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가석방 중에 수술대 잡은 의사...환자 숨져도 '면허 취소'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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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가석방 중에 수술대 잡은 의사...환자 숨져도 '면허 취소' 안 된다?

2025. 12. 03 11:05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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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다 마취로 80대 환자 사망

법원 "살인 고의 없다"며 업무상과실치사 인정

현행법상 면허 취소 불가능

인중 필러를 받으러 간 80대 여성이 과다 투약과 경고음 차단으로 숨졌다. 의사는 업무상과실치사만 인정돼 금고형을 받았지만 면허는 유지됐다. /셔터스톡

간단한 인중 필러 시술인 줄 알았다. 하지만 병원을 찾은 80대 여성 A씨는 예고 없이 수술대에 누워야 했다. 의사의 권유로 복부 지방 이식과 리프팅 시술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비극은 마취와 함께 시작됐다. 의사는 고령인 A씨에게 정량(14.4cc)의 두 배가 넘는 프로포폴 35cc를 투여했다. 잠시 뒤, 환자의 생명 신호를 알리는 산소포화도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의사는 조치를 취하는 대신 "시끄럽다"며 알람을 꺼버렸다.


결국 A씨는 청색증(산소 부족으로 피부가 파랗게 변하는 증상)을 보이며 쓰러졌고,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끝내 사망했다.


충격적인 사실은 하나 더 있었다. 해당 의사는 당시 음주운전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가석방된 상태였다. 범죄자가 메스를 잡고,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지만, 그의 의사 면허는 여전히 '안전'하다. 도대체 왜일까. 2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한 박민희 변호사(법무법인 로엘)가 판결의 이면을 뜯어봤다.


"죽어도 어쩔 수 없다?"... 미필적 고의 인정 안 된 이유

여론은 들끓었다. 정량의 2배 투약, 경고음 차단 등은 사실상 '죽어도 상관없다'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살인죄가 아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만 인정해 금고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박민희 변호사는 "살인죄가 성립하려면 환자가 사망할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이를 용인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법원은 해당 의사가 환자 상태가 악화되자 119를 부르고 응급실 이송을 시도했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위험을 방치하거나 환자를 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의료 사고에서 살인죄가 적용되려면 ▲치료 목적 없는 약물 과다 투여 ▲위급 상황에서의 고의적 방치 및 은폐 시도 등 적극적인 위해 의사가 증명되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음주운전 징역 살다 나와도 수술 가능한 의료 현장

이 사건이 더욱 공분을 산 건 의사의 신분 때문이었다. 그는 2022년 음주운전으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가석방된 상태에서 수술을 집도했다.


범죄자가 수술실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었을까. 박민희 변호사는 "가석방은 형 집행을 조건부로 면제해 주는 것일 뿐, 의료인 면허 자체를 정지시키는 제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당시 음주운전은 의료법상 면허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법적으로 진료를 제한할 근거가 전무했다.


사람 죽여도 면허는 유지... '철밥통' 의료법의 그늘

결국 의사는 업무상과실치사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의사 가운을 벗길 수는 없게 됐다. 현행 의료법(제65조)의 예외 규정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현행법은 의료행위 중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범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더라도 면허를 취소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 행위의 본질적 위험성을 고려해, 단순 과실로 면허가 박탈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이는 2016년 안면윤곽 수술 중 과다출혈로 사망한 고(故) 권대희 씨 사건과 판박이다. 당시 집도의 역시 업무상과실치사로 실형을 살았지만, 면허는 취소되지 않았다.


박 변호사는 "환자의 생명권을 침해한 중대한 과실에 대해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의료사고, 골든타임은 '증거 확보'에 있다

억울한 의료사고를 당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감정적 대응보다 신속한 증거 확보가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박 변호사는 "의료소송의 핵심은 진료기록"이라며 "사고 직후 간호기록지, 수술 전후 사진 및 영상 등 모든 기록을 열람·복사해 위변조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대응 방안으로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통한 조정(신속·저렴) ▲민사 손해배상 소송(배상액·법적 판단) ▲형사 고소(과실 입증 조력) 등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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