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떼먹고 잠적한 세입자…남은 짐 팔았다간 떼인 집주인이 '횡령죄'
월세 떼먹고 잠적한 세입자…남은 짐 팔았다간 떼인 집주인이 '횡령죄'
비밀번호 변경도 업무방해 소지
집기 처분은 횡령 위험
관리비·복구비는 소송으로 회수

관리비를 밀린 임차인의 사무실에 남은 집기를 임대인이 임의로 처분하면 횡령죄와 손해배상 책임이 문제 될 수 있어, 증거 보전과 법적 절차가 먼저다. / AI 생성 이미지
월세와 관리비를 내지 않고 연락을 끊은 세입자라도, 임대인이 남은 짐을 마음대로 팔아 손해를 메우면 횡령죄가 문제 될 수 있다. 계약이 끝났고 보증금이 바닥났더라도 임차인 물건을 임의로 처분할 권한이 바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출입문 비밀번호를 바꾸는 조치도 위험하다. 임차인의 점유가 아직 남아 있다면 업무방해나 권리행사방해 주장이 나올 수 있다.
임대인이 먼저 해야 할 일은 물건 처분이 아니라 증거 보전과 법적 절차다. 관리비와 원상복구 비용은 명도와 손해배상 청구로 회수하는 방향이 안전하다. 손대면 불리해진다.
비밀번호 변경, 업무방해로 돌아올 수 있다
사무실 임대인 A씨는 계약이 끝난 뒤에도 임차인이 관리비를 내지 않고 연락을 피하는 상황을 겪고 있다. 밀린 임대료는 보증금에서 처리했지만 A씨가 대신 낸 관리비만 약 500만원에 이르렀다.
임차인은 납부하겠다는 말만 반복하다 연락이 끊겼다. A씨는 임차인이 남은 집기를 몰래 가져가는 것을 막으려고 사무실 출입문 비밀번호를 바꿨다.
임대인이 억울하더라도 사무실 비밀번호를 임의로 바꾸는 조치는 위험하다. 계약이 끝났더라도 임차인의 점유나 업무 공간 이용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면, 임차인 쪽에서 점유방해나 업무방해를 주장할 여지가 있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임대인이 사무실 출입문 비밀번호를 임의로 변경한 행위는 형법 제323조 권리행사방해죄나 제314조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소지가 있습니다"라고 단언했다.
법무법인 우선 조상우 변호사 역시 "임차인 측에서 점유방해나 업무방해를 주장할 여지가 있는 부분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임차인이 관리비를 밀렸다는 사실은 손해배상과 명도절차의 근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실이 임대인에게 직접 출입을 막거나 물건을 처리할 권한까지 주지는 않는다.
사라진 물건, 임대인이 해명해야 할 수도
문제는 사라진 고가 집기다. 임대인 A씨가 뒤늦게 사무실을 확인했을 땐, 안마의자와 복합기 같은 고가 물품은 사라졌다. 현장에는 폐기물과 원상복구 문제가 남아 있었다. 관리비 500만원에 복구비용 약 350만원까지 더하면 손해는 850만원 수준으로 커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임대인이 처분하지 않았더라도 임차인이 나중에 나타나 "임대인이 가져갔다"거나 "임의로 팔았다"고 주장하면 해명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조상우 변호사는 "임차인이 나중에 나타나 임대인이 임의로 처분했다고 주장할 경우 오히려 임대인께서 해명·입증 부담을 지게 될 소지가 있습니다"라고 우려했다.
법무법인 도모 고준용 변호사는 "현장 상태를 즉시 사진과 영상으로 상세히 기록하여 증거를 보전하십시오"라고 강조했다.
사무실 안에 어떤 물건이 남아 있었는지, 무엇이 사라졌는지, 폐기물과 훼손 상태가 어땠는지를 사진과 영상으로 남겨야 한다. 물건 목록과 촬영 시간, 출입 기록, 임차인과 주고받은 메시지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남은 짐 팔아 상계? 횡령 위험
임차인 물건이 아직 남아 있다면 임대인은 더 조심해야 한다. 관리비와 복구비가 밀렸다고 해서 남은 집기를 팔아 곧바로 상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새올법률사무소 강원모 변호사는 "임차인 집기(유체동산)는 임대인이 임의로 처분·매각해 상계하면 횡령 등 형사문제가 될 수 있어 '통지→보관(또는 집행절차)→비용청구' 방식으로 가시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리그 공선영 변호사는 "대납하신 관리비 약 500만 원과 원상복구 비용은 임차인을 상대로 한 명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통해 회수하실 수 있다"라고 밝혔다.
임차인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해서 소송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주소나 연락처로 송달이 어렵다면 법원이 정한 공시송달 절차로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전제는 자료다. 관리비 납부 내역, 보증금 정산표, 원상복구 견적서, 현장 사진과 영상, 내용증명 발송 기록을 먼저 모아야 한다.
이번 사안에서 임대인이 피해야 할 선택은 분명하다. 비밀번호를 바꾸고 남은 물건을 팔아 손해를 메우는 방식은 빠르게 보이지만 위험하다. 손해 회수는 증거를 남긴 뒤 명도와 손해배상 절차로 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