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평생 모은 금목걸이가 마늘장아찌로…노인 울린 바꿔치기 사기단의 치밀한 수법
[단독] 평생 모은 금목걸이가 마늘장아찌로…노인 울린 바꿔치기 사기단의 치밀한 수법
법원, 노인 상대 조직적 밑장빼기에 "죄질 불량"
피해 보상 노력에 집행유예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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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2019년 가을, 서울 영등포의 한 길가. 다리를 절며 힘겹게 걷던 할머니 B씨에게 낯선 이들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무릎을 고쳐줄 수 있어요. 100세 할아버지에게 귀금속과 현금을 보여주기만 하면 좋은 기운을 넣어 건강하게 해줄 겁니다."
솔깃한 제안이었다. 이내 자신을 '100세 할아버지의 손자'라고 소개한 남성 A씨가 나타나 "귀금속을 보여주면 다리를 고치고 행운이 생길 것"이라고 거들었다. B씨는 평생 모은 금목걸이 2개, 금반지 3개와 현금을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그들에게 건넸다. A씨 일당은 B씨의 가방에 비닐봉지를 다시 넣어주며 신신당부했다.
"이 가방은 절대 열어보면 안 됩니다. 내년 1월 1일까지 열면 효과가 없어요."
희망에 부풀어 집으로 돌아온 B씨. 하지만 그 봉지 안에 든 것은 행운의 부적이 아니었다. 묵직하게 B씨의 손에 들린 것은 생수병과 마늘장아찌, 그리고 신문지 뭉치였다.
가방 속 금품을 벽돌로
지난 6월 25일, 서울남부지방법원 장민석 판사의 법정에서 이 기만적인 범죄의 전말이 드러났다. 피고인 A씨는 중국에서 조직적으로 입국한 '기원 사기단'의 일원이었다. 이들은 한국의 중국인 밀집 지역을 돌며 건강과 행운을 미끼로 노인들의 전 재산을 노렸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들의 수법은 치밀했다.
- "103살 할아버지가 키우는 붉은 생강을 먹으면 다리가 낫는다", "자녀들의 일이 잘 풀리게 해주겠다"며 아픈 곳, 가장 걱정되는 곳을 파고들어 피해자를 유인했다.
- 일당 중 한 명이 '신통한 능력을 가진 이의 손자' 역할을 맡아 피해자의 믿음을 샀다. 그리곤 "귀금속과 현금을 가져와야 액운을 막을 수 있다"며 집과 은행에 있는 돈까지 모두 가져오게 했다.
- 피해자가 보는 앞에서 기도를 하는 척 주의를 분산시킨 뒤, 돈과 귀금속이 든 봉지를 미리 준비한 벽돌이나 생수병이 든 봉지로 순식간에 바꿔치기했다.
- "집에 갈 때까지 절대 열어보지 마라", "뒤돌아보지 말고 곧장 가라"는 경고로 시간을 번 뒤 그대로 사라졌다.
이 수법에 4명의 노인이 수천만 원에 달하는 재산을 눈앞에서 도둑맞았다.
"죄질 좋지 않다"면서도…법원이 집행유예 선고한 이유
법원은 A씨의 죄를 엄중히 꾸짖었다. 장민석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공범과 합동하여 불특정 다수의 노인들을 상대로 금품을 절취한 것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고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최종 선고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실형을 면한 것이다.
재판부는 A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약 4개월간 구금되어 반성의 시간을 가진 점을 고려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었다. A씨는 피해자 두 명과 합의했고, 다른 피해자에게는 피해액의 일부를 공탁하며 용서를 구했다. 한 피해자가 합의금 수령을 거부하기도 했지만, 그의 노력 자체를 외면하지는 않았다.
[참고] 서울남부지방법원 2025고단1078 판결문 (2025. 6. 25.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