘어설 수는 없었다.
결국 사기꾼 D씨는 피해액 전액을, 그를 고용한 공인중개사와 협회는 피해액의 70%를 함께 책임지게 됐다. 이번 판결은 부동산 거래의 ‘안전핀’으로 여겨지는 공인중개사무소를 통하더라도, 돈이 오가는 결정적 순간에는 계약 당사자가 직접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분명히 한 사례로 남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