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폭탄 협박' 6억 손실…'자폐 촉법소년'에 전액 받아낼 수 있을까?
신세계, '폭탄 협박' 6억 손실…'자폐 촉법소년'에 전액 받아낼 수 있을까?
부모 책임도 법원이 제한할 가능성 커

5일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출동한 모습. /연합뉴스
평화롭던 백화점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신세계 본점 1층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인터넷 글 하나에 4,000여 명의 고객과 직원이 긴급 대피했고, 경찰특공대까지 출동해 2시간 넘게 영업이 마비됐다. 신세계 측이 추산한 피해액만 약 6억. 그런데 이 엄청난 소동을 일으킨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자, 신세계의 손해배상 계획은 복잡한 딜레마에 빠졌다.
범인은 테러리스트가 아닌,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이었다. 심지어 이 학생은 태어날 때부터 중증 자폐를 앓고 있는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이다. 신세계는 과연 이 막대한 손실을 모두 보상받을 수 있을까.
가해 학생, 형사처벌도 민사배상도 '불가능'
가해 학생 개인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선 형사적으로 A군은 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에 해당해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사회봉사, 소년원 송치 등)을 받을 수는 있지만, 전과 기록이 남는 형사처벌은 피한다.
더 중요한 것은 돈을 물어내야 하는 민사 책임이다. 우리 민법은 미성년자가 "자신의 행위 책임을 판단할 지능이 없는 경우" 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학교 1학년이면 책임을 판단할 지능이 있다고 보지만, '중증 자폐'라는 특수한 상황이 변수다. 법원은 A군의 책임 능력이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신세계가 학생을 상대로 직접 소송을 걸어도 이기기 어렵다는 의미다.
책임의 화살은 부모에게로…하지만 '전액 배상'은 다른 문제
학생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면, 법은 그 감독 의무가 있는 부모에게 책임을 묻는다.
민법 제755조는 책임 능력 없는 미성년자가 손해를 입힌 경우, 그 감독자인 부모가 배상 책임을 지도록 규정한다. 부모가 "감독 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해야만 책임을 피할 수 있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설령 A군에게 책임 능력이 일부 인정되더라도, 법원은 자녀의 불법행위에 대한 부모의 감독 소홀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다(대법원 93다60588 판결).
결국 신세계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대상은 A군의 부모가 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또 다른 벽에 부딪힌다. 바로 '6억'이라는 금액이다.
법원은 미성년자 관련 사건에서 부모의 책임을 일부 제한하는 '책임 제한' 법리를 적극적으로 적용한다. ▲가해 학생이 중증 자폐를 앓는 촉법소년이라는 점 ▲실제 폭발물이 아닌 허위 협박에 그쳤다는 점 ▲부모의 경제적 배상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상액을 대폭 깎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유사 판례들을 보면, 법원은 미성년자 불법행위에 대한 부모의 책임을 40%에서 많게는 90%까지 제한하기도 했다. 즉, 신세계가 6억 손해를 입증하더라도, 법원 판결을 통해 부모에게 받아낼 수 있는 돈은 일부에 그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강력한 법적 조치"를 예고한 신세계의 엄포는 법정에서 힘이 빠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