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꿈 꺾인 13살과 침묵한 코치…7년 만에 드러난 역도부 동성 성추행
[단독] 꿈 꺾인 13살과 침묵한 코치…7년 만에 드러난 역도부 동성 성추행
전지훈련 합숙 중 "자자"며 옆에 눕더니 가슴 만진 선배
9년 만에 드러난 진실
가해자에 벌금 1000만 원 선고
![[단독] 꿈 꺾인 13살과 침묵한 코치…7년 만에 드러난 역도부 동성 성추행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1764833899246738.jpg?q=80&s=832x832)
합숙 훈련 중 후배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중학교 선배 A양이 법원에서 벌금 1,000만 원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을 선고받았다. /셔터스톡
2015년 여름, 전북 완주군의 한 숙소. 중학교 역도부원들이 전지훈련을 위해 모인 이곳은 땀 냄새와 파이팅 소리로 가득해야 했지만, 밤이 되자 은밀하고 끔찍한 공간으로 변했다.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B양(당시 13세)에게 2년 선배인 A양(당시 15세)은 하늘 같은 선배이자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날 밤, 좁은 방 안에서 사건은 시작됐다.
"하지 마세요" 뿌리쳤지만... 멈추지 않은 손
숙소 방 하나에 여학생 4명이 나란히 누웠다. B양은 오른쪽 팔을 베고 옆으로 누워 잠을 청하려 했다. 그때, 등 뒤에서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바로 뒤에 누워있던 선배 A양이 바짝 다가온 것이다.
"자기야, 나 외로워."
A양의 입에서 나온 말은 섬뜩했다. A양은 곧이어 손을 뻗어 B양의 가슴을 더듬기 시작했다. B양은 놀라 몸을 비틀며 "하지 마세요"라고 거부했다. 하지만 A양의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후배의 거부 의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3~4차례나 가슴을 만졌다.
사건 직후 B양은 다른 학교 선배들을 통해 감독과 코치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학교 측은 A양을 전학시키는 선에서 사건을 덮으려 했고, 심지어 B양에게 "함부로 말하고 다니지 말라"며 입막음을 시도했다.
7년 만의 고소, 그리고 법원의 심판
그날의 기억은 B양을 집요하게 괴롭혔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우울증에 시달리던 B양은 결국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7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러서야, B양은 A양을 고소했다.
재판에 넘겨진 A양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런 사실이 없다"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당시 코치까지 증인으로 나와 "추행 이야기를 들은 적 없다"며 A양을 두둔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전주지방법원 제12형사부(재판장 김도형)는 A양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이고 일관된다"며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꾸며내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사건 직후 피해자가 친구들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은 점, 장기간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기록 등을 근거로 피해 주장을 사실로 인정했다.
코치의 증언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단순히 화장을 시켰다는 이유만으로 선배의 전학을 요구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믿지 않았다. 오히려 사건을 덮으려 했던 정황이 역력하다고 봤다.
"어렸으니까 봐달라?"... 법원 "죄질 불량" 일침
A양 측은 범행 당시 만 15세의 미성년자였다는 점을 들어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단호했다. "합숙 훈련 중에 어린 후배를 추행한 것은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질타했다. 또한 "피해자가 장기간 고통받았음에도 사과나 피해 회복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엄벌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법원은 A양이 당시 미성년자로서 정신적으로 미성숙했던 점, 동성 피해자에 대한 범행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징역형 대신 벌금형을 선택했다.
[참고] 전주지방법원 제12형사부 2024고합13 판결문 (2024. 11. 7.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