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응급의료종사자의 진료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규정했지만, 처벌은 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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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지 응급의료종사자의 진료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규정했지만, 처벌은 고작…

2021. 05. 12 19:54 작성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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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생사 다투는 공간인 응급실

의료진의 업무 방해하면 가중해 처벌하고 있지만, 실제는⋯

응급의료종사자들의 진료를 방해하는 행위를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무거운' 법정형을 비웃기라도 하듯 솜방망이 처벌이 나오고 있었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환자의 생사를 다투는 공간인 응급실. 당장 빠른 조치를 필요로 하는 응급환자가 예고도 없이 들어오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진들은 한시라도 정신을 놓을 수 없다. 이들의 긴장감과 집중력에 환자의 목숨이 달렸기 때문이다. 응급실을 '병원의 최전선'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법률에서는 응급의료종사자들의 진료를 방해하는 행위를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 폭행(형법 제260조)의 경우 법정형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하지만 응급실의 의료진에게 폭행을 휘두르면 처벌 수위가 훌쩍 올라간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서는 이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하지만 로톡뉴스가 여러 판결문들을 확인해본 결과, 이런 '무거운' 법정형을 비웃기라도 하듯 솜방망이 처벌이 나오고 있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욕하고 행패 부려도 '벌금형'

"이 XXX아!" "저X 데려와" 지난 2019년, 제주의 한 병원 응급실. 환자 A씨가 약 30분 동안 삿대질을 하며 간호사에게 수위 높은 욕설을 퍼부었다. 진료를 빨리해주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보안요원에게는 "자결해 XX야"라며 폭행을 가했다.


하지만 처벌은 500만원의 벌금형. A씨가 폭력 범죄로 수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데도 그랬다. 그마저도 지난해 11월, 2심을 심리한 제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노현미 부장판사)는 300만원으로 감형했다.


응급실에서 소란을 피운 B씨. 이에 진료를 거부당하자 간호사의 멱살을 잡아 흔들며 "이 XX, 아까 나한테 뭐라고 했냐"고 욕설을 했다. 또 다른 간호사에게는 "너 밤길 조심해아. 이 XX 두고 보자"고 협박했지만 지난해 9월, 인천지법 재판부(재판장 김은엽 판사)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피고인 C씨도 간호사에게 주먹을 휘두르며 "XXX아, 난 감방에 갔다 와서 무서울 것이 없다"고 소리를 질렀다. 자신을 친절하게 대해주지 않는다며 병원 모니터 등도 망가뜨렸다. 피해를 입은 간호사가 엄벌을 탄원했는데도 지난해 11월, 인천지법 부천지원 재판부(재판장 조종현 판사)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처럼 벌금형이 나온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피고인들은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범행 사실을 인정했다. △질병으로 치료를 받는 등의 사정도 있었다.


수차례 동일한 범죄 저질러야 실형⋯그마저도 항소하면 '집행유예'

반대로 집행유예나 징역형이 나온 건 간호사에게 수차례 피해를 준 경우였다. 혐의도 한 가지가 아니었다.


동일한 범죄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됐던 D씨가 그렇다. 그는 출소한 지 4개월 만에 또 범행을 저질렀다. 간호사에게 "XX 죽인다"며 팬티만 입고 약 50분간 소란을 피웠다. 주변에 응급환자들이 있는 상황이었다. 비슷한 시기, 파출소에서도 두 차례 난동을 부려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가 추가됐다.


지난해 10월, 1심을 맡은 광주지법 재판부(재판장 박상현 부장판사)는 "동종범행으로 누범기간 중에도 자숙하지 않고 범행을 저질렀다"며 "이 사건 이전에도 여러 차례 해당 병원 응급실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치료를 받고서도 수납을 하지 않고 도망가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부장판사는 E씨에게 징역 10개월 및 벌금 6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한 끝에 집행유예로 선처받은 경우도 있었다. E씨는 동일한 범죄로 재판을 받고 있는 와중에 범행을 저질렀다. 구급차와 세 군데 병원 응급실에서 업무를 방해한 혐의였다. E씨에겐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1심 결과는 징역 1년 6개월. 지난해 1월,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재판부(재판장 강민호 부장판사)는 "동종범죄로 재판 중임에도 단기간에 재범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며 "오히려 피해자들을 비난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의정부지법 제1형사부 재판부(재판장 오원찬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조현병과 조울증 등 정신장애로 오랜 기간 치료받는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며 감형했다. E씨의 정신장애가 범행에 영향을 줬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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