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사기꾼"이라 부르는 사람을 신고했더니, 경찰은 "당신이 사기꾼 아니란 증거 가져와라"
날 "사기꾼"이라 부르는 사람을 신고했더니, 경찰은 "당신이 사기꾼 아니란 증거 가져와라"
변호사들 "고소인에 떠미는 것 부당⋯다만, 내용 부족했다는 표현일 수도"

오랜 기간 '사기꾼'이라는 헛소문에 시달린 A씨. 그는 소문을 만든 사람을 찾아 명예훼손죄로 경찰에 고소했는데 황당한 말을 들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오랜 기간 '사기꾼'이라는 헛소문에 시달린 A씨. 그는 소문을 만든 사람을 찾아 명예훼손죄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런데 A씨는 경찰 수사관으로부터 당황스러운 말을 들었다. "당신(A씨)이 사기꾼이 아니라는 '증거'를 가져오라"고 한 것. A씨가 "어떤 입증자료가 필요하냐"고 되묻자 수사관은 "그건 알아서 준비하시라"고 대꾸했다.
조사가 끝나고 나온 A씨 마음은 몇 배는 복잡해졌다. 대체 자신이 사기꾼이 아니라는 증거는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가. 난감한 A씨는 변호사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물었다.
경찰은 수사를 하면서 지켜야 할 원칙을 '범죄수사규칙'으로 정하고 있다. 이 규칙 제5조는 "경찰관은 수사를 할 때 기초수사를 철저히 하여 모든 증거 발견수집에 힘써야 한다"고 의무를 정해놨다.
변호사들은 이 문구를 두고 "수사관이 증거를 마련할 것을 규정한 조항"이라고 말했다.
뉴로이어 법률사무소의 김수열 변호사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든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이든 이를 증명할 의무는 수사관에게 있다"고 말했다. 사실 여부와 별개로 증거를 모아야 하는 쪽은 수사관이며 그가 취한 태도가 올바르지 않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조율의 노영호 변호사도 "사기꾼이 아니라는 입증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해당 수사관에게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일을 해당 경찰서의 청문감사관실에 민원을 넣거나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을 해야 할 사안이라고 봤다.
각 경찰서는 청문감사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수사 기관에서 피해자나 피의자가 부당한 일을 겪거나 불친절한 대우를 받았다면, 해당 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아울러 국민권익위원회도 '경찰민원과'를 운영한다.
이어 노 변호사는 "고소 내용을 다시 잘 정리해서 제출해보라"고도 조언했다. 고소 내용이 부족해 생긴 일일 수도 있다 취지였다.
법률사무소 중현의 지세훈 변호사 역시 A씨에게 헛소문에 시달린 계기부터 잘 정리해 보라고 했다.
지 변호사는 "상대방이 A씨를 사기꾼이라고 이야기하게 된 계기가 있을 것"이라며 "이 점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정리해서 경찰서에 제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