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니까"…5년 일한 디자이너에 최저임금·퇴직금 안 준 미용실 원장 결국 유죄
"프리랜서니까"…5년 일한 디자이너에 최저임금·퇴직금 안 준 미용실 원장 결국 유죄
1심 무죄 뒤집은 항소심과 대법원
"형식보다 실질적인 종속 관계가 핵심"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서울 동대문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원장 A는 5년 넘게 일한 헤어디자이너 B에게 최저임금 미달액과 퇴직금을 주지 않아 법정에 섰다.
원장 A는 B에게 법정 최저임금과의 차액 1,243만 원과 퇴직금 436만 원 등 총 1,680만 원을 미지급한 혐의를 받았다. 서류상 완벽한 프리랜서라고 믿었던 미용실 원장에게 밀린 돈을 모두 지급하라는 법원의 철퇴가 내려졌다.
"우리 프리랜서 맞지?"… 계약서 이면의 진짜 사실관계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B는 2016년 3월부터 스태프로 일하다 2018년 10월 승급 심사를 거쳐 2019년 1월 헤어디자이너로 전환했다.
이때 두 사람은 기본급 없이 매출에 따른 수수료만 받는 '위촉계약서'와 100% 자율소득자임을 명시한 '확인서'를 작성했다.
겉보기에는 완벽한 도급 관계였다.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B는 디자이너가 된 후에도 주 5일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해야 했다.
지각이나 조기 퇴근, 휴무일 변경 시에는 원장이나 점장에게 보고하고 허락을 구했다. 게다가 본인 손님만 받는 것이 아니라, 미용실 청소와 비품 관리를 하고 원장의 시술 시 샴푸나 염색약 도포 등을 보조하기도 했다.
미용 요금이나 할인율 결정권도 원장인 A에게 있었고, 시술 중 문제가 생겨 고객이 항의하면 원장과 함께 배상해야 했다. 심지어 매출이 적어 B가 가져갈 돈이 없자, A는 '정착지원금' 명목으로 거의 매달 수십만 원의 현금을 따로 챙겨주기도 했다.

1심 "무죄" vs 2심 "유죄"… 극과 극 판결의 반전
이 사건을 두고 1심 재판부(서울북부지방법원 2022고정425)의 판단은 '무죄'였다.
B가 매출액의 약 33%를 인센티브로 받았고, 출퇴근 및 휴가를 자율적으로 조정했으며, 원장이 준 돈은 호혜적인 생활비 보조일 뿐이라며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본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서울북부지방법원 2023노332)에서 상황은 180도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을 파기하고 원장 A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근무 시간과 장소에 구속된 점, 비품 소유, 요금 결정권 등을 종합할 때 B는 실질적으로 원장에게 종속되어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꼼수 통하지 않는 법원, "종속적 관계가 진짜 기준"
법원은 계약의 형식이 아닌 실질을 파고들었다.
대법원(대법원 2023도11818) 역시 항소심의 유죄 판단이 옳다고 보고 A의 상고를 기각하며 원심을 확정했다.항소심 재판부는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으며 프리랜서 계약서를 썼다는 사정만으로는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사용자가 임의로 정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특히, 배분제로 전환된 후에도 B가 종전 급여 상당액을 보전받은 점을 볼 때, 이는 단순한 독립 사업자의 이익 분배가 아니라 매출에 연동되는 일종의 성과급,즉 임금의 실질을 가진다고 꼬집었다.
결국 프리랜서 서류 등 형식적 장치만으로는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를 감출 수 없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긴 판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