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안 부딪혔는데 뺑소니? '미안하다' 말만 하고 떠난 운전자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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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안 부딪혔는데 뺑소니? '미안하다' 말만 하고 떠난 운전자의 최후

2026. 03. 10 15:56 작성2026. 03. 11 10:49 수정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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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차로 변경이 부른 연쇄 충돌

사라진 원인 제공자

교통사고 유발 후,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구호를 거부하지 않았음에도 신원 확인 없이 현장을 떠났다면 뺑소니(도주차량)에 해당한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2007년 2월 17일 오후,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앞 편도 3차로 도로에서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승용차를 몰던 피고인 A씨는 3차로를 따라 주행하던 중 방향 지시등을 켜지 않고 갑자기 2차로로 진입했다.


당시 2차로를 달리던 피해 차량 운전자는 A씨의 차량과 부딪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 1차로 쪽으로 핸들을 급격히 돌리며 브레이크를 밟았다.


하지만 이 급격한 회피 기동으로 인해 1차로를 정상적으로 주행 중이던 또 다른 피해 차량의 측면을 그대로 들이받고 말았다.


이 연쇄 충돌로 인해 피해 차량 탑승자 3명은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경추염좌 등의 상해를 입었으며, 피해 차량 두 대 모두 수십만 원의 수리비가 나올 정도로 파손되었다.


사고 직후 원인을 제공한 A씨는 차에서 내렸다.


그는 사고를 당한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미안하다는 말을 건넸다.


황당한 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왜 운전을 그렇게 하느냐"고 따져 물으며 스프레이로 도로 위에 사고 위치를 표시하고 있는 사이, A씨는 아무런 연락처도 남기지 않은 채 자신의 차량을 몰고 현장을 떠나버렸다.



"직접 안 부딪혔고 크게 안 다쳤다"며 억울함 호소한 운전자

이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 및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억울함을 강하게 주장했다.


피해 차량의 당시 속도가 시속 30~40km에 불과해 충분히 사고를 피할 수 있었으므로 자신의 과실로 사고가 난 것이 아니라는 논리였다.


더 나아가 A씨는 피해자들의 상해 부위나 정도가 가벼웠다는 점을 강조했다.


피해자들을 병원으로 이송하는 등 도로교통법상 규정된 구호 조치를 굳이 취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자신에게 뺑소니(도주의 고의) 의도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대법원 "피해자의 '괜찮다'는 명확한 확인 없었다면 유죄"

법원의 판단은 A씨의 주장과 달랐다.


1심(사건번호 2007고단854)과 항소심(사건번호 2007노1143) 재판부는 모두 A씨의 유죄를 인정했다.


깜빡이를 켜지 않고 급하게 차로를 변경한 A씨의 과실과 두 피해 차량 간의 추돌 사고 사이에는 명백한 법적 인과관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또한 사고의 규모나 상해 정도를 볼 때, A씨가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의 응급 조치를 취할 필요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이탈했으므로 뺑소니 범죄가 맞다고 판단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사건번호 2008도293)까지 올라갔으나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대법원은 사고 직후 피해자의 거동에 큰 불편이 없어 보이고 외관상 상처가 뚜렷하지 않았더라도, 나중에 상해가 가벼운 것으로 판명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운전자가 스스로 '구호 조치가 필요 없다'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피해자 측에서 구호가 불필요하다고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명하거나, 응급 조치가 필요 없다는 객관적 정황이 사고 직후 시점에 명확히 드러나야만 구호 의무가 면제된다고 판시했다.


즉, 사고 현장에 남아 피해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인적 사항도 남기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다면 도주의 고의가 넉넉히 인정된다는 취지다. 결국 대법원은 A씨의 상고를 기각하며 원심의 형을 최종 확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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