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빼돌려 사업 따냈지만 이익은 무죄?" 위례 비리 뒤집힌 판결…대장동 일당 웃었다
"정보 빼돌려 사업 따냈지만 이익은 무죄?" 위례 비리 뒤집힌 판결…대장동 일당 웃었다
"사업자 지위 취득과 배당금은 별개"…법원
부패방지법 엄격 해석에 검찰 '당혹'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맨 왼쪽부터),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연합뉴스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과정에서 내부 비밀을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등 이른바 ‘대장동 일당’이 1심에서 전원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이 주장한 211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과 업무상 비밀 이용 사이의 연결고리가 법원에서 끊어지며, 향후 대장동 관련 재판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10년 전 위례에서 시작된 ‘그들만의 리그’…치밀했던 유착 관계
이 사건의 발단은 2013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었던 유동규 씨와 전략사업TF 팀장 주지형 씨는 위례신도시 A2-8블록 개발사업을 추진하며 공사 내부의 핵심 정보를 민간업자들에게 흘린 혐의를 받는다.
비밀을 건네받은 이는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그리고 정재창 씨 등 대장동 사업의 핵심 인물들이었다. 이들이 공유한 정보는 개발사업 일정, 사업타당성 평가 보고서, 공모지침서 등 외부에는 절대 알려져서는 안 될 ‘특급 비밀’이었다.
덕분에 남 변호사 등이 설립한 ‘위례자산관리’는 금융기관과 미리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모 절차에 누구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고, 결국 민간사업자로 최종 선정되었다. 이후 호반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하며 사업은 속도를 냈고, 2017년 3월까지 총 418억 원 규모의 시행이익이 발생했다. 검찰은 이 중 호반건설이 169억 원, 위례자산관리가 42억 3천만 원의 배당이득을 챙기는 등 총 211억 3천만 원의 부당이득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비밀은 맞지만 돈은 무죄"…법원이 꼽은 인과관계의 단절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춘근 부장판사는 28일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 등 피고인 5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예상을 뒤엎는 반전이었다.
우선 재판부는 민간업자들이 확보한 정보가 부패방지법상 ‘비밀’에 해당한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도4888 판결)에 따르면,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고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이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은 법령상 비밀로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비밀로 인정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익의 취득’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비밀을 이용해 얻은 것은 ‘사업자 지위’일 뿐, 공소사실에 명시된 ‘배당이익’은 아니라고 보았다. 배당금을 받기 위해서는 성남시의 계획 승인, 심사, 아파트 분양 및 시공 등 수많은 후속 단계가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제3자의 행위가 개입되어 인과관계가 단절된다는 논리다.
재판부는 아래와 같이 부연했다.
"사업자 지위를 취득했더라도 개발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었고,
취득 액수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
사업자 선정 당시 실제 발생할 구체적 사업수익을 예상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실제로 한국신용평가는 위례 사업수익을 1,007억 원으로 추산했으나 실제 수익은 418억 원에 그쳤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사업자 지위 취득과 최종 배당금 사이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장동 닮은꼴' 위례의 무죄…검찰의 법리 구성 허점 드러나
이번 판결은 대장동 사업 비리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일당들에게 면죄부를 준 꼴이 되었다. 대장동 사건과 위례 사업은 공무원과 민간업자가 유착했다는 점에서 ‘쌍둥이 사건’으로 불리지만, 법원은 부패방지법의 구성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해석했다.
검찰은 지난 결심 공판에서 유 전 본부장 등에게 징역 1~2년과 수십억 원의 추징금을 구형하며 강하게 압박했으나, 법원이 “배당이익을 재산상 이익으로 취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함에 따라 검찰의 수사 동력에도 제동이 걸렸다.
특히 대장동 사건에서 검찰이 일부 무죄 판결에 대해 항소를 포기했던 전례가 있어, 이번 위례 사건에서도 항소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만약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다면 이번 무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며, 211억 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에 대한 추징도 불가능해진다.
부동산 개발 비리 사건에서 ‘사업권 취득’과 ‘실제 수익’ 사이의 인과관계를 어떻게 입증할 것인지가 향후 검찰의 최대 숙제로 남게 되었다. 수사팀 내부에서는 재판부가 법리 구성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향후 항소심에서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