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마비시킨 뉴진스 팬덤 '팩스 폭탄'...업무방해죄 처벌? 대법원 판례는 NO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문체부 마비시킨 뉴진스 팬덤 '팩스 폭탄'...업무방해죄 처벌? 대법원 판례는 NO

2025. 11. 18 11:16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뉴진스 팬덤, 정부 상대 팩스 시위

업무 마비에도 형사 처벌 어려운 이유

뉴진스 팬들이 멤버 보호를 외치며 문체부에 대량 팩스를 보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문화체육관광부의 팩스 기계가 쉴 새 없이 울어댄다. 하루에만 수십 통, 때로는 20~30페이지 분량의 문서가 쏟아져 들어온다. 발신자는 '버니즈', 걸그룹 뉴진스의 팬덤이다.


스포츠월드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소속사 어도어가 멤버들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진상 파악과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내 가수를 지키겠다"는 팬심이 행정기관을 향한 '팩스 폭탄' 시위로 번진 것이다.


업무가 마비될 지경에 이르자 일각에서는 "명백한 업무방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형사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상식적으로는 방해가 맞지만, 법적으로는 죄가 되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 그 이유는 무엇일까.


폭행·협박 없으면 처벌 불가… '공무'에는 업무방해죄 적용 안 돼

일반적인 사기업(예: 어도어)에 팩스 폭탄을 보내 업무를 마비시켰다면 형법상 '업무방해죄'(제314조)가 성립한다. 위력을 행사해 업무를 방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격 대상이 '국가기관(문체부)'이라면 법리는 완전히 달라진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확고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공무원이 직무상 수행하는 공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2009도4166).


이유는 간단하다. 형법은 공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별도로 '공무집행방해죄'(제136조)를 두고 있다. 그런데 이 조항은 폭행 또는 협박이 있을 때만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즉, 팩스 폭탄이나 전화 폭주처럼 물리적인 폭행·협박이 수반되지 않는 위력 행사만으로는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는 셈이다.


폭행도, 속임수도 아니다... 처벌 사각지대

그렇다면 다른 혐의는 없을까? 앞서 언급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려면 공무원을 때리거나(폭행) 해치겠다고 겁을 줘야(협박) 한다. 종이 뭉치를 전송하는 행위를 폭행이나 협박으로 보기는 어렵다.


공무원을 속여서 업무를 방해할 때 적용되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제137조)도 적용이 힘들다. 팬들은 자신의 신분이나 목적을 숨긴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과도하게) 전달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거짓 신고나 허위 제보가 아닌 이상 '위계(속임수)'로 보기도 어렵다.


결국, 현행법상 행정기관을 상대로 한 '팩스 폭탄'은 형사 처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형사는 무죄, 하지만 민사는? "권리남용 책임은 남는다"

형사 처벌을 피한다고 해서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민법상 책임은 별개의 문제다. 이번 행위는 민법상 '권리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 국민에게는 청원권이 있지만, 그 행사가 오로지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업무를 마비시키기 위한 목적이라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이론적으로는 정부가 업무 마비로 인한 행정력 낭비, 물자 소모 등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국가기관이 국민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크고 실제 손해액을 입증하기도 까다로워 실현 가능성은 낮다.


법의 허점보다 무서운 건 여론의 역풍

뉴진스 팬덤의 '팩스 총공'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처벌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법적 면죄부가 행동의 정당성까지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수십 통의 팩스로 행정력이 낭비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다른 민원인과 국민에게 돌아간다. '내 가수의 권리'를 외치다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