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면제 받은 프로게이머 '룰러', 탈세 적발⋯그래도 혜택 박탈은 불가
병역 면제 받은 프로게이머 '룰러', 탈세 적발⋯그래도 혜택 박탈은 불가
국세청 "아빠가 매니저? 전속계약 맺었는데 불필요"
현행 병역법상 편입 취소할 법적 근거 없어

프로게이머 룰러가 가족을 동원한 탈세 혐의로 국세청 과세를 받았고, 조세심판원도 이를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룰러 인스타그램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며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은 국내 최정상급 프로게이머 '룰러(박재혁)'가 가족을 동원한 꼼수 탈세 혐의로 국세청의 철퇴를 맞았다.
조세심판원 역시 국세청의 과세가 정당하다고 판정하면서, 탈세나 범죄를 저지른 스포츠 스타에게 유지되는 병역 혜택의 법적 구멍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게임단 전속인데 아빠가 매니저?⋯"입증 자료 부족해 비용 인정 불가"
룰러 측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아버지를 매니저로 두고 인건비를 지급했다고 주장했지만, 국세청은 이를 업무무관비용으로 간주해 필요경비에서 제외했다. "프로게이머는 소속 게임단과 전속 계약을 맺고 모든 활동을 배타적으로 관리받는다"는 이유에서다.
법적으로 소속사가 있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가 개인 매니저를 두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게임단의 관리 범위를 벗어난 개인 자산 관리나 사생활 지원 등은 별도의 매니저가 맡을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결정적 패인은 '증거 부족'이었다. 국세청은 "아버지가 매니저로 활동했다는 점을 입증할 근거 자료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세법상 필요경비로 인정받으려면 해당 지출의 업무 관련성을 납세자가 입증해야 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가 없었으므로 국세청이 인건비를 부당 비용으로 처리한 것은 법적으로 타당하다.

"순수 자산 관리" 항변했지만⋯법원은 '조세 회피'로 본다
룰러의 아버지는 아들의 연봉과 상금으로 주식에 투자해 매매 차익과 배당 수익을 냈다. 룰러 측은 이를 "순수 자산 관리 목적의 명의신탁(이름을 빌려주는 행위)"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실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를 경우 조세 회피 목적이 있는 것으로 추정해 명의자에게 증여세를 부과한다. 조세 회피 목적이 없었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납세자 스스로 증명해야만 한다.
국세청은 주식 거래로 발생한 수익이 룰러에게 돌아가지 않고 아버지 계좌로 이체돼 아버지 신용카드 대금이나 종합소득세 납부에 쓰인 점에 주목했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아버지 명의로 소득을 신고해 높은 누진세율을 피했으므로, 이를 사소한 조세 경감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자산 관리라는 다른 목적이 있었더라도 조세 회피 의도가 함께 병존했다면 조세 회피 목적이 없다고 인정받을 수 없다. 조세심판원 역시 "명의신탁에 조세회피 목적 외에 뚜렷한 이유가 부족하다"며 국세청의 과세 처분이 적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탈세 적발돼도 '병역 면제'는 굳건⋯"현행법상 박탈 근거 없어"
이번 사태로 룰러가 받은 병역 면제 혜택을 박탈해야 한다는 여론도 일고 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행법상 불가능하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는 병역법에 따라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돼 사실상 병역 면제 혜택을 받는다. 현행 병역법에는 이들이 의무복무기간 중 일반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편입을 취소하는 명시적 규정이 존재한다.
하지만 룰러의 경우 혜택 박탈은 불가능에 가깝다. 문제 행위(2018~2021년)가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따른 의무복무기간 이전에 발생한 데다, 형사재판을 통한 실형 선고가 아닌 행정청의 세금 추징(과세 처분)에 그쳤기 때문에 법적인 편입 취소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룰러 측은 "해당 자금은 이미 소득세를 완납한 개인 자산이며, 이번 과세 처분은 고의적인 조세 회피가 아닌 자산 관리 과정에서 발생한 단순한 행정적 미숙일 뿐"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