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 교수 에세이 (41)] 법무법인에 사건을 맡기려는 의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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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근 교수 에세이 (41)] 법무법인에 사건을 맡기려는 의뢰인들

2021. 11. 03 14:38 작성
정형근 교수의 썸네일 이미지
hkjung@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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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의 구성원 변호사가 되었지만, 업무처리에 큰 변화는 없었다. 사건수임도 각자의 노력으로 해야 하고, 수임사건의 처리도 그랬다. /연합뉴스

1999년 12월 하순에 접어드니, 2000년 새로운 천년이 시작된다는 기대와 설렘이 오갔다. 새천년의 첫날 아침 태양을 어디에서 촬영하는 것이 좋은지 그런 말들도 오갔다. 새천년을 맞아 컴퓨터가 오작동 될 수 있다는 말이 제일 관심을 끌었다. TV에서는 날고 있던 비행기가 지상으로 떨어질 수 있다느니, 대서양을 지나던 선박이 항로를 잃을 수도 있다는 등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소리도 나왔다.


나는 그 무렵에 법무법인을 만들어 구성원 변호사로 합류하였다. 법무법인은 설립할 때 법무부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것은 별 어려움이 없다. 다만, 공증업무도 함께 하기 위한 공증인가 요건은 까다로웠다. 공증인사무소는 서류의 보존에 필요한 보관창고 및 견고한 서류함을 갖추어야 한다. 공증한 서류를 보관하던 창고에 화재가 발생하거나 도둑이 들어 서류를 훔쳐 가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불이 났을 때도 안전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도록 한다. 관련 규정을 보니, 서류의 보관창고에 대하여는 창고의 벽은 두께 200㎜ 이상의 이중 내화벽돌조로 하고, 보관창고의 문은 두께와 이중잠금장치를 설치하고, 창고 안의 선반은 내화 자재로 제작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공증한 서류를 영구보존하기 위한 방화벽으로 된 창고를 마련하는 것에 돈이 많이 들었다. 이런 시설이 실제로 구비되었는지 법무부 공무원이 직접 확인하기도 하였다. 법무법인을 설립할 때 공증인가도 함께 해주었기 때문에 공증사무소가 난립되어 부실한 공증이 문제 되기도 했다. 그래서 2010년 무렵부터 법무부는 법무법인 등에 공증인가를 해주지 않고 있다. 지금은 이미 공증인가를 받은 법무법인만이 공증업무를 할 수 있다.


그렇게 법무법인의 구성원 변호사가 되었지만, 업무처리에 큰 변화는 없었다. 사건수임도 각자의 노력으로 해야 하고, 수임사건의 처리도 그랬다. 법무법인은 구성원 변호사들이 수입을 어떻게 분배하고, 비용을 어떤 비율로 분배할 것인지는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변호사법에는 이런 내용에 관한 규정은 없다. 그래서 사건수임으로 발생한 수입과 비용 분담을 구성원 변호사에게 귀속시키는 형태의 운영형식(별산제)이 대부분이다. 이와 달리 모든 수입을 구성원 변호사에게 배분하는 공산제 형식으로 운영하는 로펌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공산제는 인간의 본능과는 어긋난다. 변호사법이 법무법인을 만들 수 있도록 할 때는 공산제 형식의 운영을 염두에 두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변호사가 적어서 희소성을 가질 때는 먹고사는 문제로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어디서든 법률사무소를 개설하면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런데 1981년부터 사법시험 합격 인원이 300명으로 늘어나면서 변호사들도 장래를 염려하게 되었다. 그때까지 단독으로 개업하거나 몇 명이 모여서 사무소를 운영하였던 것을 새롭게 법인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법무법인이라는 로펌이 도입된 것이다.


1982년에 최초로 법무법인을 신설할 때는 5명의 구성원 변호사가 있어야 했고, 그 중 2명은 15년 이상의 법조 경력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법인을 만들고자 5명의 변호사를 모으는 것도 쉽지 않았고, 그중에서 15년 경력이 있는 변호사 2명을 확보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런 여건에서 만들어진 법무법인은 상당한 권위를 가질 수 있었다. 지금 국내에서 상당한 명성을 가진 대형 로펌들은 대부분 1980년대나 1990년대에 소규모로 출발하였던 법무법인이 성장한 것이다.


그 후 10년이 지난 1993년에 2명의 구성원 변호사 법조경력을 15년에서 10년으로 낮췄다. 그럼에도 10년 경력 변호사를 2명이나 구하기 어렵다고 하여 10년 경력 변호사를 1명만 있으면 가능하도록 했다. 이렇게 법무법인의 설립이 쉬워진 만큼 로펌에 대한 권위도 떨어졌다. 그리고 2012년부터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배출되기 시작하자, 법무법인의 설립요건을 더욱 완화했다. 기존의 5명의 구성원 변호사를 3명으로 낮추고, 10년의 법조경력 변호사가 1명 있어야 하는 것을 5년으로 변경했다. 그 결과 3명의 변호사 중에 5년 경력 변호사 1명 있으면 법무법인이 될 수 있다.


이런 경향은 변호사뿐만 아니라 다른 전문자격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세무사, 변리사, 법무사 등의 전문자격사도 3인이 모여 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되었다. 전문자격사들의 법인 설립이 매우 쉬워졌다. 법은 이들 법인의 설립 목적을 조직적이며 전문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일단 3명이 모여서 조직성과 전문성을 키워가라는 의미라 할 수 있다.


법무법인은 변호사법 외에 상법상 가장 소규모 인적회사인 합명회사의 규정을 준용한다. 그 때문에 변호사의 활동이 상인의 상행위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변호사는 공공성을 가진 법률전문직이라고 법에 명시되어 있지만, 법률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를 받아서 살아간다는 점에서 물건을 판매하여 생활하는 상인과 유사하다. 그래서 변호사를 ‘샀다’ 라는 말이 통용된다.


소비자들이 유명 브랜드 상품을 찾듯이, 의뢰인도 법무법인에 사건을 맡기려는 경향이 높다. 사건수임을 위한 상담을 할 때 여기 사무소는 변호사 혼자 하느냐, 여러 명이 함께하느냐 묻기도 한다. 사람들은 많은 변호사들이 모인 로펌에서 자기 사건을 처리하면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기대한다. 재판 결과로 자신의 인생이 달려있거나 재산상의 이해관계가 크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이런 성향 때문에 변호사들도 법무법인을 만들거나 법인에 가입하려고 한다.


의뢰인이 수임계약을 체결할 때는 경륜있는 대표변호사가 상담하는 경우가 많다. 의뢰인은 상담을 하였던 법조경력이 많은 변호사가 자기 사건을 처리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일단 수임료를 건넨 후에는 그 변호사를 만나기 어렵다. 명성이 자자한 대형 로펌에 엄청난 액수의 수임료를 주고 사건을 맡기더라도 경험이 많은 변호사들이 달라붙어서 처리하는 것은 아니다. 변호사 자격 취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입 변호사들에게 맡겨놓기도 한다. 그래서 실력 있는 변호사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사건을 처리하는 좋은 로펌을 찾아갈 필요가 있다.


로펌에서 실제로 수임 사건을 처리하는 변호사를 담당변호사라고 한다. 담당변호사 외에는 다른 변호사는 그 사건 처리에 관여하지 않는다. 어느 변호사가 내 사건의 담당변호사가 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로펌이 사건을 수임하게 되면 반드시 담당변호사를 지정해야 한다. 사건수임을 하고 여러 날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담당변호사를 지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수임약정을 해지하는 사례도 많다. 담당변호사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은 그 사건처리를 위한 어떤 착수도 안 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로펌은 특정 사건의 담당변호사를 지정한 경우에는 지체없이 의뢰인에게 서면으로 통지를 해야 한다. 변호사법에서 이런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그래야 의뢰인은 자기 사건의 담당변호사가 누군지를 알고, 사건 진행에 대하여 대화하고 연락할 수 있다. 대부분 로펌에서는 담당변호사가 지정되었다는 통지를 해주지 않는다. 어쩌면 변호사법에서 서면으로 통지해 주도록 하고 있는지도 모를 수 있다.


그래서 재판날짜에 법정에 나갔을 때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변호사가 법정에 출석하기도 한다. 경찰서나 검사실에서 조사를 받을 때 입회하러 온 낯선 변호사와 처음으로 만나는 일이 매우 많다. 그렇게 진행된 사건의 결과까지 좋지 않으면 의뢰인은 변호사와 얼굴을 붉히고 큰 소리를 내는 일이 생긴다. 지방변호사회의 분쟁조정위원회에는 이처럼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에 발생한 분쟁사건이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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