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사 시험 중도포기했는데 합격? 산업인력공단, 반복되는 부실에 법적 책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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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사 시험 중도포기했는데 합격? 산업인력공단, 반복되는 부실에 법적 책임은?

2025. 06. 27 12:40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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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 오류로 뒤바뀐 당락, 반복되는 부실 관리

한국산업인력공단 로고. /연합뉴스

국가자격시험에서서 중도 포기한 수험생에게 '합격'을 통보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하 산인공)의 고질적인 시험 관리 부실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5일, 공인노무사 1차 시험 합격자 발표 과정에서 합격 기준에 미달한 5명이 합격자로 둔갑하는 전산 오류가 발생했다. 심지어 이들 중에는 1교시만 치르고 시험을 포기한 응시생도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수험생들의 공분을 샀다.


산인공은 뒤늦게 오류를 바로잡았지만, 이는 예견된 인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해에는 기사·산업기사 실기시험 답안지 609장을 채점도 전에 파쇄하고, 2022년에는 산업안전기사 시험 채점 오류로 386명을 뒤늦게 추가 합격시키는 등 비슷한 사고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산인공의 부실 관리는 단순히 해프닝으로 넘길 사안이 아니다. 국가자격시험의 공신력을 송두리째 흔드는 행위이자, 수험생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법적 문제와 직결된다.


'오류' 넘어 '위법'의 영역…국가배상 책임의 문턱

그렇다면 수험생들은 산인공, 나아가 국가를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 다만, 그 과정은 험난할 수 있다.


우리 법원은 국가시험 관리 기관의 오류로 수험생이 피해를 본 경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국가배상법 제2조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혔을 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산인공과 같은 위탁 기관의 직원도 '공무원'으로 간주된다.


문제는 '고의 또는 과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2001다65236)에 따르면, 단순히 시험에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는 않는다. 시험을 주관한 공무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해 그 행정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인정될 정도여야 한다.


하지만 최근 산인공의 행태는 '객관적 정당성 상실'에 무게를 싣는다. 답안지 파쇄, 전산 오류 등은 출제 오류와는 차원이 다른, 명백한 관리·감독의 실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법원은 지난해 답안지 파쇄 사건 피해자 147명이 낸 소송에서 "공단의 과실이 인정된다"며 1인당 15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반복되는 부실 관리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는 위법행위임을 법원이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합격' 통보 받았다가 '불합격'…정신적 피해 보상은?

이번 노무사 시험 오류처럼 '불합격'이 '합격'으로 정정된 경우가 아닌, 반대로 '합격' 통보를 받았다가 '불합격'으로 번복된 수험생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경우, 정신적 손해배상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과거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과목 출제 오류 사건에서, 잘못된 등급 결정으로 불이익을 받은 학생들에게 법원은 1인당 200만 원에서 1,000만 원의 위자료를 인정했다(부산고등법원 2017. 5. 10. 선고 2016나55042 판결). 법원은 "수능시험 결과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를 크게 저버렸고, 대입 당락에 중대한 영향을 미쳐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합격 통보를 믿고 2차 시험을 준비하거나, 주변에 합격 소식을 알린 수험생에게 뒤늦게 '합격 취소'를 통보하는 것은 큰 상처를 남기는 행위다. 합격 발표 후 불합격으로 정정되기까지의 시간, 수험생이 겪은 정신적 충격의 정도, 산인공의 사후 조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자료 액수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중도 포기생도 합격시키는' 산인공의 총체적 부실은 더 이상 개인의 실수로 치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반복되는 사고는 단순한 운영 미숙이 아닌, 국가시험 제도 자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위법행위다.


더 이상 수험생의 피와 땀이 어처구니없는 행정 오류로 얼룩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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