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태우고 만취운전, 엄마의 '실수'인가 '아동 학대'인가
아이 태우고 만취운전, 엄마의 '실수'인가 '아동 학대'인가
법조계, '명백한 방임이자 신체·정서적 학대'
고의성 입증은 쟁점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엄마가 차에 없어요. 너무 무서워요.” 자정을 넘긴 시각,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의 울음 섞인 전화는 한 아버지의 가슴에 깊은 충격을 안겼다.
아내의 차에 홀로 남겨진 아이, 그리고 이어진 만취 운전. 이 사건은 단순 음주운전을 넘어 '아동학대'라는 무거운 법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사건은 지난밤 시작됐다. 아내가 초등학교 1학년 아들과 지인 모임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선 것은 저녁 6시 30분경. 밤 11시 40분이 되어서야 아내로부터 “귀가 중”이라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하지만 30분 뒤, 아버지 A씨가 받은 전화는 아내의 것이 아니었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아들이 울며 엄마가 차에 없고 혼자 방치돼 무섭다고 호소하고 있었다.
A씨는 즉시 112에 아이의 위치 추적을 요청하며 긴급 신고를 했다.
경찰이 출동하는 사이, 아파트 인터폰 화면에 아내의 차량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A씨는 아이를 태운 채 음주운전을 했을 가능성을 직감하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에게 음주 측정을 요청했다.
결과는 혈중알코올농도 0.073%.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아내 역시 아이를 차에 혼자 둔 사실과 음주운전 사실을 모두 시인했다.
한밤중 차에 갇힌 아이 그 자체로 '명백한 방임 학대'
법률 전문가들은 우선 아이를 심야에 차에 홀로 둔 행위 자체만으로 명백한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동복지법은 아동을 보호나 감독 없이 내버려 두는 '방임'을 명백한 학대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동규 변호사(법무법인 대한중앙)는 “초등학생 자녀를 심야에 차량에 홀로 남겨둔 행위는 아동복지법 제17조 제6호에서 금지하는 방임행위”라며 “아동을 정당한 보호 없이 유기하거나 방임해 정신적·신체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명백한 학대”라고 지적했다.
아이가 공포를 느껴 직접 구조를 요청한 상황 자체가 방임의 심각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만취 엄마의 운전대 아이를 태운 건 '도로 위 학대'일까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은 ‘아이를 태우고 한 음주운전’을 아동학대로 볼 수 있느냐다. 다수의 변호사는 음주운전이라는 극히 위험한 상황에 아이를 의도적으로 노출시킨 것 자체가 ‘신체적·정서적 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
조치홍 변호사(법률사무소 문)는 “아동의 생명·신체에 대한 잠재적 위험을 초래한 행위는 ‘신체적 학대’로 해석될 수 있다”며 “음주운전 당시 아이가 동승했다면 그 자체로 중대한 보호의무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허소현 변호사(법무법인 김앤파트너스)도 “법원과 수사기관은 아동의 생명, 신체에 대한 현실적 위험을 초래한 행위로 보아 정서적 학대 또는 신체적 학대의 미수(시도했으나 결과가 발생하지 않음)로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음주운전 사실만으로 즉시 학대죄를 적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현중 변호사(리라법률사무소)는 “학대 행위와 고의를 너무 확대 해석하는 것”이라며 “그런 식이라면 신호위반, 과속 등 모든 교통법규 위반도 아동학대로 평가될 수 있다는 말과 같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학대의 고의성이나 반복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두 개의 죄? '음주운전'과 '아동학대' 동시 처벌 가능성
만약 수사기관이 아내의 행위를 아동학대로 판단한다면, 처벌은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하나의 행동이 여러 법을 동시에 어겼을 때, 법원이 이를 각각의 범죄로 보고 더 무겁게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법률적으로는 '경합범'이라 부르는데, 이번 사건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즉,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가 함께 적용돼 가중 처벌될 수 있다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