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형 아빠, B형 엄마, O형 딸? 7년 키운 아이 '친딸'이 아니었다
AB형 아빠, B형 엄마, O형 딸? 7년 키운 아이 '친딸'이 아니었다
AB형 아빠·B형 엄마 사이에서 O형 딸 탄생 '불가능'
유전자 검사 결과 친딸 아님 확인
아내 "결혼 후 딱 한 번 외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나 O형! 제일 좋은 거래!"
두바이에 파견 나간 A씨(40대)가 7살 딸로부터 들은 이 한마디는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AB형인 자신과 B형인 아내 사이에서 O형 딸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은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배운 상식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27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사연을 보냈다. 회사 일로 두바이에 파견 나와 있는 A씨는 방학마다 아내와 딸이 두바이로 와서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다. 지난 겨울방학도 마찬가지였다.
"오랜만에 잠든 딸 얼굴을 유심히 보다가 문득 '얘는 누구 닮았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빠인 저도 아니고, 아내 쪽 누구와도 닮지 않았거든요."
이상한 예감이 든 A씨는 딸에게 혈액형을 물어봤다. 딸은 자랑스럽게 "O형"이라고 답했다. 그 순간 A씨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휴가 내고 한국행⋯유전자 검사 결과는 "친딸 아님"
A씨는 곧바로 휴가를 내고 한국으로 들어와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딸은 그의 친딸이 아니었다.
아내를 추궁하자 아내는 펑펑 울면서 사실을 털어놨다. "결혼하고 나서 딱 한 번 다른 남자를 만났는데 그때 생긴 아이 같다"는 것이었다.
A씨는 "아이가 무슨 죄가 있을까 싶다가도 아내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힘들다"며 "하지만 사실관계는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했다"고 말했다.
혼인 중 태어난 아이는 무조건 "남편 자녀"로 추정
정은영 변호사(법무법인 신세계로)는 "민법 제844조에 따라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생물학적 친자가 아니더라도, 혼인 중에 아내로부터 출생한 자녀는 일단 남편의 친자녀로 추정되고 가족관계등록부에도 남편의 자녀로 기재된다는 것이다.
정 변호사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해 출산한 자녀라면 유전자검사 등을 통해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더라도 여전히 남편의 자녀로 추정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관계등록부 정정하려면?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하려면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시간 제한이 있다.
정 변호사는 "친생부인의 소는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2년 내에 제기해야 한다"며 "유전자검사 결과를 받은 날로부터 2년이 지나면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2년 놓치면 방법 없어⋯"신중한 결정 필요"
그렇다면 2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정 변호사는 "친생자부존재확인의 소는 제소기간 제한이 없지만 이 소를 제기하는 것은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부부가 따로 사는 등 '처가 부의 자를 포태할 수 없음이 외관상 명백한 경우'처럼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친생자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친자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2년 내에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는 것이다.
정 변호사는 "사연의 경우 무조건 친생부인의 소를 2년 내에 제기해야 한다"며 "남편은 2년간 고민을 해보고 딸과의 관계를 유지할지 그전에 확실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씨는 이제 2년이라는 시간 안에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 7년간 친딸로 여겨온 아이와의 법적 관계를 끊을 것인지, 아니면 평생 이 진실을 안고 살아갈 것인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