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는 한국인, 가해자는 중국인, 장소는 캄보디아…용의자, 국내 법정 세울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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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는 한국인, 가해자는 중국인, 장소는 캄보디아…용의자, 국내 법정 세울 수 있나

2025. 10. 16 10:46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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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인 인도조약 없고, 증거수집도 난항

피해자 국적국 재판권 '보호주의' 적용 가능

'반인도적 범죄' 인정 여부가 관건

캄보디아서 숨진 경북 출신 대학생 추정 모습. /연합뉴스

"너무 맞아서 걷지도 숨도 못 쉬는 상태였고, 목부터 종아리까지 온몸이 피멍이었습니다. 무릎 살이 벌어져 뼈가 드러나 보일 정도였어요."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학생 고문 살해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며 대한민국이 충격에 빠졌다. 현지 범죄 조직에 납치된 피해자는 극심한 고문 끝에 숨졌고, 이 끔찍한 범죄의 용의자들은 중국 국적이었다. 범행 장소는 캄보디아, 피해자는 한국인, 가해자는 중국인인 이 사건의 범인들을 과연 대한민국 법정에 세울 수 있을까.


'요새'가 된 범죄 단지, 덫에 걸린 한국 청년들

16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한 로엘법무법인 남채은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남 변호사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만 해도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 신고 건수는 330건을 넘어섰다.


사망한 대학생은 지난 7월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끊겼다. 일주일 후 가족은 "아들을 감금 중이니 5천만 원을 보내라"는 협박 전화를 받았다. 즉시 경찰과 대사관에 신고했지만, 피해자는 약 3주 뒤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남채은 변호사는 "현지 사망 증명서에 사인이 '고문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으로 명시됐다"며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한 잔인무도한 고문치사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의 배후에는 거대한 범죄 조직이 도사리고 있다. 남 변호사는 "캄보디아에는 호텔이나 빌라를 높은 담벼락으로 두르고 경비병이 지키는 요새화된 범죄 단지가 약 50여 곳에 이른다"며 "그 안에서 수많은 한국인들이 감금된 채 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죄에 동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조직들은 대부분 중국계 자본이 총책을 맡고, 한국인 중간 관리자를 두는 형태로 운영되며, 범죄 단지에서 일하는 한국인만 2~3천 명으로 추산된다.


캄보디아 vs 중국 vs 한국, 엇갈리는 재판권

현재 중국 국적 용의자 3명이 캄보디아에서 검거됐지만, 재판이 어디서 열릴지는 미지수다. 남채은 변호사는 세 나라가 재판권을 주장하는 재판권의 경합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캄보디아: 범죄 발생지로서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1차적 수사 및 재판권을 가진다.
  • 중국: 용의자 국적 국가로서 '속인주의'를 적용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
  • 대한민국: 피해자 국적 국가로서 '보호주의' 원칙(형법 제6조)에 따라 재판권을 가질 수 있다.


이원화 변호사가 "한국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하려면 어떤 요건이 필요하냐"고 묻자, 남채은 변호사는 "가장 중요한 요건은 피의자의 신병 확보"라고 답했다. 즉, 캄보디아에 있는 용의자들을 한국으로 데려와야만 재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남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캄보디아와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어 있지 않아 외교적 협조에 의존해야 한다"며 "특히 중국인 피의자들이 본국으로 송환될 경우, 중국은 '자국민 불인도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사실상 한국으로 데려오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범행 현장과 증거물 모두 캄보디아에 있어 증거 수집이 어려운 점도 난관이다.


'반인도적 범죄' 인정이 돌파구 될까

이 복잡한 상황을 타개할 열쇠는 이 사건을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하는 데 있다. 남채은 변호사는 "일반 범죄는 한 국가의 법으로 처벌되지만, 반인도적 범죄는 인류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돼 국제법의 영역에서 다뤄진다"고 설명했다.


반인도적 범죄로 인정될 경우, 다음과 같은 강력한 조치가 가능해진다.

  1. 공소시효 배제: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처벌할 수 있다.
  2. 보편적 관할권: 국적이나 범죄 발생지와 무관하게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재판이 가능하다.
  3. 국제기구 개입: 캄보디아 당국의 수사 의지가 없을 경우, 국제형사재판소(ICC)나 유엔 인권이사회가 직접 나설 수 있다.


남 변호사는 "이 범죄가 민간인에 대한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공격의 일부였음을 증명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최근 폭증한 한국인 납치 신고 건수 ▲조직적으로 피해자를 유인하는 수법 ▲요새화된 범죄 단지의 존재 등이 주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의 시신은 여전히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남 변호사는 "시신은 살인 사건의 가장 결정적인 증거물"이라며 "캄보디아 당국이 부검 등 모든 수사 절차를 마칠 때까지는 유가족에게 인도하기 어렵다"고 안타까운 현실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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